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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망덕포구를 끝으로 호남정맥 종주를 감격 넘치게 마칠수 있었다.
백두대간 마지막 포인트였던 성삼재에서 바람에 삼각대가 넘어지면서 핸드폰 액정이 부셔지는 바람에 감격적인 마무리 점프샷을 서브로 가져간 아이패드로 어렵사리 찍었던 기억이 있어, 어제는 벅찬 감격에도 불구하고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사진을 찍었다.
이 또한 배운 것이겠지, 항상 급하게 서두르다 보면, 감정이 앞서면 실수가 일어난다.
망덕포구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식사를 하고, 남해바닷길을 시작하는 구례로 이동하여 짐을 풀었다.
이제 아침에 6시 즈음에 기상하는 일은 별스럽지 않은 일이 되었다.
바삐 일어나 짐을 챙기고 7시 30분 남해바닷길 1일차 여정을 시작한다.
남해바닷길은 구례 사성암에서 출발하여 거제 가조도 일주도로에서 끝나는 코스로 남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는 코스이다. 여행 시작하고 지금까지 계속 산을 타고 돌아다녔기에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그리고 조금씩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집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반가움에 마음이 더욱 설렌다.
아침 댓바람부터 산을 깨우는 배기음이 고요하게 내려앉은 산 속 평화로운 공기를 뒤집어 흔든다.
내 애마의 머플러는 스크리밍 이글로 순정보다야 소리가 좀 더 크지만 여느 커스텀 머플러에 비해서는 많이 조용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조용한 아침, 아무도 없는 산길에 울려퍼지는 이질적인 배기음에 송구한 마음이 든다.
어제부터 코스 중간 중간에 높은 산에 있는 산사를 찾아가는 포인트가 있어왔는데, 오늘은 첫 시작부터 높은 산의 암자이다.
사성암으로 오르는 굽이진 코너길 중간, 나무들 사이로 비행기가 이륙할 때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처럼 한 단계씩 하늘로 오르며 보이는 섬진강과 잠에서 깨는 시내의 풍경이 모습을 바꿔가며 나타난다.
산 정상 즈음 절벽에 지어진 암자는 지어진 모양새 그대로가 이미 풍경이다. 원래는 사리탑에서 바라보는 시내의 모습이 좋다고 들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사리탑이 있는 곳은 출입이 금지되었다. 하지만 이미 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세상은 충분히 보기 좋았다.
남해바닷길을 시작하는 스타트 포즈 발사!!
두번째 포인트인 한산사로 가는 아침은 구름낀 하늘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는 섬진강을 만나게 되는 순간을 내게 선물해 주었다. 오늘도 아침 햇살을 받아 세수를 하고 있는 자연을 만났고, 아침 일찍 여행을 시작하면서 만나게 되는 깨어나는 세상을 보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원래 한산사를 먼저 들렀어야 하는데, 같은 골목길에 최참판댁이 있어 그리 먼저 가게 되었다. 이른 아침, 관광객이라곤 나와 다른 승용차에서 내린 부부 1쌍이 전부인 조용하고 아늑한 최참판댁은 지난번 가족들과 왔을 때와 다르게 느껴진다.
아무도 없는 넓은 마당에서 이 멋진 풍경을 독점하고 있으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 석축 난간에서 한참을 바라보고 온 너른 들판과 그 사이를 지나는 섬진강과 농부들의 휴식처가 되어주었을법한 키큰 소나무 2그루가 그림처럼 조화로운 풍경이다.
누가 일부러 저렇게 배치해 놓았을까 싶게 자연은 스스로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간다.
한산사는 최참판댁 바로 옆에 있는 사찰인데, 최참판댁에서 풍경에 빠져 시간을 소비하는 바람에 사진으로만 남기고 길을 나선다.
구례를 지나 하동으로 들어서는 넓은 국도에서 일렬로 쭉 늘어선 구름을 만났다.
오늘 여러번 구름에 취하게 되는데, 그 시작이 되어준 구름이다.
