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램과 희생양
게오르그 잠피르의 팬 플릇 연주 <외로운 양치기>,
잠피르는 루마니아 태생의 음악가요
팬 플룻은 루마니아 민속악기다.
목가적이면서도 서정미가 물씬 풍기는 매력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음악이요 악기다.
그런데 왜 양치기와 외로움은 서로 연결될까?
양은 송곳니가 없고 발톱이 예리하지 않아
동물들의 생존경쟁에서 제일 뒤처지는 초식동물이다.
구약시대엔 하느님께 아침저녁 또는 안식일에
제사 올리는 번제(燔祭)에서 통째로 구워져 받쳐지는
희생물일 뿐이었다.
여기서 유래되어 남의 죄를 뒤집어쓰는 속죄양의
그 양(羊)이 되었다.
그 연약하기만 한 양은 인간의 생존에
불가결한 고기와 젖과 털을 제공해주지만
인간만이 그에 의존하는 게 아니요
육식의 포획자들도 마찬가지다.
푸른 들판이나 산야에
무리 지어 목초를 뜯는 양 떼를 지키는 양치기는
그래서도 외롭다 하겠다.
아마도 죄 없이 죄를 뒤집어써야만 하는
속죄양도 지켜야 하기에
더욱 외롭지 않을까 싶다..
외로운 양치기,
그들이 있는 곳엔 목가적 서정도 있지만
외로움을 달래며 밤도 지켜야 하는
인고의 시간도 견뎌야 한다.
양 떼들이 풀밭에 어정거리는 모습은 참 평화롭기만 하다.
생김생김이 뭉글뭉글해서도 그렇고
송곳니가 없는 초식동물이어서도 그러한데
서로 아귀다툼하는 일이 별로 없어서도 그런 것 같다.
땅을 굽어보며 풀만 뜯지 않던가..
그런 평화스러움이 희생양으로 바쳐지는 건
참 억울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여 때론 이빨을 갈고 인상을 써봐야 하는 걸까?
참 아이러니한 현상의 상상이다.
발디마르 요한손 감독의 영화 <램(Lamb)>이 있었다.
영화의 장르는 호러 겸 공포지만
그렇게 공포스럽진 않다.
다만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예술영화라 하겠다.
마리아 부부는 산야의 목장에서 양치기를 하고 있다.
어느 날 양이 새끼를 낳는데,
반은 인간이요 반은 양인 반인반수의 생명체를 낳는다.
마리아 부부는 이를 방으로 들여 아기 키우듯 키우고
어미양은 그 생명체를 찾아 기웃거리지만
마리아는 기웃거리는 어미양을 총으로 쏴 쫓아낸다..
새끼 양 램이 어느 정도 자랐을 때 그 어미양이 나타나
마리아의 남편을 죽이고
새끼를 데리고 가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더 이상의 설명은 스포일러가 되기에 줄이지만
램은 누구의 씨앗일까?
누가 보살펴야 하는 걸까?
램으로 인한 희생자는 누구일까?
진정한 희생자는 램이 아닐까?
누가 그렇게 만들었을까?
무엇인가의 인연으로 인해 태어난 것은
그것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그 인연에 따라 귀속되어야 하거늘
분열되지 않은 인연은 어찌해야 할까?
영화관을 나오면서
풀지 못할 의문만 되씹었던 기억이다.
나는 냉정과 열정의 복합체다.
분열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다.
나는 이성과 감성의 혼합체다.
양자택일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세상은 또 이항대립으로 맞선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이렇게 선택을 강요하지만 나는 서성거릴 수밖에 없는데
이쪽이라 하면 저쪽에서 패고
저쪽이라 하면 이쪽에서 팬다.
그러하매 나는 희생자일 수밖에 없다.
앞으론 아무소리 말아야 할까?
그것도 견디는 방법일 것 같다.
그러면 나는 회색인간이 되리라.
첫댓글 많은 생각을 하게됩니다
영화 <램>에서 말하고자 함은 무엇인지.....
오잉?
예술은 다의적으로 해석하고
즐기는 데에 묘미가 있죠.
한번 보시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다음에
리디아 님이 품어가세요.
저는 이 글처럼 이리저리 생각해봤지만요.
언제 또 리디아 님 노래 들으러
가봐야겠네요.ㅎ
@석촌 네. 선배님
석촌선배님을 인사한마당에서 뵌지가?....
그 후~몇번 먼 발치에서만 뵌것 같습니다.
@리디아 그랬군요 ㅎ
또 보게 되겠죠.
@석촌 네
어떤 사설에서 읽었던가 인간사회는 기회주의자로 인해 유지되고 형성되어 굴러 간다고 쓰였더이다
극단주의와 온건파 그 사이 회색주의자들로 해서 사회는 유지되고 정치는 균형을 잡는다고
그냥 읽으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제가 뭘 아나요 ㅎㅎ
운선님이 모르면 나는?
순수문학과 경향문학이 극한대립할 때
이어령 선생이 중재한다고 그레이 존, 그러니까 회색지대론을 펼쳤다가
좌로부터 우로부터 호되게 매맞았지요.
어차피 인간은 무슨 소리를 내면 누구로부터든 욕먹게 되어있어요.
그런데 그런 길항관계 없는 사회는 또 죽은 사회지요.
여긴 눈이 내리는데 거긴요?
다같이 내리면 다같이 백색지대가 될텐데.ㅎ
@석촌 벌써 4일째 눈 비가 교대로 옵니다 오늘은 싸락눈이 많이도 왔지만 땅에 닿자 빗물로 그래도 춥지 않으니 다니긴 좋아여
@운선 여기하고 뭐 비슷하네요.
아래만 보며 풀을 뜯는 순하디 순한 양들의 모습은 목가적이고
평화의 상징이죠.
'양치기 소년' 하면
왠지 낭만이 깃들어 있어 좋아요.
평화 낭만
또 하나 있죠
순종
@석촌 '양'이야말로 '순종'의 대명사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