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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만난 名문장, 배윤슬의 '현장이 가르쳐주는 것들'
“그것(여행기)은 여행의 성공이라는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 다른 어떤 것을 얻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김영하 ‘여행의 이유’ 중
나는 낯선 곳에 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싫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도배사라는 직업은 매번 새로운 환경으로 내던져지는 일이다. 길면 3개월, 짧게는 하루 이틀씩 일하고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새로운 출근길, 새로운 현장 풍경,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 새로운 집 구조와 새로운 벽지. 벽에 벽지를 붙이는 것은 늘 같지만 그 외에는 모든 것이 변한다. 3개월씩 머무는 현장은 익숙해질 기회라도 있지만 그런 기회조차 생기기 전에 떠나야 하는 현장도 많다.
하지만 모든 현장에 동일한 것이 하나 있다. 일이 끝나면 내 자신에게 변화가 생긴다는 것. 그것은 초보 도배사인 내게 ‘성장’일 때가 많다. 도배 기술이 늘기도 하지만 새로운 환경 대처법을 배우고 적응하는 나만의 노하우도 생긴다. 동호수가 없는 현장의 낯선 길을 빠르게 기억하는 팁,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주눅 들지 않기 위한 나만의 행동, 돌발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마음가짐 등. 일하기 위해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서 빠르게 적응하는 것 자체가 업무의 일부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어떤 현장에 언제 갈지 미리 알 수도 없다. 갑자기 다음 날 지방 출장을 가라는 연락을 받을 때도 있다. 미리 알려줄 수는 없었는지 따질 수도, 일정을 바꿀 수도 없다. 그저 서둘러 짐을 챙길 뿐이다. 이번 현장에서는 어떤 것을 얻게 될지 작은 기대를 하며.
배윤슬 도배사· ‘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저자 배윤슬 사진 ⓒ 사람人PeopleW
◆ 『청년 도배사 이야기』 (배윤슬 | 궁리 | 2021.7.5.)
까마득한 벽 앞에서 버티며 성장한 시간들
책소개: 건설 현장에서 시작된 새로운 도전, 도배 일을 통해 만난 또 다른 나,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아메리카노와 조각케이크 좋아하는 청년 도배사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저자: 배윤슬은 아직 초보와 숙련 사이 어딘가에 있지만, 기술자를 향해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는 청년 도배사이다. 연세대학교(Yonsei University , 延世大學校)에서 사회복지학(Social Welfare , 社會福址學)을 전공한 후 노인복지관에 취업했지만 2년 만에 그만두고 도배(塗褙)라는 완전히 새로운 업(業)을 시작했다.
도배를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또 다른 일에 도전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저 새로운 현장을 만나는 것이 즐겁고 도배하는 게 좋아 저의 경험을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단다.
서울에서 시작해 인천, 안산, 남양주, 파주, 천안 등 도배 현장이 조금씩 넓어지는 중이다. 언젠가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제가 도배한 집에서 살고 있을지 모른다.
목차: 들어가며 | 나는 도배가 좋다
Part 1 새로운 문턱 앞에서/도전, 그러나 도피/도배를 향한 첫걸음/그러니까 노가다?/너희는 아주 운 좋게 일하는 거야/건설 현장 청년들/삶의 자세를 알려준 사람들
Part 2 까마득한 천장을 올려다보다/벽지와 친해지기/일당이 오르지 않을 때/하자 보수, 일을 대하는 자세/집이 지어져 가는 모습/도배, 만만한 일 아닙니다
Part 3 벽과 모서리가 만나는 곳/도배사의 의식주/도배사의 몸/현장 도배의 사계절/도배사의 휴가/도배사도 아메리카노 좋아한답니다
Part 4 창문 밖을 내다보며/도배를 하며 포기한 것들/나 홀로 일터에서 느끼는 고독/재능과 노력/지속 가능하고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도배사의 애환/도배의 내일/내 곁의 지지자들
나가며 | 다시 벽 앞에 서다
출판사 서평: 2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경험했다. 펜스 너머로만 보았던 ‘건설 현장’에 들어가 난생처음 보는 환경에서 일을 했다. 지어져가는 아파트 안에서 시멘트벽을 벽지로 채워가며 몸을 써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일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새롭고 낯선 직업에 도전한 내게 무한한 지지를 보내는 주변의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내 직업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숨기지 않고 내비치는 사람도 있었다. 비슷한 일을 한다는 이유로 SNS를 통한 관심과 응원을 받기도 했으나 지저분한 옷을 입고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무시와 차별을 받기도 했다.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다음 날 아침이 되면 꾹 참고 다시 벽 앞에 서며 버텼다.
-본문 174쪽
여기 매일 아침 새로운 벽 앞에 서는 청년이 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수많은 벽들에 자신만의 정성스런 손길로 벽지를 바르는 도배사로 일해왔다. 그의 원래 전공은 사회복지학, 대학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였지만 조직문화에 불합리한 면들을 목격하고 회의를 느끼며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업(業)을 찾아나섰다.
