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제목을 보고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당신은 TV 시트콤 [아내는 요술쟁이]를 열심히 시청한 사람이다. 1964년부터 1971년까지 8년 동안 방영된 미국 TV 시리즈 [Bewitched]는, 국내에도 오랫동안 소개되었고 일본에서는 리메이크되기도 했었다. 이 소재를 영화로 만든 감독은, 이제는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이 된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의 각본가인 노라 에프런. 그녀는 각본가로서 뿐만 아니라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과 [유브 갓 메일]의 감독으로서도 할리우드에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사랑하는 여자가 요술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벌어지는 코미디의 기본 설정은 같지만 그러나 이미 40여년 전에 만들어진 원작을 지금 그대로 만들 수는 없다. 직접 각본 작업까지 참여한 노라 에프런 감독은 [아내는 요술쟁이]의 기본 설정만 가져온 채 내용물은 새롭게 채워 넣어서 원작과는 느낌이 완전히 다른 영화 [그녀는 요술쟁이]를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요술쟁이 역을 맡을 여배우다. 여주인공이 차지하는 비중이 금자씨만큼 절대적인 이 영화에서 누구를 캐스팅하는가에 따라 작품의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노라 에프런이 선택한 배우는 니콜 키드만. 톰 크루즈와 이혼 후 오히려 전성기를 맞고 있는 니콜 키드먼은 차가운 매력의 전형적인 미인상에다 수더분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첨가하여 이자벨 역을 뛰어나게 표현한다.
호주 출신의 그녀가 할리우드에 알려진 것은 [파 프롬 어웨이]를 통해서인데, 톰 크루즈와 이혼 후 뮤지컬 [물랭루즈]로 대중적 인기를 모은 후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현대와 연관시켜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그린 [디 아워스](2002년)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등을 받았다. 그 외에도 귀신들의 집 [디 아더스](2001년)와 연극적 기법을 활용한 라스폰 트리에의 독특한 영화 [도그빌](2003년)에서 주연을 맡았다. 니콜 키드먼은 샤넬 넘버 5의 CF로 1분당 10억원을 받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배우로 성장했다.
마녀 이자벨, 그녀는 코만 찡긋찡긋 하면 신용카드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고, 뉴비틀 자동차까지 척척 만들어낼 수 있다. 진짜 이런 여자가 애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남자들은 영화를 보면서 한 숨 푹푹 쉬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되겠지만, 그녀를 길거리 캐스팅한 삼류 배우 잭은 이자벨이 마녀라는 것을 모른다. 그리고 그녀가 요술쟁이라는 설정으로 드라마를 찍는다. 출연작마다 모두 실패하여 퇴출 위기에 몰린 한물 간 배우 잭이 이 드라마의 인기를 통해 기사회생하지만 그는 자신이 길거리 캐스팅 한 이 순진한 처녀가 진짜 요술쟁이라고는 감히 상상도 못하는 것이다.
이자벨은 마녀 세계에 싫증을 느껴 평범한 남자와의 사랑을 꿈꾸는데, 직접 요리하고 청소하고 육체는 고단하지만 그 순간마다 마법을 쓰고 싶은 유혹이 있지만 그것을 물리치고 평범하게 살아가며 잭과 사랑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을 이용해 인기를 얻으려는 잭의 속셈을 알게 된 이자벨은 이제 복수를 시작한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이기 때문에 우리가 예상하는대로 결말은 해피엔드다. 톰 행크스-맥 라이언 콤비의 활약이 눈부셨던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이나 [유브 갓 메일] 못지 않게 니콜 키드만-윌 패럴의 콤비도 괜찮다. 국내에는 [엘프]로 알려졌지만 미국에 비해 지명도가 약한 윌 패럴은 미국적 감성을 대표하는 배우 중의 한 사람이다. 특히 이자벨의 매니저로 까메오 출연하는 톰 크루즈가 즐거움을 준다. 우습게 망가지는 역에 그를 적극 추천한 사람은 그의 전 아내인 니콜 키드먼이었다.
온갖 시름 잊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코미디지만 진행과정이나 결말이 너무 뻔하지 않은가? 잠깐의 즐거움은 있지만 오직 그것 뿐인 [그녀는 요술쟁이]. 그러나 눈속임 마술이 아니라, 진짜 신용카드 무제한으로 펑펑 쓰고 코만 찡긋 거리면 람브르기니 디아블로가 번쩍거리며 나타나는 여자가 내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 하면 안되는데....그래도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