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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외패황궁 3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홍소미는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마대위가 십이사영과 싸운다면 틀림없이 패할 것이요,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마 소협의 무공이 아무리 증진되었다고 해도 십이사영 모두를 상대하기는 역부족이야.
어떻게 하지? 공성대사님께 부탁을…, 아냐. 대사님은 아직 나서실 때가 아냐. 그럼, 이 일을 어떻게 하지?’
홍소미의 안타까운 눈길에도 불구하고 마대위는 살기어린 미소를 지은 채, 자신 앞에 오연히 서 있는 십이사영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십이사영 중 한 명이 조소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허, 이런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군. 감히 뭘 믿고 우리 앞에 나선거지?”
그의 말에 마대위가 짜증 섞인 표정으로 이죽거렸다.
“씨팔, 뻘건 옷을 입은 새끼들만 보면 왜 이렇게 대가리에 쥐가 나는지 모르겠네.
그리고 이놈들은 사내자식들이 멀쩡한 팔다리 놔두고, 왜 계집처럼 말이 많은 건지.”
순간 십이사영의 몸에서 숨이 막힐 정도의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강호의 무명소졸에게 설마 이런 욕설을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더군다나 자신들을 노려보며 건들거리는 모습은 예의를 중시여기는 명문정파에서 무공을 익힌 놈이 아님을 능히 짐작케 했다.
자신을 향해 살기를 뿌려대는 십이사영을 노려보던 마대위는 허리에서 쌍부를 천천히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두 손에 하나씩 나누어 잡은 뒤 가슴을 활짝 폈다.
“이걸 뽑아든 이상 네놈들을 살려주고 싶어도 어렵게 되었다는 걸 알려주고 싶군.”
그의 말에 십이사영은 두 눈에 이채를 발했다. 그리고는 팔비신검 막추를 바라보았다.
팔비신검 막추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눈에 가시 같은 건달놈을 합법적인 방법으로 제거할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눌러 참은 채, 막추가 무표정한 얼굴로 홍소미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생사를 가르는 싸움이 될 것 같소만…,
뭐, 저자가 진심으로 사죄를 한다면 이쯤에서 용서해 줄 용의도 있소이다.”
홍소미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아무리 이쪽에서 큰 도발을 했다고 할지라도,
천외패황궁 측에서 무림맹의 특사들에게 살수만은 쓰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마대위의 말 한마디는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경비무사들을 부상시킨 마대위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던 그들이 가만둘 리가 없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목숨을 빼앗으려 할 게 뻔했다.
홍소미는 초조한 표정으로 공성대사를 바라보다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리고는 마대위에게 말했다.
“적월. 그만하면 되었다. 간단히 사과하고 이만 물러서도록 해.”
그녀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마대위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
“이런 새끼들에게 사과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속하에게 맡겨 두십시오.”
순간 홍소미가 거의 사색이 된 얼굴로 소리쳤다.
“적월! 명령이다. 어서 사과하고 물러서!”
그러나 마대위는 고집스러운 표정으로 십이사영을 노려보기만 할 뿐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홍소미는 마대위가 자신의 명에 따르지 않으리라 작심한 것을 깨닫고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의 이런 모습에 놀란 쪽은 오히려 특사단 일행들이었다.
제 아무리 임시맹도인 암월대 소속이라지만 홍소미는 어엿한 그의 상관이 아닌가.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기본에 익숙해져 있는 그들로서는 마대위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상관으로서의 의연함을 보여주기보다는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구르는 홍소미의 모습은
서방을 전쟁터에 내보내는 영락없는 아낙이 아닌가.
특사단 청년들은 처음 홍소미가 직접 마대위를 데려왔을 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이곳까지 동행을 하면서 마대위와 사소한 충돌이 있을 때마다 홍소미는 왠지 그를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들 사이에 막연한 뭔가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 것도 그때부터였다.
그래도 설마 했던 상황이 현실로 닥치는 듯하자 그들은 눈이 뒤집어지는 듯 했다.
특사단 청년들의 두 눈에서 질투의 불꽃이 튀었다.
‘놈! 차라리 저기서 죽어버려!’
무림맹 특사단으로서의 중차대한 임무는 이미 머릿속에서 떠나버렸다.
그들은 오로지 마대위가 십이사영에게 맞아 죽어, 강력한 정적(情敵)하나가 제거되기를 바랬다.
팔비신검 막추가 홍소미와 공성대사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슬쩍 떠보듯 말했다.
“뭐, 사과할 뜻이 없다면이야 실력으로 증명할 수밖에…,
어쨌든 이후의 일은 본궁에서 전혀 책임질 수 없으며, 무림맹에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리라 믿소이다.”
