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전문 채널 ESPN은 지난해 '인사이더' 코너를 통해 '2002시즌 최고의 선수는 누구인가'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바 있다. 짐 헨즐러가 개제한 이 기사에서 김병현(19.7)은 랜디 존슨(28.7), 커트 실링(23.7)에 이어 내셔널리그 투수 부문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같은 순위 산정의 기초가 된 것은 야구 통계학자 빌 제임스가 고안한 '승리공헌도(Win Shares)'라는 개념이다. 승리 공헌도란 선수들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첨단평가 시스템이다. 보직이나 포지션에 상관없이 개인의 활약이 얼마나 많은 팀 승리를 이끌어냈는가를 산출하기 때문에 투수는 물론 타자도 똑같이 '승수'라는 단위로 환산이 가능하다. 스포츠서울닷컴에서는 2003시즌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활약상과 함께 올 시즌 최고의 한해를 보낸 빅리거들을 승리 공헌도에 입각해 정리해봤다.
- 승리 공헌도란?
올시즌 보스턴의 테오 엡스타인 단장은 부임하자마자 타점, 홈런, 타율 등 고전적인 야구기록 대신 고성능 컴퓨터로 선수들의 갖가지 기록들을 분석하는 시스템을 사용해 화제가 됐다.
현재 컴퓨터 야구기록분석(세이버 메트릭스)을 활용해 효과를 보고 있는 팀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다. 90년대 초반 이후 침체기를 걷다가 최근 4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오클랜드의 성공 이면에는 천재단장 빌리 빈의 철학이 있었다. 빈의 구단운영 비법은 메이저리그의 경영 스타일에도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정도다.
대다수의 컴퓨터 야구기록분석은 선수 개인이 기록한 득점이나 타점을 계산하는 대신 한 선수가 팀에 과연 몇 점을 올릴 기회를 제공했는가를 따진다. 안타, 볼넷, 희생타, 도루 등 팀에 베이스를 추가시키는 공격행위를 플러스 값으로 잡고 삼진, 아웃, 병살타, 도루실패 등 베이스를 깎아먹거나 공격기회를 날리는 행위를 마이너스 값으로 잡는다. 여기에 몇 가지 보정(안타에 1을 곱하고 희생타에는 0.52를 곱하는 등)을 거쳐 '이 선수는 팀에 얼마나 많은 베이스(득점)를 생산했는가'를 평가한다.
승리 공헌도 역시 이런 생각에 뿌리를 둔다. 투수는 물론 타자에게도 실점 등의 개념을 도입하고 팀의 승패도 감안해 득점이 아닌 승리와 패배에 선수가 미친 영향력을 측정한다. 대체로 선수들의 승리 공헌 수치를 합하면 그 팀이 올린 승수의 3배가 된다. 역으로 선수 개인의 승리 공헌 수치를 3으로 나누면 한 시즌 동안 선수가 팀에 기여한 승수를 추론할 수 있다.
- 가니에-푸홀스 '2003년 최고선수'
투수들의 전통적인 통계인 승수나 세이브수는 팀 타선의 지원여부나 수비실책 등에 따라 좌우되지만 승리 공헌 평가시스템은 이런 외부적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 특징이다. 오로지 선수가 얼마나 많은 팀 승리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며, 이것이 곧 진정한 의미의 승리 공헌도라고 할 수 있다.
승리 공헌 랭킹을 제공하는 통계전문 사이트 베이스볼 그래프(www.baseballgraphs.com)에 따르면 올시즌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투수는 LA 다저스의 수호신 에릭 가니에다. 승리 공헌 25포인트를 기록한 가니에는 이번 시즌 55연속 세이브에 지난해까지 포함해 63연속 세이브의 대기록으로 종전기록(54연속 세이브)을 갈아치웠다. 시카고 컵스의 마크 프라이어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제이슨 슈미트도 팀 승리에 가장 많이 공헌한 투수로 평가됐다.
아메리칸리그는 팀 허드슨(오클랜드)과 에스테반 로아이자(시카고W), 로이 할러데이(토론토)가 나란히 23포인트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보스턴의 에이스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20포인트로 5위에 올랐다.
