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호는 지난 16일 문학 SK전에서 프로데뷔 후 903경기 만에 프로통산 34번째로 1000안타 고지에 올랐다. 기아는 보도자료에서 이 기간에 장성호와 같은 '장'씨 성을 가진 팬들을 무료로 입장시키고 20일 한화전에 앞서서는 팬들과 장성호가 휴대폰으로 직접 통화하고 그 내용을 전광판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여러 궁금증을 풀어주는 '즉석 휴대폰 통화 행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또 21일에는 팬 10명의 축하메시지 영상을 현장에서 전광판을 통해 상영한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매스컴은 이 같은 내용을 20일자를 통해 일제히 보도했고 수많은 팬들이 기념 이벤트를 보기 위해 광주구장을 찾았다. 그런데 20일 광주구장. '즉석 휴대폰 통화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장내 안내방송도 그 어떤 해명도 없었다. 팬들이나 취재진이나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어디에서도 정확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행사가 취소된 이유는 자신의 100홈런 달성을 기념해 열린 지난해 '장성호의 날' 행사에서도 똑같은 이벤트를 했던 그가 이번에는 힘들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프런트가 선수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행사를 준비했고 이에 대해 선수가 '노(NO)'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실제로 19일 경기 전에 만난 장성호는 '장성호의 날' 행사가 예정돼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기아 프런트는 결국 장성호 뜻을 받아들여 20일 이벤트는 취소했고 21일 팬들의 축하메시지 상영은 예정대로 실시하기로 했다. 선수와 사전에 협의도 하지 않고 행사를 준비한 프런트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를 거부한 선수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게다가 프런트는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쉬쉬하기에 바빴다. 팬들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사실보다는 이 같은 과정이 밖에 어떻게 알려질지에만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구단의 각종 이벤트는 팬들에 대한 약속이다. 약속은 믿음이고 이는 프로구단의 생명이다. 의미 있는 기록을 기념하는 행사가 프런트와 선수 간의 삐그덕거림으로 씁쓸함으로 변했다.
광주 | 김도헌기자 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