자신의 말에도 공성대사와 홍소미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자 팔비신검 막추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대답이 없으시니 그럼, 동의 하신다는 뜻으로 알겠소이다.”
그는 즉시 십이사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허락의 뜻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십이사영의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피어났다. 그리고 몸까지 부르르 떠는 것이,
건방지기 짝이 없는 파락호 놈을 어떻게 죽여줄지 생각만 해도 짜릿해 하는 모습이다.
마대위가 머리를 가볍게 돌리며 몸을 풀었다. 그리고는 땅에다 침을 한차례 뱉은 후 빈정거리듯 말했다.
“병신 같은 놈들…, 주인이 허락을 해야만 꼬리를 치는 개새끼들이로군. 덤벼봐!”
마대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십이사영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지며 무서운 검기가 폭풍우처럼 몰아쳤다.
“거, 검벽!”
홍소미를 비롯한 특사단 일행들의 입에서 동시에 경악에 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십이사영이 동시에 연환검을 펼치자, 수많은 검기가 물 한 방울 새어나가지 않을 정도로 허공을 가득 메웠다.
서슬 퍼런 괴수의 발톱 같은 검기의 파도.
피할 틈도 없이 덮쳐오는 그 가공할 모습에 십이사영의 명성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날아드는 검기의 폭풍 한가운데 서 있던 마대위는 폭풍 속의 일엽편주(一葉片舟)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피비비빗!
질긴 가죽을 날카로운 물건으로 긁는 듯한 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오며 수많은 검기가 마대위를 휩쓸고 지나갔다.
“아!”
누군가의 입에서 놀라움에 가득 찬 경악성이 흘러나왔다.
수십 조각으로 분쇄되어 시신조차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마대위가 우뚝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상의는 수많은 검기에 베어져 누더기처럼 너덜너덜 거렸지만 마대위의 표정은 태연했다.
아니, 엉망이 된 옷을 내려다 보는 그의 얼굴은 짜증스런 표정이었다.
분명 날카로운 십이사영의 검기가 그의 몸에 모두 적중한 것이 분명한데, 멀쩡하게 서 있을 수 있다니.
특사단을 비롯해 십이사영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대위를 멍하니 바라만 봤다.
잠시 자신의 옷을 살펴보던 마대위는 너덜거리는 상의를 거칠게 찢어발겼다.
찌익.
구릿빛으로 번들거리는 피부에 잘 발달된 근육으로 뭉친 마대위의 상체가 드러났다.
그의 상체에는 아무리 눈을 씻고 살펴봐도 검기에 베인 흔적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대위가 익힌 대력금강기의 위력을 잘 알고 있는 홍소미조차 이 모습에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과거 신독문을 향해 갈 때에도 이런 일이 몇 번 있었지만 그때는 분명히 붉은 혈흔이 생겼었다.
그리고 검기를 뿜어낸 고수의 수준이 다르지 않은가.
아무리 절세의 기공이라고 하지만 엄청난 검기를 맞고 생채기조차 나지 않다니.
홍소미는 일순 그가 혹시 무림에 전설적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금강불괴를 이룬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곧 자신의 생각을 부정이라도 하듯 거칠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절세의 기공에 기연을 만났다고 해도, 이제 겨우 서른을 넘은 나이에 금강불괴를 이룰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엔 어려웠기 때문이다.
멍한 눈빛으로 마대위를 바라보던 홍소미는 처음 그의 기공을 보고 되뇌었던 말을 자신도 모르게 또다시 중얼거렸다.
“불가사의한 사람…….”
한편 소림의 공성대사는 두 눈을 부릅뜬 채 마대위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가 아는 한 십성의 경지에 이른 소림의 금강불괴신공(金剛不壞神功) 말고는,
검기에 적중당하고도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기공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마대위가 그에 버금가는 기공을 익히고 있으니 당연히 그 놀라움은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대위는 이들의 놀라움을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가볍게 몸을 풀었다.
“십이사영이라는 그럴듯한 이름들을 가지고 있기에 제법 한가락 하는 새끼들인 줄 알았더니…,
착각했군. 잘 봐. 진짜 싸움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탓!”
말을 마친 마대위는 가벼운 기합성과 함께 땅을 박찼다.
쉿!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 마대위의 앞에 있던 공간이 찢겨져 나갔다.
눈 한번 깜빡이기도 전에 마대위는 순식간에 거리를 단축하며 십이사영의 전방으로 육박해 들어갔다.
“헉!”
