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두툼한 외투를 입고,
목도리를 귀가 덮일정도로 두르고,
가죽장갑을 끼고 차가운 영하의 공기를 발로 툭 툭차며
겨울의 한 가운데 출근을 한다.
사무실 문을 여는 순간 달콤한 향기가 훅 들어 온다.
잠깐 향기에 빠져 아찔한 기분이 든다.
이게 무슨 향기지?
사무실에서 이렇게 정신못차리게 좋은 향기가 날리가 없는데.........
잠깐 사이에 향기의 근원을 찾아 눈과 머리가 바삐 움직인다.
아~~~
난(蘭)..........................
춘난(春蘭)이 꽃을 피워 자신의 존재를 은은하게 알리고 있다.
3가지의 꽃대가 올라와 여러송이 꽃을 피웠으니
은은하고 지속적으로 몽환적인 향기로 나를 유혹하고 있다.
기꺼이 그 향기의 유혹에 넘어가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가까이 다가가 향기를 맡는다.
때마침 춘란뒤에 탁상달력이 지금의 날자를 각인시켜 준다.
아직도 새로바뀐 나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지내는 나에게
선물을 주는것 같다.
이렇듯 지금은 겨울이지만 따스하고 꽃이 만발하는 봄을 그리며
옛 조상님들은 구구소한도를 그려 방문 창호나,
창문 또는 벽에 붙여 놓고 매일 하루에 한 송이씩 빨갛게 색칠을 했다.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 는
옛 선비들은 추운 겨울, 동지 다음날이나 3일정도 지난 날에 창호지에
흰 매화꽃을 81송이 (9*9=81)를 그려 벽이나 창문에 붙여놓고 하루에
한 송이씩 빨갛게 색칠을 했다.
그로부터 81일쯤 되는 날에 (2024년 3월중순쯤)
빨갛게 칠한 매화꽃이 완성될때쯤,
창문을 열면 진짜 매화가 꽃을 피우며 봄을 알려준다.
2023년 12월 22일이 동짓날이니,
그날 이후나 3일후부터 81일이 지나면
경칩과 춘분의 중간정도 되는 3월 12일 전후쯤에
81개의 매화송이가 완성이 되고 그렇게 바라던 따스한 봄이 되며
뜰이나 정원에 매화가 피어난다
추운 겨울을 지내면서 따스하고 꽃이 피는 봄을 기다리며 하루에
한송이씩 색을 칠하며 멋과 여유와 기다림의 풍류를 즐겼었다.
그리고 흐린날은 윗쪽을 맑은날은 아랫쪽을 그리며
훗날 농사를 짓는 날씨를 예측하는 데이터로 활용하기도 하는 지혜를 가졌다.
또한 매화만 그린것이 아니라 문자로도 구구소한도를 그렸다.
9획으로된 9글자를 하루에 한획씩 쓰면 81일후에 홍매화가 피는 봄이 오는 것이다.
정.전.수.유.진.중.대.춘.풍
( 亭 .前 .垂 .柳 .珍 .重 .待 .春 .風)
"정자앞 뜰에 수양버들은 진중하게 봄바람이 불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으로 하루에 한획씩 그으며 봄을 기다리는 풍류를 즐겼다.
또 다른 게절에 풍류를 즐기는 방법이 있다.
옛 선인들은 여름과 가을에도 풍류를 즐겼었는데 연꽃이 피면
새벽에 배를 타고 연꽃으로가 귀를 기울이며 연꽃이
꽃잎을 틔울 때 "퍽" 하는소리듣기를 즐겼었다.
세상사람들 중에 꽃이 필때 나는 소리를 누가 들어 보았을까
생각해보면 대단한 풍류라 생각한다.
이를 일컬어 청개화성(聽開花聲) 또는 개화성(開花聲) 이라 한다.
그리고 오후나 밤이 되면 연못 정자에 둘러 앉아 연잎주(蓮葉酒)를
마시는데 하심주(荷心酒) 또는 상비주(象鼻酒) 라고도 하는데,
이 돌림술은 연잎을 줄기가 있게 꺽어 연잎가운데를 살짝 구멍을 내면
줄기로 술이 흘러내려가는데 그 술을 받아 마신다.
그 모양이 코끼리코와 비슷해 상비주(象鼻酒)
또는 콧잔술이라 하기도 한다.
또 활짝핀 연꽃을 꺽어 가운데에 조그만 금으로된 잔을 놓고
기녀에게 붙잡게 하고 손님에게 권하면 연꽃가운데 있는
금잔술을 들어 마시는 금연배(金蓮杯),
해어배(解語盃) 라는 술마시는 방법도 있다.
이렇듯 풍류를 즐기는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지만 .......
풍류는 .....................
아름다운 풍류는 알아보는 이에게 마르지 않는 즐거움의 "샘"이다.
사람들 마다 인생을 즐기는 낙(樂)이 여러가지 많겠지만
추사(秋史) 김정희는 3가지 인생을 즐기는 낙(樂)을 이렇게 이야기 했다.
* 일독 (一讀) ; 글을 읽는 것이 첫째 낙이요.
* 이색 (二色) ; 사랑하는 사람과 운우를 즐기는 것이요.
운우지정(雲雨之情) ; 雲雨의 정이라는 뜻으로,
남녀의 교정(交情)의 의미.
* 삼주 (三酒) ; 벗들과 술마시며 세상사를 논하는것.
가끔씩 글도 읽고 사랑하는 사람과 운우도 즐기고,
벗들과 술마시며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하며 살면 참 잘살은 하루가 될것이다.
공자의 제자가 질문을 했다.
"제가 평생동안 실천할 수 있는 한 마디의 말이 있으면 가르쳐 주십시요."
그것은 용서의 서(恕)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하지 말아야 한다
(己所不欲 勿施於人)
서(恕)는 같을 여(如) 와 마음 심(心)을 합한 글자이다.
즉 내 마음과 같다는 뜻이다.(공감.共感으로도 표현된다)
공자의 제자가 죽음에 대해 질문을 하자,
"미지생 언지사(未知生 焉知死)"
사는 것도 아직 알지 못하는데 죽음에 대해서 어찌 알겠느냐고 했다.
위대한 세계4대 성인인 공자도 삶과 죽음에 대해 잘알지 못한다
다만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고 즐기는 것이 행복한 삶이 아닐까 한다.
과연 나의 인생 10낙(樂)은 무었일까..............
첫댓글 딱 삼주 못 했네요,.독서 취미 생활 합니다.
난향은 은은하게 콧속을 후비지요.
아 사무실에 춘란이 있어
은은한 향기가 풍기는군요
제 사무실에도 봄꽃 하나 갖다 놓아야 되겠습니다
춘란향을 도무지 맡을 수없으니 제 집 춘란은 가짜인가 봅니다 ㅎㅎ
간만에 뵙습니다 반갑고요~
입춘을 맞이 하는 아침~
난의 향기 가득한 글을 만나
행복한 오늘입니다.
오랜만에 천량성님 글을 만나
반가운 마음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