자동차 여행과 바이크 여행이 차이가 나는 것은 이런 풍경을 마주하였을 때이다. 자동차는 차량이 지붕으로 가려져 있어 이런 하늘의 모습을 보기 어렵다. 컨버터블 오픈카를 7년 정도 탔던 적이 있었는데, 개방감은 바이크에 비하지 못하였고, 바이크에 비해 큰 덩치의 사륜차는 차선을 벗어나 위험해질까 우려되어 운전하며 주변 경치를 볼 겨를은 없으니 이렇게 멋진 풍경을 놓치기 일쑤이다.
바이크는 바람과 향기와 풍경과 촉감을 온 몸으로 느낄수 있다는 것이 내가 차가 아닌 바이크를 타고 전국일주를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하동송림공원을 지난다. 내가 알고 있는 송림으로는 여기 근방에서 최대 규모이고, 잘 보존되어 있어 지날때마다 눈이 즐거운 곳이다. 아침 신선한 공기 속에 산책과 운동을 즐기는 분들이 송림과 하동포구에 많다.
그런데, 바다는 언제 나오는거야?
명색이 남해바닷길 1일차인데, 하루를 시작하고 3시간이 넘게 달렸는데 바다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3번째 포인트인 최참판댁을 지나 금오산 전망대까지는 무척 긴 거리를 묵묵히 달려야 한다.
이제 좀 지겹다 싶을 정도에 바이크는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햇살을 받아 빛나는 바다가 보인다.
금오산에는 KT에서 관리하고 있는 방송송신탑과 군부대가 있어 정상까지 포장된 도로가 있어 바이크로 오르기 편한 길이다. 하지만 좁은 길이라 마주하는 차량이 나타날수 있어 조심하며 산을 오른다.
마침내 시선을 가리고 있던 나무들이 발 아래 경사지로 물러나면서 드디어 남해의 탁 트인 바다와 옹기종기 모여있는 섬의 모습을 만난다.
하려하지 않아도 깊은 숨을 들이마시게 된다.
천하를 내려다보며 호령하는 큰 포부를 가슴 가득히 담듯 본능적으로 깊은 숨이 쉬어지는 장관이다.
금오산에는 이미 짚라인이 설치되어있어 이런 멋진 풍경을 역동적으로 즐길수 있으며, 현재 금오산 정상까지 오르는 케이블카 공사가 진행중이다.
금오산 정상의 군부대 병사 몇명이 철책을 수리하다 갑자기 나타난 바이크에 모두 바라본다. 사진을 찍고 경치를 구경하며 나는 이렇게 좋은데 저 병사들은 제대 후에 이곳에 또 오게 될까 궁금하다. 나 또한 경기도 송추에 있는 올림픽부대에서 사병으로 2년3개월 동안 있었지만 제대하고 17년이 지나도록 그 주변에는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길이 길고, 큰 산을 오르내리느라 이제 4포인트를 지났는데 4시간이 지나갔다.
남해바닷길이 50개 포인트인데, 이러면 2일에 끝내기가 어려울수도 있겠다 싶어 좀 서두르기로 한다.
남해대교로 가는 길 반짝이는 바다와 하늘에 뜬 구름이 좋다.
작은 터널 하나를 건너자 눈 앞에 천사가 나타났다.
급히 도로변 가게 앞에 바이크를 멈춘다. 하늘에 천사 날개 모양의 구름이 피었다.
푸른 하늘에 펼친 날개 모양으로 피어난 구름이 예쁘다.
천사가 된 듯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어본다. 지나는 차 안의 사람들은 이런 멋진 구름의 모습을 보기는 했을까, 아니면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쳐야 했을까? 이런 예쁜 구름과 함께 너무나 즐겁게 추억을 남기고 있는 나를 부러운듯 별난 놈 보는 듯 지켜보며 차 안에 실린 사람들이 스쳐간다.