당황한 십이사영 중 두 명이 다급히 검을 휘둘러 막았지만 마대위의 신형이 한차례 흔들리는 듯 하더니
검을 피해 두 사람의 사이로 파고들었다.
츄악!
날카로운 금속성과 함께 두 개의 목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잘려나간 목에서 뿜어져 나온 핏줄기로 인해 순식간에 주위는 비릿한 혈향으로 가득 찼다.
두 명을 벤 마대위의 신형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또 다른 검수의 전방에 귀신처럼 나타났다.
검수는 급히 뒤로 물러서며 검을 휘둘렀지만, 추뢰영의 가공할 속도와 신행백변의 신묘한 보법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땅!
또 한차례의 금속성과 함께 그의 검이 힘없이 부러져 나갔고, 곧이어 수급 하나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신병이다! 조심해!”
팔비신검 막추는 피를 토하듯 소리쳤다. 거무튀튀한 도끼 두 자루의 위력이 저처럼 가공할 줄 어찌 알았으랴.
천하에 신검과 신도, 그리고 기병에 대해 거의 알고 있다고 자부하던 그로서도
이처럼 무서운 두 자루의 도끼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무림에서는 아주 작은 방심조차 용서하지 않는다. 순간의 방심에 생사가 갈리는 것이다.
십이사영은 마대위를 우습게 보았고, 그 결과 순식간에 세 명의 목이 날아간 것이다.
나머지 살아남은 십이사영은 막추의 외침을 듣기 전에 다급히 뒤로 물러서며 한 곳으로 모였다.
흩어져 있다가는 마대위의 가공할 신법에 각개격파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열둘이 하나를 사냥하기 위해 포위하고 있던 형세가 정반대가 되고 말았다.
마대위는 자신 앞에 둥글게 모인 십이사영을 바라보며 차가운 미소를 머금었다.
“모조리 죽여주지.”
자신들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마대위의 모습을 본 십이사영 중 아홉은 이를 악물었다.
상대는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무림맹의 무사 나부랭이가 아니었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강한 기공과 두 손에 들고 있는 절세의 신병 도끼 두 자루.
그리고 한 호흡에 세 명을 벨 정도의 실력자였다.
거기에다 눈으로 따라잡지 못할 정도의 신법까지 갖추고 있으니,
자신들의 실력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통감했던 것이다.
살기에 찬 마대위의 모습에 십이사영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역체진력, 연환일검!”
순간 그들의 얼굴에 비장한 기색이 흘렀다.
이 수법은 무공이 고강한 고수를 상대하기 위해 동귀어진조차 불사하는 초식이었던 것이다.
우웅! 웅!
용의 울음처럼 나지막한 검명이 대기를 울렸다.
십이사영은 이제 단 일검에 자신들의 모든 힘을 쏟아 부을 것이다.
그 후에는 살아남더라도 일 년은 족히 정양을 해야 진기를 회복할 수 있을 정도로 탈진상태가 될 터이지만, 상관치 않았다.
상대만 죽일 수 있다면 목숨조차 내버릴 각오가 되어 있는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심상치 않은 이들의 기세를 느끼기라도 한 듯, 다가오는 마대위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십이사영이 익히고 있는 검법은 한가지였다. 바로 팔비신검 막추가 익히고 있는 삼십육선풍검(三十六旋風劍)이다.
비록 십이초식까지 밖에 전수받지 못했지만, 합격의 묘미를 살리면 천하에 상대할 수 있는 고수가 많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무서운 건, 지금 이들이 펼치려고 하는 연환일검이다.
선두에 서 있는 자가 삼십육선풍검의 제 일초를 펼치고,
그 후미에 따르는 자들이 이초, 삼초를 연이어 펼치는 것이다.
대개의 연환검은 한 호흡에 수십 초의 공격이 잇따라 이어지는 수법이기에
시전자가 적절한 힘의 안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처럼 각 초식마다 한 사람이 전력을 다 쏟아 부어 잇달아 펼치게 되면,
상대는 필생의 공력이 집결된 각각의 연환검법을 연이어 받아내야 하는 것이다.
강호에서 위명을 날리는 고수라 해도 이, 삼초까지 버티는 것이 고작일 뿐,
결국은 내력이 딸려 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는 필살의 수법이다.
“이야아!”
선두에 서 있던 십이사영 중 한 명이 혼신의 힘을 다해 검을 휘두르며 정면으로 쇄도하고 있는 마대위를 맞이했다.
파바밧!
“크악!”
그러나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그는 허공으로 퉁겨 올라갔다.
마대위가 검기를 몸으로 받으며 그의 가슴을 들이받아 버렸던 것이다.
