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울산 북구의 조용한 어촌마을이었던 강동동이 최근 대규모 관광개발로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 2009년 지정 이후 답보 상태였던 강동 관광단지 조성 사업이 롯데 리조트 공사 재개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울산의 세 번째 관광단지인 웨일즈 코브 울산 관광단지가 본격 추진 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강동동이 해양관광 중심지로 새롭게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민들 사이에서 점차 커지고 있지만, 변화에는 언제나 논쟁과 우려가 뒤따른다. 지금 지역사회에서 가장 큰 쟁점은 웨일즈 코브 울산 관광단지 내 골프장 조성 문제다. 이 관광단지는 북구 신명동 일원 150만 6천㎡ 부지에 민간 자본 7천 445억원을 투입해 호텔, 콘도, 노인복지시설, 레이싱 체험장, 18홀 골프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골프장 면적이 사업 부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업인들은 해양오염과 폐기물 유출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주민들은 “골프장 이용객은 머물지 않고 떠난다”며 지역 상권 활성화 효과에 의문을 나타낸다. 골프장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대규모 관광개발은 소음, 경관 훼손, 교통량 증가, 지가 변동 등 생활환경 전반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주민들에게 일정 수준의 부담과 불편을 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는 개발의 속도만큼 ‘어떻게 주민과 이익을 나눌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 민간 개발자가 서로 소통·협력해 관광개발의 지역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고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주민 상생 모델의 도입을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에서 필자는 관광개발로 발생한 수익의 일부를 주민에게 환원하는 구조를 마련하고, 주민들과 공식적으로 소통하는 주민협의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강원랜드는 지역 환원 구조를 체계적으로 구현한 사례다. 강원랜드는 폐광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관광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폐광지역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1998년 6월 강원도 정선군에 설립된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 운영 기업이다. 이곳은 카지노를 중심으로 호텔, 콘도, 스키장, 골프장, 워터파크 등 다양한 여가·관광시설을 통합 운영하며 국내 최대 규모 사계절형 복합 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다. 공공부문이 51% 지분을 보유해 사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폐광지역 주민 우선고용과 지역 기업 제품 우선구매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하고 있다. 또한 수익금을 기반으로 사회공헌재단을 설립해 2024년까지 1670억 원 규모의 복지사업을 펼치며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부산 감천문화마을의 사례도 시사점을 준다. 한때 주민 수의 200~300배를 넘는 관광객 증가로 ‘오버투어리즘(관광객의 급격한 유입으로 인해 지역민의 삶의 질, 생태 등이 허용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지역민의 삶이 침해받는 현상)’이 발생하며 사생활 침해, 소음공해, 기물파손, 쓰레기 무단투기, 대중교통 불편 등 주민의 삶이 위협받았다. 무엇보다 마을이 깨끗해지고 발전하고는 있으나 지역 주민에게 체감되는 혜택보다는 불편과 고통만 가중되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오랫동안 거주한 주민, 새롭게 이주한 주민, 지역 환원에서 혜택을 받은 주민, 혜택에서 소외된 주민 등 지역 주민 간에도 서로 다른 입장이 존재했다. 이에 주민들은 의견을 한곳에 모으기 위해 주민협의회를 구성했다. 그런 뒤, 주민협의회는 기념품·특산품 생산·판매 등 수익사업에 나섰고 수익금으로 주민복지기금을 조성해 생활불편 해소와 복지 향상에 활용해 관광화로 인한 이익에서 주민이 소외되지 않도록 했다.
강원랜드와 감천문화마을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관광객 증가로 발생하는 부담만큼, 주민에게 합당한 권리와 보상을 보장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강동 관광개발 역시 이 같은 상생 구조를 갖춰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개발의 이익이 일부에게만 귀속된다면 지역사회는 결코 진정한 발전을 체감할 수 없다. 반대로 주민과 지역 경제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관광단지는 일자리·소득·정주 여건 개선을 모두 이끌어 내는 미래 자산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갈등을 최소화하고 공감대를 확장하는 일이다. 사업 초기 단계부터 주민의 소통 창구를 보장하고, 수익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재투자하는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러한 선도적 모델을 만든다면, 강동 일대 관광개발은 단순한 ‘개발사업’을 넘어 지역 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상생의 기준이 될 것이다. 관광개발의 속도뿐만 아니라 주민의 공존도 속도를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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