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께인 8월 18일 급히 서울로 향했다
둘째딸아이가 서강대에서 학위를 받기 때문이었다.
서울역에서 공항가는 전철을 찾아서 타고 가다가 공덕에서
환승하여 서강대역에서 하차해서 걸어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번출구로 나가니
저멀리 '서강대학교'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에
그것만 보고 죽 걸어가니 정문이 나왔다.
교문입구에는 꽃다발 장사들이 꽃을 팔고 있어
값을 물어보니 2만원이었다.
그냥 빈손으로 달려왔는데 축하용 꽃다발이라도 하나 사 주고 싶어
장미꽃 묶음 한다발을 샀다.
사진사들이 샘플용 사진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어라고
뒤따라 다녔다.
정문에서 학위수여식이 있는 소강당 까지는 100여m쯤 되는데
내리쬐는 뙤약볕을 걸어서 올라가자니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2시부터 학위수여식이 시작되었다. 식이 진행되는데도 여기저기서
사진 찍는다고 소란스러웠다.
영국에 있을 때 카디프대학 졸업식에 들어가 보니
학생과 가족들 그리고 식 에 참석할 교직원들에게는 입장권을 미리 신청하라고 하여
졸업생가족들에게는 두어장 교직원들에게도 입장할 수만큼 나눠주어
입장권이 없는 사람들은 아예 입장조차 할 수 없었다.
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정숙한 분위기에서 아주 조용하게 진행되는데
누구 하나 사진을 찍는 사람을 볼 수 없었다.
그만큼 선진국 시민과 우리와는 민도 차가 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학위식이 끝나고 밖으로 나와서
딸아이와 기념 사진을 한장 찍었다.
나이가 좀 들어뵈는 사진사가
오늘 한 건도 못했다고 사정을 호소하기에
적선하는 셈 치고 내 카메라도 있었지만
한커트 찍기로 했던 것이다.
A4 사이즈에 보통 5만원 받는데 3만원에 해 주겠다고 해 놓고선
사진을 찍을 때 독사진도 찍고 해 샀더니
계산을 하려니 독사진과 가족사진 10만원을 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기념사진 한장에 3만원이라고 해 놓고선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독사진도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그렇게 하라고 잡아떼었다.
내 지갑속에는 현찰이 3만원밖에 없었다. 한판만 하겠다고 하면서
집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제대로 만들어 보내줄지 믿어 볼 일이다.
나는 고등학교와 대학 졸업식 때 집에 카메라가 없었으므로
사진사들에게 기념사진을 맡겠는데 두 번 다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졸업사진이 없다.
사진을 한 장 박고는 짐을 챙겨서 딸애가 사는 파주로 가서
하룻밤을 잤다.
다음날 딸애가 여수학회에서 논문 발표가 있다고 같이 집을 나서자고 했다
출근시간에 급히 챙겨 나와 전철을 탔다.
용산역에 내려서 딸애는 여수로 가고 나 혼자 덩그런 역사 안에 남았다.
역사를 새로 지은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철골구조물이었다.
한시간쯤 시간적 여유가 있어 의자에 앉아 오고 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미군들이 간간이 보여 예전 용산기지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시청앞 코리아나 호텔에서 약속이 있어 그리로 가면 되었다.
딸아이가 1호선 타고 시청역에서 내리면 된다고 일러주었다.
약속시간 한 시간 전에 준비해 나서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철타는 곳'이라는 안내문이 붙은 곳으로 걸어갔더니 1호선과 6호선
그리고 itx 표시가 돼 있어 1호선 프랫폼으로 찾아 내려갔다.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
프랫폼에는 열차가 정차해 있어 그냥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전부 좌석으로 돼 있고 타는 사람들이 자기 좌석을 찾았다.
뭔가 잘 못된 것 같아 다시 내렸다. 알고 보니 춘천 가는 열차였다.
조금 기다리니 '용문행'이라는 열차가 들어왔다.
1호선 플랫폼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이 넘을 타면 무조건 서울역방향으로 가겠지
하고 탔었다. 그런데 한 두 역을 지나는데 보니 내 에상과는 달리 생긴 듣도보도 못한 역명이 나왔다.
"아차 잘못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없이 옆에 앉은 젊은 여자에게 시청으로 가려면 어디서 환승을 해야 되느냐고 물었더니
폰으로 지하철 노선도를 찾아 보더니 왕십리에서 환승하라고 알려주었다.
시간도 제법 걸렸다. 잘못했다간 약속시간도 놓칠 것 같았다.
시청역에서 하차하여 대한문쪽으로 급히 걸었다. 호텔에 도착하니 약속시간 3분전이었다.
가까스로 약속시간을 지킬 수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1차원 인간밖에 되지 못하는 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첫댓글 혼자서도 서울 지하철 타는 것 보니 우리 마담 대단하다. 서울 역 나오는 구멍을 몰라 1시간 해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