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눈물. 이광재의 눈물.
남의 눈에 눈물. 내 눈에는 피 눈물.
이 기 명(칼럼니스트)
왜 이러는 것일까. 정말 왜 이렇게 못 살게 구는 것일까. 애비 에미 때려죽인 원수도 아닌데 저렇게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
이광재가 도지사 직을 잃었다는 TV뉴스를 보면서 옆에 있던 사람 입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다. 그 말을 들으며 억장이 무너졌다. 피를 토할 것 같았다. 나만이 그럴까.
이 나라가 독재국가인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인가.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뭔가 석연치 않다. 이 석연치 않은 의문은 무엇 때문일까.
냉정하자. 냉정해야 된다.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내 탓이 아닌가. 내가 전생에 죄가 많아 좋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닌가. 말 같지도 않은 자책이 든다.
노무현 대통령님의 후원회장을 했다. 5백만 국민의 눈물과 슬픔을 남긴 채 대통령님은 봉하에 누워 계시다. 광재의 지사직 박탈 소식에 얼마나 상심하실까. 혹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을 하시지 않을까. 늘 자신의 책임으로 생각하는 대통령이셨다.
나는 광재의 후원회장이기도 하다. 광재가 20대 때 만나 혈육처럼 사랑한 광재. 어렸을 때 가난으로 고생을 했고 대학 대닐 때는 반독재 학생운동으로 고초를 겪었다. 20대의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그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얘기는 새삼 할 필요도 없다.
찐드기 처럼, 거머리 같이 악착같은 탄압세력들이 못살게 굴었다. 기적같이 강원도지사에 당선됐다. 강원도에 희망이었다. 강원도에 활기가 넘쳤다. 강원도민의 염원인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겠다는 염원으로 광재는 국회의원 시절 지구를 네 바퀴 반이나 돌았다고 했다.
하계 올림픽은 이미 개최를 했고 동계 올림픽만 유치하면 대한민국은 세계 일류가 되고 강원도 역시 세계의 강원도가 될 것이라고 하던 광재의 꿈은 이제 좌절되는 것인가. 안타깝기 그지없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강원도민들도 같다.
강원도에서 전화가 왔다. 기자도 있었다. 전화를 하고 말을 잃었다. 너무나 참담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광재의 지사직 상실은 충격을 주었다. 모두들 분을 삭이지 못했다.
<법은 공정한가.>
법은 공정하냐고 국민들이 묻는다. 왜 국민들이 이런 질문을 하는가. 공정하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광재의 지사직을 박탈하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순간 머릿속에 떠 오른 생각은 무엇인가. 법복을 입고 근엄하게 앉아있는 법관들의 얼굴이다.
나오는 말은 ‘그래 너희들 잘 났다’. 냉소였다. 이것도 법관 모욕죄에 걸리는가. 걸려도 도리 없다. 국민들도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법조문을 들이대고 떠들어 대고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국민이 신뢰를 보내지 않는 법과 법관은 나라를 기본을 뒤흔들 것이다.
법을 신뢰하지 않을 때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국민들의 소리는 설득력을 가진다. 법관이 존경을 잃으면 판결이 권위를 잃는다. 법관이 신은 아니로되 최소한의 상식인은 되어야 한다.
법정에서 광재가 박연차에게 물었다. 2002년 자신에게 건네려 2억 원을 거절하지 않았느냐.
박연차는 인정했다. 광재가 다시 물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돈을 거절했던 자신에게 왜 계속해서 돈을 주려고 했냐고 했다.
박연차가 한숨을 내 쉬며 광재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말했다. 어찌 된 일인지 그렇게 진술을 하게 됐다며 용서를 빌었다.
광재가 감정이 고조됐다. 왜 그렇게 돈을 주려 했냐며 되물었고, 박연차는 다시 한 번 정말 죄송하다고 답했다.
도지사에 당선된 직후, 고법 법정에 나오겠다고 한 박연차를 왜 증인으로 출두시키지 않았는가. 박연차를 출두시켰다면 그리고 박연차가 사실을 기록해 대법원에 제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했다면 진실은 밝혀졌을 것이다.
왜 안했는가. 이것이 사법정의인가. 이것이 광재를 죽이려는 음모라고 하면 아니라고 할 자신이 있는가. 이 나라 사법의 현실이 개탄스럽고 슬프다.
국민들은 광재의 지사직 박탈이 정치적이라고 믿는다. 정치적이라고 국민이 믿는 재판을 아무리 공정하다고 떠들어도 무슨 설득력이 있는가. 대법원은 인혁당 사법살인을 사과한 수치스런 전과가 있다.