마치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는 거대한 마차에 정면으로 들이받힌 듯한 모습이었다.
그가 내지른 비명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두 번째 검수의 제 이초가 날아왔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처참한 모습으로 날아가 휴지조각처럼 구겨졌다. 그리고 세 번째, 네 번째도.
팔비신검 막추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연이어 퉁겨져 날아가는 십이사영을 바라보았다.
상대는 십이사영의 전력을 다한 검을 가볍게 날려버리며 거침없이 전진하고 있었다.
검기를 쓰는 9명의 고수들이 내공을 모두 합친 것만큼이나 강한 내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천하에 그 누구도 이처럼 정면으로 부딪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상대는 이렇게 불가능한 일을 마치 장난처럼 해내고 있지 않은가.
꽝!
“크악!”
마지막 아홉 번째의 검수가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는 것을 끝으로 마대위의 신형이 멈췄다.
그의 앞에는 팔비신검 막추가 할말을 잊은 듯 망연한 표정으로 사방에 쓰러져 나뒹구는 수하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자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는 십이사영을 한순간에 모두 잃었으니, 그의 심정은 피를 토할 듯 처참하기만 했다.
흐려져 있던 팔비신검 막추의 두 눈이 초점을 되찾았다.
그리고는 팔짱을 낀 채 여유로운 표정으로 서 있는 마대위를 향했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열 번도 더 죽였을 것이다.
붉게 충혈된 막추의 두 눈에서는 핏물이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듯 했다.
“이놈!”
분노의 일갈과 함께 막추의 머리카락이 쭈삣 섰다. 동시에 막강한 기세가 그의 온몸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천외패황궁 내에서도 고수인 그답게, 십이사영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무서운 기세였다.
홍소미조차 그의 살기에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춤 물러설 정도였으니 말이다.
검을 날릴 것 같은 팔비신검 막추의 모습에도 마대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 잘 걸렸다 하는 표정을 지으며 정면으로 마주보았다. 극히 도전적인 태도다.
금방이라도 도검이 난무할 것만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엄청난 일갈이 공성대사의 입에서 터져 나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갈!”
이 외침에 얼마나 심후한 내공이 실려 있었는지 땅이 뒤흔들리며 십장 내에 있는 나무들의 잎사귀들이 떨어졌다.
특사단 일행들 모두 신음성을 흘리며 괴로운 표정을 짓는 것으로 보아 가벼운 내상을 입은 게 분명했다.
게다가 팔비신검 막추조차 흠칫 하는 표정으로 주춤 물러섰다.
‘사, 사자후(獅子吼)…….’
짙은 살기가 어려 있던 눈빛은 이미 사라졌다. 팔비신검 막추는 경악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공성대사를 바라보았다.
피사, 항마(降魔)의 위력이 있다는 불문 최고의 음공인 사자후가 아니라면
어찌 자신의 철벽같은 견고한 의지력을 허물고 살기를 녹여버릴 수 있겠는가.
해탈에 이를 만큼 깊은 불도를 이뤄야만 시전 할 수 있다는 사자후를 직접 경험한 막추로서는,
소림사라는 범접할 수 없는 이름의 무게가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듯 했다.
한편 마대위도 공성대사의 일갈을 듣고는 가슴이 조금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의 내공이 공성대사의 사자후에 내부가 흔들릴 수준은 아니었지만,
묘하게도 그 외침 속에는 자신의 살기를 누그러트리는 뭔가가 있었다.
더 이상 싸울 맛이 사라져버린 마대위는 입맛을 다시며 쌍부를 다시 허리춤에 갈무리했다.
“에이, 아직 손맛도 제대로 못 봤는데…….”
잠시 투덜거리던 마대위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어슬렁거리며 일행에게 돌아왔다.
그의 모습을 자애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공성대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팔비신검 막추에게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이보시게 막 대협. 더 이상의 희생은 없었으면 하네. 이만 우리들을 안으로 들여 보내주시는 게 어떠한가?”
말을 마친 후 가볍게 합장을 하는 공성대사에게 막추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애초에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말한 건 자신이 아니었던가.
그는 내심 이를 으드득 갈아 부쳤지만 더 이상 흥분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단지 다소 굳은 표정으로 공성대사에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약속대로 이번 일은 여기서 덮어두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나를 따라오십시오.”
팔비신검 막추가 앞장서자, 특사단 일행은 그를 따랐다.
길을 가며 홍소미는 슬쩍 마대위에게 눈짓하며 걱정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마대위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몸짓을 해 보였다.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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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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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수걸이 한판 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