어느 모임이든 동인활동을 하다보면 이런 저런일로 서로 도움을 받거나 도움을 주게 되는 데 그럴 때 이성간이라도 자연스레 친하게 지내는 것 같다. 박 대표와도 그런 경우였다. 박 대표가 속해있는 문학모임에서 매년 한번 문집을 출간하는데 나는 그 문집에 초대 문인으로 내 수필이 3편 실렸다. 시인인 박 대표도 그 문학모임 회원이어서, 그렇게 인연이 되었다.
더욱이 나는 그 즈음 전자책을 만들려고 컴퓨터 학원에서 인디자인과 일러스트 강습을 수강하던 중, 컴퓨터를 활용하는데 애를 먹고 있던 터여서 그를 알게 된 것이 천군만마를 만난 듯 반가웠다. 그 사무실이 시내에 있어서 자주 들락거리면서 이것저것 도움을 청해도 그는 싫은 내색없이 항상 도움을 주는데 그때마다 고맙기가 한이 없었다. 하기사 무엇이든 그 댓가를 치루고 싶긴해도 마땅히 대접 할 것이 없어서 기껏 사무실에 비치할 수있는 커피 혹은 두루마리 화장지 정도를 갖고 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어느날, 여느 때처럼 모친 문병을 가려고 나섰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집에서 노인병원까지 그다지 멀지않아서 주로 걸어서 가는데, 그날도 걸어가던 중 소나기를 만난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노인병원까지는 불과 시내버스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로 마음만 먹으면 뛰어가도 되는데, 워낙 세찬 빗줄기에 그만 운동화가 흠뻑 젖어서 도무지 그대로는 병원에 갈 수가 없을 정도였다.
나는 운동화를 사려고 여기저기 둘러봤지만 큰 빌딩만 보일 뿐 운동화를 살만한 곳이 없었다. 불현듯 얼마전 박 대표의 사무실이 그 부근으로 이전했다는것이 생각나서 급히 전화를 했더니 사무실이 마침 길 건너 빌딩이었다. 나는 사정을 말하고 남자 직원 운동화라도 안신는 것 있으면 몇 시간만 빌려달라고 하자, 그는 사무실을 둘러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무실을 이전할때 헌 신발은 다 버린것 같다면서 본인이 신고 있던 슬리퍼를 내게 보였다.
나는 곧바로 모친한테 가야해서 그거라도 좋다고 하자, 박 대표는 슬리퍼를 벗어 구두로 갈아신고, 슬리퍼를 내게 줬다. 그때의 고마웠던 마음을 무엇으로 대신할 수있을까. 정말 너무 고마웠다. 모친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서 가던 중이어서 고맙다고 제대로 말도 못하고 뛰쳐나오듯 그곳을 나왔다. 이튿날 점심 식사라고 대접하려고 했지만 박 대표가 선약이 있다고 해서 다음으로 미뤘던 것이, 그도 나도 바빠져서 더 만날 수가 없었다. 어쩌다가 출판사 사무실에 간다해도 그는 외출중이었고, 뭔가 물어볼래도 전화 통화 조차도 간신히 할 정도였다.
다만 매년 출간되는 그 문학모임 문집에서 그의 詩를 읽는 것으로 그의 소식을 대신했다. 그렇더라도 잊혀지지는 않았다. 내가 아쉬울 때 찾아다녀서인지 가끔 그의 소식이 궁금하면 그와 관계되는 지인에게 그의 소식을 듣곤 했다.
첫댓글
잘 읽었어요^^
리아님의 마음에 이입이 됩니다
"天道酬勤 천도수근
하늘의 도는 근면한 자에게 보답을 한다"
고생하셨습니다♡
헉! 리베님? 깜짝 놀랐어요! 하늘에서 들리는 듯 천상의 목소리가 들려와서요 ㅎㅎ
정녕 하늘에서 氣를 받고 내려오신 분이신가요?? ㅎㅎ 맑고 고운 정기가 가득 하십니다
멋진 대청호에서
리베님을 뵙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