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부천시삼정동에 있는 파키스탄 식료품 가게 '다니알 할랄 푸드’.
이 곳에는 고향 음식이 그리운 국내 파키스탄인은 물론 한국인 여성과
결혼을 앞둔 외국인 노동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파키스탄 외국인
노동자로 일하다가 한국 여성과 결혼한 가게 주인 하진성(32)·
하종심(31)씨 부부의 경험담을 듣기 위해서다.
기자가 찾은 지난 12일에도 멀리 경기도 광주에서 한 파키스탄 남성과
한국 여성이 가게를 찾아왔다. 차근차근 상담을 해주던 하종심씨는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이 땅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해서 사는 것은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고 한탄한다.
지난 99년 파키스탄인 남편과 결혼해 아들 다니엘(6)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기까지 겪었던 고통 중 가장 큰 것은 남편의 비자 문제.
외국인 노동자 신분으로 입국한 남편이 당시 갖고 있던 것은
6개월∼1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F1(방문동거) 비자. 취업이 불가능한
비자 등급 탓에 생활고를 겪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고통은
비자 갱신 때마다 출입국관리소 직원들로부터 받는 홀대였다.
“제가 남편의 여권과 서류를 내밀면 ‘파키스탄? 쯧쯧…. 가난한 나라
사람과 결혼했는데 먹고 살 방편이나 있냐’며 비아냥거리기
일쑤였어요.”
그래도 하씨는 참아야 했다. 조금이라도 잘못 보여 비자를 갱신하지
못하면 남편이 강제출국 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아들 출생과 함께 하씨 부부는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국적법상
한국 국적을 가진 어머니의 성을 따라 호적에 등록, 서류상 미혼모의
자녀 또는 마치 사생아처럼 등재되었기 때문. 그래서 남편은 귀화를
결심, 지난해 한국인 ‘하진성’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그것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남편이 한국 주민등록증을 가진 분명한 한국사람이 되었지만
현실은 귀화 전후가 별다를 게 없었습니다.”
타고난 피부색 때문에 어딜 가나 ‘외국인’이라는 딱지가 붙어 취업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갖은 모욕을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 하씨 부부는
지금의 가게를 열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날 가게 앞에서 남편이 차에 시동을 거는데 지나가던 한국
사람들이 남편에게 ‘어! 외국 사람이 운전을 하네. 야! 너 운전면허나
있냐?’고 욕을 하더군요.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남편이 하얀 피부를
가진 미국 사람이었다면 그 사람들이 과연 그랬을까요?”
현재 국내에는 외국인 노동자 남성과 한국 여성이 결혼한 부부가
1만여쌍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한국 여성과 결혼한 외국인 남성에게 취업이 가능한
F2(거주) 비자를 발급하는 동시에 자녀의 경우,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하씨 부부는 “법 개정도 좋지만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와 같은 처지에 있는 부부 아이가 유치원에 갔다가 ‘엄마, 왜
나를 까맣게 낳았어.’라며 울고 들어왔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인식이
그러니 어른들이야 오죽하겠어요. 한국이 물질적으로 동남아시아보다
앞서지만 정신적으로는 후진국이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네요.
피부색만 다르지 다 같은 사람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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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이민의 날에 만난 사람(퍼옴)
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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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1.1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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