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먼치킨에 관련된 글이 올라왔지만 사전에 이 글을 구상하고 있었기에 그냥 별도로 글을 게시합니다. 그리고 편의상 평어체를 사용하니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
먼치킨에 대해서...
Jae-Hyeon Lee
먼치킨(Muchkin)이라는 단어는 판타지를 접해본 독자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 본 단어일 것이다. 물론 이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아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먼치킨이라는 단어는 오즈의 마법사라는 소설에서 처음 등장한다. 주인공인 도로시가 오즈에 도착하면서 마녀 하나를 깔아뭉갠다. 그런데 이 마녀가 그 일대의 난쟁이들을 노예로 부리고 있었는데 이 난쟁이들이 먼치킨족이다. 그러나 판타지에서 칭해지는 먼치킨의 직접적인 어원TRPG(Table Role Playing Game)에서 만들어 졌다. 먼치킨이라는 단어는 룰을 무시하고 강함만을 추구하는 플레이어나 캐릭터를 비꼬는 은어이다. 이것이 판타지에 그대로 전해져서 강한 캐릭터와 이러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소설을 지칭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먼치킨을 규정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통합된 하나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기준을 몇가지 살펴보자면 ‘주인공이 처음부터 강하면 먼치킨이다.’, ‘주인공이 수련을 통해 강해진것은 먼치킨이 아니다.’, ‘기연 남발로 강해지면 먼치킨이다.’, ‘드래곤을 잡으면 먼치킨이다.’, ‘그냥 강하면 먼치킨이다.’, ‘주인공이 어떤 경지 이상이면 먼치킨이다.’ 라는 식이다. 사실 이렇게 먼치킨의 기준이 분분한 이유는 이 바닥에서는 여러 작품과 여러 독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독자마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다르고, 그 작품을 기준으로 위와 같은 기준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이 부정적인 단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나는 먼치킨을 규정짓는 기준은 주인공의 강함을 기준으로 삼기 보다는 작품이 가지는 이야기 경향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판타지 소설의 설정은 각각이 다르고 강함의 기준도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이야기의 경향이야말로 먼치킨 여부를 판별하는 가장 본질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먼치킨의 기준은 ‘힘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품.’ 이다.
먼치킨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이다. 힘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것은 곳 작품의 스토리는 전투를 위해 진행되고 캐릭터가 강해지는 것으로 진행되며 캐릭터가 강해지는 것을 위해 진행되는, 한마디로 주객전도된 작품들이다.
이 말은 작품에 주제의식이 결여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작품에 있어서 주제라는 것은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고, 이야기 속에는 여러 갈등이 나타난다. 즉 주제가 이야기를 주도하고 이야기가 갈등을 주도한다. 그리고 주제가 드러난다. 반면 먼치킨 소설들은 갈등(전투)이 이야기를 주도한다. 당연히 주제고 뭐고 없게 된다. 즉 먼치킨 작품들에 대한 문제점은 주제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주제의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그 작품에선 깊은 맛을 느끼기가 힘들다. 처음엔 맛있을지는 몰라도 차츰 먹다보면 질리기 시작한다. 주제를 가진 작품들은 작가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작품 하나하나가 개성이 있다. 또한 여러 번 반복해서 보다보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기 때문에 읽을 때마다 새롭다. 반면 주제의식이 없는 작품들은 한번 볼 때는 재미있지만 그뿐이다. 또한 타 작가와 차별화 된 부분도 거의 없다. 일부 작품들은 소재의 차별화를 꾀하기도 하지만 이것 역시 한계가 있다. 이 부분은 화룡님의 글에 자세히 언급되어 있다.
이상이 내가 생각하는 먼치킨과 그 문제점이다.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A book that it is no value to read two times is less than value to read once.)라는 말이 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무릇 자신의 작품이 두 번 읽을 가치가 있는가를 한번쯤은 생각해 보길 바란다.
리플 100개의 압박이로군...저로써 딱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