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 칼럼] "나라 말아먹는다는 게 이런 건가요"
'남북'으로 日 이긴다던 날, 어이없어한 시민들은 '거덜나는 것 아니냐' 걱정
문 정권 2년 반 만에 경제, 안보 다 막혔는데 죽창가 부르며 '정신 승리'
양상훈 기자
입력 2019.08.08. 01:45
양상훈 주필
학생이 공부 안 하고 다른 데 정신이 팔렸다가 시험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한 과목도 아니고 이 과목 저 과목 다 낙제다. 그런데 그 학생이 ‘시험이 잘못됐다’고 ‘당당하게’ 역공을 한다. ‘결연하게 싸우겠다’고도 한다.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박수를 친다. 지금 나라 모습이 이렇다. 나라가 걱정이라는 말은 항상 있었지만 3류 정치의 해악을 받아낼 만큼 민간 부문이 성장해 여기까지 왔다. 지금 그 믿음마저 흔들리고 있다. 2분기 경제성장에서 민간 부문 기여도는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금융계 계신 분의 얘기다. “금융계 젊은 친구들의 문재인 지지는 높았는데 문 대통령이 남북 경협으로 일본을 단숨에 이긴다고 한 날, 젊은 직원이 ‘나라를 말아먹는다는 게 이런 건가요’라고 물어 놀랐다.” 최근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우리 경제는 문 정권 출범 이전에 이미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역대 정권이 노동, 공공 등 구조 개혁을 사실상 하지 않았다. 그렇게 허약해진 경제를 문 정권이 이상한 실험 한다면서 아예 발로 밀어 버렸다. 세계 주요국의 주가가 올랐는데 우리만 내렸다. 우리보다 경제가 12배 큰 미국보다 경제성장률이 낮다. 사회에 '경제 할 의욕' 자체가 꺾였다.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득 주도 성장과 기업을 공공의 적으로 모는 정책들이 2년 반 만에 만들어낸 결과다. 평등 정책이라는데 저소득층 사정은 오히려 충격적으로 나빠졌다.
민노총은 경제를 말아먹고야 말 태세인데 정권은 그 민노총의 비호 세력과 같다. 오히려 노조를 비판한 기업인이 감옥에 갈 수 있는 나라가 됐다. 중소기업인들은 베트남 이전, 인도네시아 이전이 일상적 화제다.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모두 위기다. 신산업은 규제와 기득권 저항에 막혔다. 정부는 방관자다. 이제 우리 경제는 곧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다고 한다. 1% 성장하면 숨이 차서 헉헉거리며 더 못 뛴다는 것이다. 투자회사의 해외 관계자가 한국 지인에게 "이제 한국 자산은 손대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렇게 몇 년 더 가면 정말 '말아먹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상태가 될 수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주 52시간 근무 위반 처벌이 "나라를 망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자원이 전무하고, 원천 기술 부족한 나라가 열심히 일하는 것을 죄악시한다면 결과가 무엇이겠느냐고 했다. 온 세계가 AI(인공지능) 연구에 매달려 있는데 한국만 딴 세상이다. 대학은 정체에서 퇴락으로 떨어졌다. 공교육을 끌어올릴 생각은 않고 좋은 학교 끌어내린다.
정부 정책은 실질 내용보다 대통령이 발표하는 TV 쇼 위주다. 불려다니는 기업인들은 엑스트라다. 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무엇 하나 새로 이루고 따낸 것이 없다. 미래 담론이 실종되고 50년 전, 100년 전 일로 허송한다. 정부 정책은 세금 살포와 노인 알바로 일자리 숫자 속이는 것뿐이다. 포퓰리즘 마(魔)의 씨앗이 너무 많이 뿌려졌다. 되돌리기 힘들 것이다. 출산율은 '0'(제로)를 향해 추락하고 젊은이 한 명이 노인 몇 명을 부양해야 하는데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면 나라를 말아먹는다. 모두가 알지만 속수무책이다.
탈원전이란 국가 자해는 오늘도 진행 중이다. 자원 없는 나라가 두뇌를 에너지로 만든 세계 최고 기술을 버리고, 싸고 질 좋은 전기라는 기업 경쟁력을 허물고, 인재를 축출하고, 한전과 두산중공업이라는 멀쩡한 기간산업체를 부실 덩어리로 만들었다. 주가가 절반이나 5분의 1로 추락했다. 완전히 말아먹은 것이다. 한전을 망쳐놓은 것도 모자라 대통령 공약이라고 한전공대를 지으라고 한다. 학생이 없어 전국 대학 4분의 1이 파산하는데 무슨 대학 신설인가. 한전이 문재인 개인 회사인가.
2년 반 만에 사방을 둘러봐도 '우방'이 없다. 김정은은 비핵화는커녕 한국의 아침 인사를 '굿모닝 미사일'로 만들었다. 일본과는 단교 상태에 왔고 미국 대통령은 '북 미사일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어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중국에 3불(不)로 군사 주권까지 내줬는데 영공을 넘본다. 러시아는 한국 공군이 계속 방해하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다. 청와대는 북한이 핵실험을 몇 번 했는지도 모르고 외교장관은 '인형'이다. 국방일보는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고 한다. 어느새 한반도 대표는 김정은이다. 지금 어느 나라가 우리를 도와주나.
허구로 만든 영화들이 나라를 흔들고 언론은 정부 비판이 아니라 정부의 응원단이다. MBC 3노조가 성명을 내 ‘정권 옹위 방송을 하다 하루 광고 매출이 어린이 한 명 유튜브 광고액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자탄했다. 검사들은 죄를 찾는 게 아니라 죄를 만들고 있다. 이를 막아야 할 판사들은 대중에게 영합한다. 국가 위기의 현실과 동떨어진 여론이 오히려 위세를 부려도 야당은 대안으로서 존재감도 없다. 그러니 정권이 잘못해도 벌도 받지 않는다. 길을 잘못 든 나라가 그것을 교정하지 못하고 잘못된 길로 계속 간다. 사람들은 ‘국운이 다한 것 같다’고 한다. 이 말이 이렇게 실감 나게 들린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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