1975년 4월 8일 대법원의 사형선고 후 18시간 만에 사형을 집행한 인혁당 사건은 국가가 법의 이름으로 죄 없는 국민을 죽인 사법 살인이며 박정희 독재 정권 시기에 일어난 천인공노할 만행이었다.
52 년 만에 죽산 조봉암 사건도 무죄였다. 죽은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최고의 법률가라라는 대법관들이 사법의 이름을 빌어 사람의 목숨을 사라지게 했다. 그들은 말한다. 법대로 했다고. 법 대로면 다인가. 법이란 이름으로 지금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대한민국 천지에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유전무죄와 무전유죄는 이제 진리가 되어 버렸다. 해외로 도망쳐서 돌아오지 않는 범법자들을 정치권력은 외면했다. 국민들은 그자들을 정치권력이 도피 시켰다고 믿는다. 아니라고 할 자신이 있는가.
<이광재와 강원도>
가난한 집 이사 다니듯 한다지만 광재는 참 많이 이사를 다녔다. 그와 함께 강원도에 가면 도처에 그가 살던 곳이 있다. 그곳 어디에고 광재의 추억은 있다. 곳곳이 그의 고향이었다.
‘강원도는 대한민국의 이방지대죠. 척박한 땅, 가난하기 때문에 늘 외면당했습니다. 감자바위는 바로 강원도의 대명사이자 모멸의 대명사입니다. 그러나 강원도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곳입니다. 강원도를 변방에서 꼭 자랑스러운 땅으로 만들겠습니다.’
동계 올림픽 유치에 온 열정을 기우린 것도 변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누구나 인정하듯 그의 지역구는 참 많이 변했다. 강원 도민들은 이광재 지사가 강원도를 변화시키리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기에 아직도 재판에 게류중인 그를 도지사로 선택했다. 이것이 강원도민의 민의였다. 어느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강원도민의 뜻이었다. 그와 함께 선거운동을 하면서 강원도민의 염원을 읽을 수 있었고 뜨거운 열망을 보았다. 그 꿈이 사라진 것이다. 남은 것은 분노였다. 배신감이었다.
몇 개 남지 않은 노무현의 싹을 이 땅에서 완전히 지워버리려는 세력들의 더럽고 추악한 음모가 이번에도 여지없이 모습을 들어 낸 것이다.
이 한을 어떻게 풀 수 있느냐는 전화가 빗발쳤다. 말이 점잖아 한이지 어떻게 원수를 갚느냐는 것이다. 대답했다. 이 정권이 빨리 문을 닫아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 다음 도지사 선거에서 이겨야 하고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야 된다고 역설했다.
광재는 트위트에 이렇게 아픈 가슴을 전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정말 슬픕니다. 도지사직을 잃어서, 정치적으로 시련을 겪어서 가슴 아픈 게 아니라 강원도민들을 생각하니 마음 아프고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오늘의 현실이 안타깝고 눈물이 납니다.
지금 혼자 서 있지만 저를 생각해 주시는 도민들과 트친 여러분이 계시기에 든든하게 마음먹고 어떤 길을 갈지 천금처럼 생각하고 천천히 살아가겠습니다.
모진 바람에 가지가 꺾여도 살아가는 태백산 주목처럼 의연하게 살아가겠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응원의 글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광재는 결코 죽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에 없어도 국민들의 가슴에 생생하게 살아 있듯이 이광재가 비록 도지사 직을 잃었지만 강원도민, 아니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다고 믿는다.
이제 4월 27일 강원도에서 다시 도지사 선거가 있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이어서 대선에서도 승리할 것이다. 그것이 순리다. 야당은 반드시 단일후보로서 승리하리라고 믿는다.
강원지사로 여러 사람이 거론되고 한나라당 후보로 엄기영이 거론된다.
단언한다. 엄기영은 절대로 출마를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그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광재에게도 나에게도 약속을 했다.
자신도 정치에 뜻이 없지만 아내가 결사적으로 반대를 한다고 했다. MBC사장에서 쫓겨난 후 이광재의 지역구든 강원도시사든 출마를 하라고 했더니 나중에는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했다. 자기가 정치를 하면 아내가 머리를 깎고 입산을 한다고 애걸을 했다.
그런 엄기영이었다. 그 같은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신사라고 사람들이 부르는 엄기영이다. 더구나 자신을 MBC에서 쫓아 낸 이명박 정권의 공천을 받고 출마를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는다. 괜히 점잖은 사람을 구설에 올리지 말기 바란다. 착한 사람 버린다.
이광재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2년 후에 보자. 그 때 하이에나처럼 물어뜯고 가장 더럽고 추악하게 굴던 인간들이 어떤 모습이 되는가를 두 눈 크게 뜨고 똑똑히 지켜 보자.
지금의 축배가 독배로 돌아 올 것이다.
이 기 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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