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2장(제물론) 25절
[원문]
망량(罔兩)이 그림자에게 물었다. “당신은 조금 전에는 걸어다기다가 지금은 멈춰 있소. 당신은 조금 전에는 앉아 있다가 지금은 서 있소. 어째서 그처럼 일정한 마음가짐이 없소?”
그림자가 말했다. “나는 의지하는 것이 있어서 그렇게 되는 건가요? 내가 의지하는 것도 또 의지하는 것이 있어서 그렇게 되는 걸까요? 내가 의지하는 것은 뱀 껍질이나 매미 날개 같은 걸까요? 그러나 어찌 그러한 까닭을 알겠으며, 어찌 그렇지 않은 까닭을 알겠소?”
[해설]
곽상(郭象)은 망량(罔兩)을 그림자 밖에 있는 희미한 그늘이라고 하였다. 그림자 밖에 있는 희미한 그늘은 그림자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림자는 몸체가 움직이는 것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몸체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뱀 껍질이나 매미 날개와 같은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들이 의지하는 것은 또 무엇인가? 이것을 우리가 알 수 있겠는가?
뱀은 다리가 없기 때문에 움직일 때는 뱀의 배비늘을 사용한다. 매미는 가까운 거리를 움직일 때는 다리를 사용하지만, 먼 곳으로 이동할 때는 날개를 사용한다. 그들이 껍질과 날개에 의지해서 움직일 때 어디로 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들의 몸(육체)이 아니라 마음(정신)이다. 마음(정신)은 이분법에 기초해서 판단하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가치 비중을 두기 쉽다. 장자는 망량(罔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양쪽에 같은 비중을 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해설 도움글]
1. 마음(정신)의 특징
◾ 마음(정신)은 몸과 달리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
◾ 마음(정신)의 대상은 몸의 대상과 달리 영원성을 지닌다.
◾ 마음(정신)의 대상은 이분법(二分法)으로 포착된다.
◾ 실재(實在, reality)는 이분법으로 되어 있지 않다.
2. 아리스토텔레스 논리의 제1전제
◾ 동일률(同一律) : A는 A이다.
◾ 모순율(矛盾律) : A는 A가 아닌 것이 아니다.
◾ 배중률(排中律) : A와 A가 아닌 것 사이에 중간은 없다.
3. 궁극적 존재(궁극자)
◾ 플라톤 : 이데아(Idea, 완전⋅영원, 몸) ↔ 현상(現象, 불완전, 생멸, 그림자)
◾ 아리스토텔레스 : 부동(不動)의 원동자(原動者)[unmoved mover]
◾ 크리스트교 : 유일신(唯一神, 완전, 영원)[창조주]
◾ 도교(道敎) : 도(道) 또는 자연(自然)
4. 이데올로기(ideology)와 종교
◾ 공통점 : 신념에 기초해 있음
◾ 이데올로기 : 사회에 대한 진단과 처방대로 살아야 행복하게 된다는 신념
◾ 종교 : 궁극적 존재가 원하는 대로 인생을 살아야 행복하게 된다는 신념
〈이어지는 강의 예고〉
▪603회(2025.3.13) : 장자해설 33회, 이태호(철학박사/통청 인문학아카데미 원장/『노자가 묻는다』 저자) ▪604회(2025.3.20) : 장자해설 34회, 이태호(철학박사/통청 인문학아카데미 원장/『노자가 묻는다』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