퇴사를 결심한 후 다양한 직업들의 면면을 탐문해 나갔다. 내가 정말 ‘직업(職業)’으로 삼을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일까. 내가 나 스스로를 혹은 가족들을 먹여살릴 수 있는 일, 내가 오래 버틸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조직 생활에 취약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으면서도 매 순간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되는 일이 무엇일까.
얼마전부터 청년들이 쓴 직업 에세이가 속속 출간되고 있는데, 『청년 도배사 이야기』는 건설 현장 그중 ‘도배’라는,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제대로 잘 알지 못했던 분야에서 여성으로 일하는 모습을 지난 2년간 꾸준히 기록한 책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다양한 직업 에세이가 계속 나오는 것일까? 그 이유는 청년들이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이 기성세대와는 다르다는 것, 삶을 바라보는 자세에도 미세한 차이들이 생겨나고 있고, 어른들이 바라보는 직업에 대한 생각과 많이 다름을 피력하고 나름의 소신있는 선택을 한 청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 것은 아닐까.
내가 만난 청년들은 자기 주관과 목표를 가지고 기술을 배우기 위해 현장에 뛰어든 사람들이 많았다. 도배사 아버지를 따라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도배를 배운, 나보다 훨씬 선배인 10대 청년 도배사도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꽤 성실하고 건실하다. 사실 건설 현장에서 하는 일은 성실하지 않으면 하기 어렵다. 기술을 배우러 건설 현장에 들어온 사람들 중 나이가 조금 있는 분들은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청년들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성실하고 건실한 청년들은 어떤 주관과 목표를 가졌기에 많은 사람들이 무시하고 기피하는 직업인 건설 현장 노동자가 된 것일까? 그들은 왜 다른 직업을 택하지 않았을까? 내...
◆ 『여행의 이유』 (김영하 산문 | 문학동네 | 2019.4.17.)
책소개: 여행의 감각을 일깨우는 소설가 김영하의 매혹적인 이야기 『여행의 이유』. 꽤 오래전부터 여행에 대해 쓰고 싶었던 저자가 처음 여행을 떠났던 순간부터 최근의 여행까지 자신의 모든 여행의 경험을 담아 써내려간 아홉 개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지나온 삶에서 글쓰기와 여행을 가장 많이, 열심히 해온 저자는 여행이 자신에게 무엇이었는지, 무엇이었기에 그렇게 꾸준히 다녔던 것인지, 인간들은 왜 여행을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고, 여행의 이유를 찾아가며 그 답을 알아가고자 한다.
2005년, 집필을 위한 중국 체류 계획을 세우고 중국으로 떠났으나 입국을 거부당하고 추방당했던 일화로 시작해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목적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추방과 멀미》, 일상과 가족,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피로로부터 도망치듯 떠나는 여행에 관해 다룬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즐겁고 유쾌하게만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출연하면서 하게 된 독특한 여행에 대한 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등의 이야기를 통해 매순간 여행을 소망하는 여행자의 삶, 여행의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 김영하는 1968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소설가, 전 대학교수로 소설집 『호출』(1997),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1999)와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1996), 『아랑은 왜』(2001), 『검은 꽃』(2003), 산문집 『굴비낚시』(2000), 『포스트잇』(2002),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 이야기』(2003) 등이 있다.
목차: 추방과 멀미/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오직 현재/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노바디의 여행/ 여행으로 돌아가다/ 작가의 말
출판사 서평: 여행-일상-여행의 고리를 잇는, 아홉 개의 매혹적인 이야기
“나는 그 무엇보다 우선 작가였고, 그 다음으로는 역시 여행자였다.”
김영하 신작 산문 『여행의 이유』 출간!
『여행의 이유』는 작가 김영하가 처음 여행을 떠났던 순간부터 최근의 여행까지, 오랜 시간 여행을 하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아홉 개의 이야기로 풀어낸 산문이다. 여행지에서 겪은 경험을 풀어낸 여행담이기보다는, 여행을 중심으로 인간과 글쓰기, 타자와 삶의 의미로 주제가 확장되어가는 사유의 여행에 가깝다. 작품에 담긴 소설가이자 여행자로서 바라본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들은 놀랄 만큼 매혹적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떠올렸을 법한, 그러나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남겨두었던 상념의 자락들을 끄집어내 생기를 불어넣는 김영하 작가 특유의 (인)문학적 사유의 성찬이 담겼다.
