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이백쉰여섯 번째
싸가지 있는 젊은이들
아이들이 예의가 없거나 태도가 불손하면 ‘싸가지가 없다’라든가 ‘싹수가 노랗다’라는 말을 흔히 씁니다. 싸가지는 싹의 모가지인 ‘싹아지’가 변한 말이고, 이삭 대의 이삭 패는 자리가 싹수(穗)입니다. 그러니 싸가지는 있어야 하고, 싹수가 노래서는 안 됩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이 요즘엔 통하지 않겠지만, 맹자는 ‘걱정과 어려움이 나를 살게 하고, 안락함이 나를 죽음으로 이끈다/生於憂患 死於安樂’고 가르쳤습니다. 싸가지 있는 자의 삶의 태도입니다. 그러나 남에게는 그리 말하지만, 부모 마음은 아무래도 ‘내 자식만큼은 편해야지’ 그럴 겁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우리 세대와는 달리 자기가 좋아하는 일,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일에 용감하게 나섭니다. 그렇게 직업을 택하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거기에 몰두하는 청년들을 볼 때마다 박수 쳐주고 싶습니다. 플라톤은 “큰길이 되지 못하면 작은 오솔길이 되고, 태양이 되지 못하면 작은 별이 되면 그만이다. 성공과 실패의 척도는 눈에 보이는 크기가 아니라 얼마나 나답게 했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일러주었습니다. 최근 인구 96명에 불과한 강원도 인제군 남면 신월리 청년 둘을 소개하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원에서 환경지리학 석사 학위를 받은 청년과 옥스포드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엘리트랍니다. 이들은 도축 직전에 있던 꽃풀소 5마리를 구출해 키우면서 수명이 다할 때까지 동물들을 돌보는 ‘팜 생추어리 Farm Sanctuary’ 활동을 하고, 폐교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되살려 ‘국내 최초 비건마을’을 만드는 지역 활성화에 적극 도움을 주고 있답니다. 예전 같으면 그리 공부해서 겨우 소나 키우고 농촌에 사느냐는 눈총을 받았겠지만, 지금 그들은 만족하고 있답니다. 싸가지가 있는 젊은이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