타자부문에서는 세인트루이스의 알버트 푸홀스가 압도적이다. 41포인트를 얻어 메이저리그 전체 선수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미스포츠전문 주간지 스포팅뉴스가 뽑은 '올해의 선수'이기도 한 푸홀스는 올시즌 양대리그 통틀어 최고 타율인 0.359를 기록했으며 212안타(NL 1위), 137득점(1위), 43홈런(4위), 124타점(4위) 등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부문에서 리그 상위에 올랐다.
내셔널리그에서 푸홀스의 뒤를 잇는 타자들은 샌프란시스코의 거포 배리 본즈(39·이하 괄호속 숫자는 승리 공헌 포인트)와 애틀랜타 개리 셰필드(32), 콜로라도 토드 헬튼(32), 필라델피아의 짐 토미(30)등이다.
한편 아메리칸리그 타자들로는 1위 알렉스 로드리게스(32.5)를 선두로 토론토의 카를로스 델가도(32), 시애틀 브랫 분(30), 양키스 호르헤 포사다(28), 보스턴의 매니 라미레스(28)의 이름이 보인다.
- 코리안 빅리거들은?
보스턴 레드삭스 김병현의 구위와 배짱은 아메리칸리그에서도 통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원조 박찬호(텍사스)의 부진이 못내 아쉬웠지만 서재응(뉴욕 메츠), 봉중근(애틀랜타)의 깜짝 호투와 최희섭(시카고C)의 첫 한국인 메이저리그 타자 데뷔 등 2003년 메이저리그는 어느 해보다 한국 선수들의 이야기로 풍성했다.
◇'역시' 김병현=애리조나에서 선발로 전환했으나 타선의 지원 부족으로 고전하던 김병현은 보스턴으로 이적한 뒤 마무리로 다시금 빛을 발했다. 승리 공헌도 11포인트. 올시즌 17승을 올린 데릭 로가 12포인트로 김병현과 유사한 값이 나왔다. 지난해 승리 공헌도 20포인트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투수 3위에 올랐던 것에 비하면 다소 맥빠지는 성적이지만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가장 높은 팀 기여도를 자랑했다. 한편 김병현과 트레이드돼 애리조나 유니폼을 입은 셰이 힐렌브랜드는 6포인트를 기록해 결과적으로 보스턴이 큰 이익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인생역전' 서재응=풀타임 첫해 방어율 3.82에 9승 12패의 성적을 올린 서재응은 허약한 팀 타선 때문에 승리투수가 될 기회를 많이 날렸지만 승리 공헌도 9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신인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6월 중순까지 4연승을 챙기며 메츠의 실질적인 에이스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대타자 가능성' 최희섭=공격에서 4.74, 수비에서 0.91의 점수를 얻어 총 5.65포인트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 3할대 타율과 3연속경기 홈런으로 시카고를 떠들썩하게 했지만 수비 도중 투수 케리 우드와 충돌하면서 입은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메이저리그에서 물러나 있었다는 것, 그리고 변화구와 왼손투수의 공에 약점을 드러냈다는 사실이 악재로 작용했다.
◇'러키보이' 봉중근=애틀랜타의 좌완 기대주 봉중근은 올시즌 방어율 5.05에 6승 2패를 기록했다. 시즌초 행운의 구원승을 연달아 챙기며 5월초 방어율을 1.10까지 끌어내리는 호투를 보여줬지만 신인으로서의 한계를 절감했다. 시즌 중반 이후 구위가 크게 떨어졌고 방어율은 치솟았다. 승리공헌도는 3으로 산출됐다.
◇'와신상담' 박찬호=미국 진출 이후 10년만에 최악의 시즌을 맞았다. 전반기 7차례 선발 등판에서 1승 3패에 방어율 7.58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채 승리 공헌도 0을 기록하며 허리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다.
첫댓글 역시 울 병현쓰가 최고야~~~~~~~~~~~~~~~~~~!!
우근이 못보던 이름이네.....ㅡㅡ;;
그니까, 아무리 난리블루스를 쳐도 알아주는 사람은 다 알아준다는...... 엡스타인 단장같이 가지가지 통계 좋아하는 자가 이걸 모를 리 없고.
물어 볼 껄 물어 봐야징..당근 비이케이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