남해대교교는 아래로 거친 물살이 몰아치는 협로에 세워진 대교인데, 이순신 장군께서 지키던 바다이다. 이런 거친 물살을 이겨내며 전술을 펼쳤으니 이순신 장군도 그렇지만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노를 저었던 수병들 또한 대단하다 느껴진다. 그분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앞뒤로 차량이 없는 터라 잠시 세워 급히 사진만 한장 찍고 출발한다.
이순신순국공원은 돔 형태로 된 영상관에서 보는 영상이 좋다고 들었는데, 아쉽게도 코로나로 폐관되어 보지는 못했다. 순국공원 앞으로 보이는 남해 바다. 이순신 장군께서 돌아가신 남해 바다는 고요하였다.
아침 첫 시작부터 사성암을 오르게 되더니, 오전 중에만 벌써 3번째 산을 오르고 있다. 사성암과 금오산 전망대에 이어 3번째 망운산을 오른다.
망운산 꼭대기에도 KBS 송신탑이 있어 나름 포장된 도로가 산 정상까지 나 있다. 그런데, 이 길은 포장은 되어 있으나 쉬운 길은 아니다. 군데군데 시맨트가 패이면서 요철이 심한 곳이 많다. 특히나 급하게 꺽여있는 코너에서 패인 길을 만나게 되어 혹시나 지난 두번의 전도때 처럼 넘어지게 될까 두렵기도 하다. 최대한 노면의 상태를 읽으며 망운산에 오른다.
산 정상에 부는 바람이 매섭다.
하지만 풍경은 망운산을 오르며 느낀 두려움이나 클러치와 브레이크를 번갈아가며 쥐면서 뻐근하게 올라온 손가락 마디의 통증이나 갑작스런 바람에 느껴지는 한기 따위는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명품이다. 금오산에서는 따라온 자가용에서 내린 관광객과 짚라인 시설의 직원, 군부대의 철조망을 보수하던 한무리의 군인들이 내 애마와 나의 행색을 위 아래로 훑어 검색하는 눈빛에 멋진 풍경 속에서 콕콕 꽂히는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망운산은 내 몸을 밀어내는 바람만 있을 뿐, 그래서 삼각대를 세울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 아무도 없는 산 정상에서 홀로 풍경에 심취할 수 있었다.
공기가 맑아 저 멀리 섬들도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손을 뻗으면 잡힐 듯 보이는 모습에 몇번이나 눈을 깜박거려본다.
중학교때 성당 여름 성경학교 프로그램에서 한밤중에 산 속 공터에 하늘을 보고 누워 하늘을 보았을 때 난생 처음 은하수를 보았다. 눈 가득 하늘만 보이고 그 곳에 띠를 두른 것 처럼 빛나고 있는 은하수가 지금처럼 손에 닿을 듯 비현실적으로 가까이 느껴져 손을 허공으로 뻗었던 기억이 난다.
핸드폰의 파노라마 사진 기능으로 이 풍경을 최대한 남겨보려 노력하지만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을 사진이 다 담아낼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다 생각한다. 그래야 다음에 또 와서 보게 될테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남해의 해안도로를 타고 도는 길이다. 방금 망운산에서 항공뷰로 바라보며 조그맣지만 가깝게 느껴졌던 섬들은 이제 가까워지며 커다랗게 보이며 자연이 만들어 낸 부드러운 곡선의 조화와 물과 돌과 나무가 만들어내는 정감가는 풍경으로 다가온다.
남해바닷길은 백두대간, 낙동정맥, 호남정맥과 다른 점이 유명 관광지가 중간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가천 다랭이마을도 그 중 한군데인데, 이제 관광객들의 풍경 감상용으로 더 알려져버려 아쉽게도 가리워진 척박한 자연에서 삶을 살아나기 위해 노력한 농부들의 노고에 존경하는 마음이 든다.