여행의 감각을 일깨워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깊고 아름다운 산문
첫번째 글 「추방과 멀미」는 2005년 당시, 작가가 집필을 위한 중국 체류 계획을 세우고 중국으로 떠났으나 입국을 거부당하고 추방당했던 일화로 시작한다. 누구에게든 흔치 않은 경험일 추방으로부터 뻗어나가는 작가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목적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누군가에게 여행의 목적은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휴식일 것이고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경험과 배움일 것이다. 그러나 여행에는 늘 변수가 생겨나기 마련이고, 그것은 행로를 바꾸고 어떤 경우 삶의 방향까지 바꾸기도 한다. 애초 품었던 여행의 목적이 여행 도중 발생하는 우연한 사건들로 미묘하게 수정되거나 예상치 못했던 무언가를 목적 대신 얻게 되는 경험, 작가는 이것이 이야기의 가장 오래된 형식인 여행기가 지닌 기본 구조이며 인생의 여정과도 닮았기에 사람들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모험 소설과 여행기를 좋아해왔다고 말한다.
이어지는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는 제목이 암시하듯, 일상과 가족,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피로로부터 도망치듯 떠나는 여행에 관해 다룬다. 집안 벽지의 오래된 얼룩처럼 마음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거나 지워지지는 않지만, 여행은 불현듯 그에 맞설 힘을 부여해주기도 한다.
풀리지 않는 삶의 난제들과 맞서기도 해야겠지만, 가끔은 달아나는 것도 필요하다. 중국의 고대 병법서(兵法书) 『삼십육계(三十六計)』의 마지막 부분은 「패전계(敗戰計)」로 적의 힘이 강하고 나의 힘은 약할 때의 방책이 담겨 있다. 서른여섯 개 계책 중에 서른여섯번째, 즉 마지막 계책은 ‘주위상(走爲上)’으로, 불리할 때는 달아나 후일을 도모하라는 것이다. 흔히 ‘삼십육계 줄행랑(Running away)’이라고 하는 말이 여기서 온 것이다. (...) 인생의 난제들이 포위하고 위협할 때면 언제나 달아났다. 이제 우리는 칼과 창을 든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다른 적, 나의 의지와 기력을 소모시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대결한다. 때로는 내가 강하고, 때로는 적이 강하다. 적의 세력이...
▲ '들풀의 중남미 여행' 중에 [2012년]
▲ '들풀의 'Nepal Annapurna sunrise' [2015년]
✺ 들풀의 Macro photograph
- 애호랑나비, 고추, 대추, 들깨, 머루포도, 수수, 아로니아, 파리지옥, 9월의 기억(캔버스에 유화)...
애호랑나비[학명: Luehdorfia puziloi]는 나비목 호랑나비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날개의 무늬가 호랑이를 닮았다. 진달래꽃이 피는 4월 초순에 출현하기 시작하는데 점점 빨라지는 추세이다. 그러나 출현 시기를 훨씬 넘긴 늦여름에 한 쌍이 백일홍 꽃에서 8월 29일 저자의 눈에 띄었다.
형태는 날개의 편 길이가 4.7-5.2cm 정도이다. 수컷은 암컷에 비해 배에 흑색털이 많이 나 있다. 또한 모시나비류와 같이 짝짓기 후에 암컷의 배 끝에는 수컷은 분비물로 만들어진 수태낭(受胎囊)있어 쉽게 암 · 수를 구별할 수 있다. 본 종은 날개의 무늬가 호랑이를 닮았다.
생태 및 서식지는 진달래꽃이 피는 4월 초순에 출현하기 시작해서 5월 초순에 사라지기 때문에 예전엔 '이른봄애호랑나비'라 불리었다. 주로 낮은 산의 계곡이나 숲 가장자리에 살며 진달래, 민들레, 얼레지 등의 꽃에서 꿀을 빤다. 먹이식물은 족도리풀이나 개족도리풀로 잎 뒷면에 10여 개의 알을 낳는다. 월동은 식초 주변에서 번데기로 한다.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종이다. 한국 고유종에 해당된다. 수컷은 짝짓기 후 수태낭을 만들어 암컷의 생식구를 막는데, 수태낭이 채워진 암컷은 다른 수컷과 교미를 할 수 없게 된다. 서울시 보호 야생 생물 대상종이다.
[자료출처 및 참고문헌: 〈내가 만난 名문장, 배윤슬 (도배사· ‘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동아일보, 2021년 8월 30일(월))〉, 인터넷 교보문고, 《한국의 나비도감 (신유항, 아카데미서적 , 1991.08.20.)》, 중남미 및 네팔 안나푸르나 여행사진, 생태사진: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첫댓글 고봉산 정현욱 님
명문 학부를 나온 전도유망한 청년이 하필 이면 도배사라 의아할법도 하지만 그의 경험담을 담은 진솔한 글에서 장차 훌륭한 인재로 클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네요
글 어느곳에도 일이 고되서 때려치우고 싶다는 표현은 없고 새로운 환경을 맞다뜨리는것이 새로은 도전처럼 점점 익숙해 가는것을 즐거움으로 여긴다니 참 훌륭한 청년이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