남해는 국제적인 도시인가보다. 처음에 독일 마을이 들어서더니, 모르는 사이에 미국 마을이 들어섰다. 미국 마을 앞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자리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 가기 전 2001년에 3개월 동안 제주도에서 짧게 부원장 생활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주말이면 발칸800을 타고 제주도 곳곳을 여행하며 관광지가 아닌 제주 도민이 찾아가는 곳과 제주도의 일주도로, 산간도로 등을 타고 다니며 모터바이크지에 몇편의 글을 연재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제주도에는 마침 박물관 류의 구경거리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제주도와는 참 어울리지 않는 박물관들이 생기는 것을 보고 괜한 이질감이 들었던 기억이 오버랩 된다.
남해 보리암 주차장에 들어서니 대형차와 바이크는 위험해서 주차장까지만 진입이 된다고 한다. 승용차만 보리암까지 올라갈수 있다고 하여, 네~ 안가요~ 하고 돌아 나온다.
세상에 망운산도 다녀온 바이크인데 여길 못가게 하다니~ 말다툼 해 봐야 당장은 소용이 없을 일이라 가볍게 포기하고 돌아나온다.
남해 바닷가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여러 섬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고, 해안선이 예뻐서 코너를 돌때마다 변하는 풍경이 다채롭다. 오랜만에 보는 넓은 바다에 가슴이 트이고, 본능적으로 늦가을 바다의 얕은 짠내 섞인 공기를 깊은 숨을 쉬어 들이마시게 된다.
금빛으로 반짝이고 있는 바다를 만났다. 백두대간때 금빛으로 빛나는 호수를 보고 로또를 사야 하나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금빛 바다이다. 태양의 진짜 색깔은 무얼까, 지금처럼 빛나는 금빛일까, 석양지는 하늘의 붉은 빛일까, 주황빛 곱게 물드는 노을의 빛깔일까? 내가 보는 만물의 빛깔은 스스로 가진 것일까, 햇빛에 반사되어 나타나는 환영일까, 내 눈의 시신경과 뇌가 만들어내는 환상일까?
바람이 많이 불어 삼각대를 세우지 못하고 애마를 찍으며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은모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은모래 해수욕장은 참 곱게 생겼다. 해운대 해수욕장의 백사장이 길이도 길고 모래도 고와서 유명하다 들었는데, 은모래 해수욕장의 모래도 그에 못지 않게 참 곱다. 몇해 전 여름에 어머니를 모시고 가족과 함께 와서 해수욕을 했던 기억이 난다.
조금 더 가서 있는 설리 해수욕장은 아는 사람들이 많이 없는 곳인데, 가족과 함께 따뜻한 봄날 캠핑을 왔던 곳이다.
집에 가까워오니 내가 가족과 함께 머무르며 시간을 보냈던 곳이 하나 둘 나타나고, 풍경 속에 녹아있는 추억들이 몇일 전 일처럼 기억에 떠오른다.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한장의 사진처럼 남아 머릿속에, 눈 앞에 떠오르는 영상에 빙긋이 웃음이 난다.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이미지 또한 아마도 내가 찍었던 사진 속의 모습이지 싶다.
내 기억력은 한계가 있고, 인간의 능력으로 모든 순간을 기억할 수 없기에 또 인생에서 어떤 부분은 잊어야 살 수 있는 존재이기에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사진으로 남겨둔 순간은 시간이 지나서도 그때의 기억과 기분과 짧은 영상처럼 재생되는 그녀의 눈빛,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오롯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진으로 남겨둔 순간은 모두 행복한 순간이다. 어느 누가 불행하고 잊고 싶은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 추억할까.
오늘 찍은 이 사진을 나중에 들춰 보면서 지금 이 순간의 내 모습과 떠오른 기억을 또다시 추억하게 되겠지.
핸드폰 액정이 망가졌을 때 내가 제일 먼저 걱정한 것이 저장된 사진은 괜찮을까였던 이유이다.
물건리 해안도로에 있는 보물섬 전망대는 최근 스카이워크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곳이다. 나의 전국일주 컨셉과는 맞지 않는 곳이라 패스한다.
예전에 초창기 독일마을이 남해에 들어섰을 때 관광을 와 본 적이 있었다. 이색적인, 놀이공원에서나 볼수 있을 법한 건물들이 지어진 초창기 독일마을에는 파란눈에 금발을 가진 아이들과 동서양이 공존하는 부모가 산책을 나오기도 하였고, 이제 슬슬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작은 소란으로 주차금지 푯말이나 사람 사는 집으로 구경 안된다는 푯말이 막 서기 시작한 때였다.
그때 독일마을을 보면서 나는 관광을 왔지만 보금자리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이 분들은 낯선 관광객들의 두리번거리는 시선이 불편하지는 않을까 생각되고 마치 남의 집 대문을 아무렇게나 열고 고개를 넣어 두리번거리는 것처럼 미안해서 마을 작은 호프에서 파는 독일식 맥주에 수제 소세지를 기념삼아 먹고 서둘러 나왔던 기억이 있다.
독일마을은 파독 한국인들이 은퇴 후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남해의 작은 마을에 옹기종기 모여 살면서 만들어진 곳으로 빈곤했던 우리 역사의 한 면을 보는 것이며 외국에 나가 열심한 생을 살고 고향으로 돌아온 분들에 대한 존경이 공존하는 곳이라 나름 의미가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오늘 마주한 독일마을은 관광객과 카페, 식당, 주점, 기념품 가게가 주인이 되어버리고, 파독 한국인들의 소중했던 노고와 일상은 이제 만나보기 힘든 곳이 되어버린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든다.
기원도 의미도 잘 모르는 할로윈데이 파티가 아이들과 청년들 사이에 축제일이 되어가는 것에 비해 8월 15일 광복절은 큰 의미도 없이 그냥 노는 날이 되어버려 쓴 입맛이 도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
남해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 썰물이 들어 나타난 갯펄과 선조들의 지혜가 만들어낸 죽방 멸치잡이 구조물이 보이는 창선교를 지난다. 꾸준히 자연을 관찰하며 만들어낸 죽방 멸치잡이는 선조들이 과학이 발달한 현대인들 만큼이나 지혜로웠고 현명했다는 증거라 생각한다. 그들은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없었으나 물 속을 들여다 보고 멸치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습성을 파악하는 과학적인 사고를 했던 것이 아니겠는가.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남해를 빠져나와 사천시로 넘어선다. 바닷길을 도는 것이 생각보다 거리가 있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실안 노을길에서 바라보는 노을이 좋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구름이 많아 이곳에서 노을을 기대하기는 어렵겠다 싶다.
바람도 너무 세게 불어 삼각대를 세울수 없으니 마무리 점프를 찍지도 못하겠다.
뭐 어떠랴, 또 어느 장면에선가 멋진 풍경 속에서 마무리 점프를 찍을 기회가 오겠지.
여행이 내게 준 긍정의 마음이다.
사천과 맞닿아있는 고성 상족암 군립공원으로 들어선다. 우리나라 최대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있는 곳으로 공룡을 좋아하는 만 3세~6세 정도의 아이들과 함께 오면 좋은 곳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공룡엑스포가 취소되었는데, 몇해 전 첫째가 초등학생일 때 어린 둘째와 함께 공룡엑스포를 둘러봤었다. 공룡 모형을 무서워하며 뒷걸음질 치던 둘째의 모습이 떠올라 빙긋한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가족이란,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이란 이런 것이구나.
그간 16일을 돌아다니면서 느껴보지 못한 강한 추억의 편린들이 경남에 들어오면서부터 짧은 동영상처럼 자동재생 되어 나타난다.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난 이후의 마음처럼 포근한 감정이 물결되어 온 마음으로 퍼져나간다.
기억과 시간 속에서 숙성되고 농익은 추억의 향기가 아주 진하게 느껴진다. 이제 가족을 만나러 집으로 가야겠다. 그립다.
언제나처럼 나에게 멋진 마무리 점프를 할 수 있는 풍경을 선사해 준 자연은 오늘도 내게 좋은 시각에 좋은 풍경을 선물해 주었다.
상족암이 보이는 바닷가에서 노을진 하늘을 배경으로 따뜻한 마음과 함게 오늘의 마무리 점프를 남긴다.
오늘의 여정 : 남해바닷길 1. 사성암~ 23. 상족암 군립공원
첫댓글 대단하십니다^,
함께하지못하지만 남은여행 안운하시어 좋은 추억으로 마무리 하시기바랍니다
제가 우짜다보니 17일차 글에만 댓글에 답을 안했네요. 일상으로 복귀하며 나름 정신이 없었습니다. 마무리 잘 하고 행복한 마음 가득하게 일상생활 시작했습니다. 응원 감사드립니다.
남해일주 정말 멋진 루트이죠.
보리암은 셔틀을 타고라도
오르셨으면 좋았을 절경입니다.
하동 구제봉활공장에 오르셨으면
한산사와 최참판댁, 섬진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절경을 감상하셨을텐데 시간이 없는 게 아쉽네요.
끝까지 안전운행 하십시오.
펀치님 응원 감사드립니다. 시간이 좀 더 넉넉했다면 모든 포인트를 꼼꼼하게 돌아봤을텐데 1달의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습니다. 남해쪽은 제가 사는 곳과 가까우니 다음 기회에 꽃피는 봄에 다시 한번 돌아볼 생각입니다. 그때 꼭 다녀와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간만에 카페에 들어왔는데 지금도 일주중이라니...
도깨비 지심님의 열정과 한권의 책을 읽듯 작가님이라해도 손색이 없으심에 놀람과 경의를 표합니다.
또한 제가 사는 사천 주위의 여행록이라서 그런지 정감이 가네요..
끝까지 안전운전 하시고 성공을 기원합니다.
일주는 끝났는데 일상생활 복귀하느라 정리가 좀 늦어졌었네요. 모자란 글인데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드립니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에 감동받아 글이 술술 잘 쓰였나 봅니다. 행복하고 감격스런 여행을 가슴에 담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멋지시네요~~
칭찬 감사드립니다. 멋진 자연 속에 있다보니 그리 보이는 모양입니다. 근심 걱정이 적으니 더 그래 보였나 봅니다. 앞으로도 멋지게 살아가도록 노력해 보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몇 컷은 예술 작품을 보는듯 합니다~~~
이유불문 아시쥬~~
즐라 안라 행라 ㅎ^~
아름다운 자연은 아무렇게나 찍어도 예술인가 봅니다. 좋은 재료가 맛있는 음식의 전부인 것 처럼 말이죠. 로드킹님의 많은 응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와.최고
풍경이 정말 와 최고 였습니다. 사진에 다 담을 수 없는 것이 아쉬웠네요. 감탄사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위성 사진으로 보니 망운산은 금오산에 비해 도로폭도 좁고 포장상태가 안좋군요.
망운산은 도로 포장상태가 안좋아서 초보이신 분들은 오르기 벅찰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풍경은 정말 너무 좋았습니다. 그 멋진 풍경을 저 혼자 독점하였는데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더라구요
제가 꿈꾸던 투어를하고 게시네요.
멋쟁이! 엄지척!
엄지척 감사드립니다. 저도 다른 분들의 투어 후기를 보면서 부러워하고 꿈꾸던 투어를 이번에 하게 되어 너무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님께서도 꼭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망운산 정말 멋진곳이죠
남해하면 보리암이 있는 금산을 생각들 많이 하시지만
실제 남해의 진산은 망운산이고 남해 분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곳입니다
사성암도 참 멋진곳이죠..
제가 처음 사성암을 가고 이곳 할리카페에 처음으로 소개했을때
올라가다보니 정상 스님계신곳까지 갔었습니다..
망운산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너무 압권이라 말씀대로 남해 분들이 자랑스러워 할만하다 생각됩니다. 사성암에서 바라본 아침 바다도 감동이었구요. 눈만 돌리면 절경이니 남해바닷길도 참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