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답지 않은 무더위다. 이른 장맛비가 대지를 식혀주는 사이 산과 들로 피서를 떠날 채비를 하는 이 들이 늘고 있다. 땅끝해남! 국토순례단도 줄을 잇고 있다. 농어촌의 정감어린 인정을 느낄 수 있는 옛길을 찾아 나 홀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많다. 해남의 명산과 관광지를 코스별로 소개하고자 카메라가방을 메고 떠나 본다. 독자여러분, 함께 떠나 볼까요. <편집자 주>
|
|
|
|
|
땅끝전망대에만 연 10만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찾아오는 땅끝관광지. 해안선을 낀 산책로는 명품 탐방로임에 틀림없다. |
|
|
송호리해수욕장 진입도로를 들어서자마자 안개가 길을 막는다. '시집가는 날 등창난 격'일까. 바다와 접한 한반도의 남단이니 해무가 잦은 곳이다.
땅끝전망대로 오르는 모노레일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땅끝오토캠핑리조트에 이른 해안탐방로를 거쳐 땅끝호텔, 망추봉, 댈기미잔등, 땅끝전망대에 올라 다시 해안탐방로와 만나는 소위 '종주'코스를 걸어 볼 요량으로 출발했다.
우선 안개 속 다도해를 보고 싶다는 욕심에 모노레일에 몸을 실었다. 고도를 높이자마자 안개가 휘어감은 땅끝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선착장에서는 철부선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보길도 등 완도 섬들을 오가는 것이다. 도착한 철부선이 차량들을 토해낸다. 차량들은 한반도 어딘가를 향해 내달린다. 그래서 끝이 아니라 시작인가보다.
6분만에 사실상 정상인 땅끝전망대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로 급상승한 9층에 위치한 전망대는 그야말로 전망이 좋은 곳이다. 매표소에 '안개로 인하여 아름다운 다도해 경관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내걸렸지만 안개가 만들어주는 다도해 경관이 오히려 아름답다. 물론 먼 바다 섬들은 안개가 삼켜버렸지만 흑일도나 백일도는 안개속이라서 더 좋다. 계단에는 '소망새기기'코너가 있다. 대형 낙서판이다. 전국에서 이곳을 다녀간 관광객들이 쓴 각양각색의 사연들이 적혀 있다. 그러나 이 소망새기기 코너도 유효기간이 있다. 1년마다 도배를 하기 때문이다.
|
|
|
|
|
땅끝전망대 앞 사랑의 언약 열쇠고리 |
|
|
|
|
|
|
|
탐방로에서 만난 가족단위 관광객 |
|
|
다시 모노레일로 내려온 후 생각했던대로 해안탐방로를 걷기 시작했다. 그 사이 안개가 초여름의 땡볕에 쫓겨 간다. 이곳은 해남군이 정한 3코스로'숲속에서 또 다른 세상을 찾아…'라는 테마가 있는 곳이다. 진행방향에서 오른쪽은 숲이고 왼쪽은 숲과 바다풍경이 어우러진 곳이다. 발아래 파도소리가 전주를 하고 숲에서 새들이 합주를 하는 그런 형국이다. 조금 걷다보니 쥐똥나무 꽃들이 만개, 진한 향을 풍긴다. 또 어디선가 짙은 더덕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녹음터널이 땡볕을 피하라고 손짓한다. 오감을 만족하는 또 다른 세상임에 틀림없다. 산책로 생태안내판에는 105과 439종의 식물과 12목31과94종의 곤충류와 각종 포유류, 조류, 양서류등이 서식한다고 적혀 있다.
12분만에 전망대로 오르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이곳이 오늘의 종착점이다. 불과 130m떨어진 땅끝탑을 향해 다시 출발했다. 여전히 파도소리와 새소리가 뒤를 따랐다. 외지인들은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분주하다. 한반도의 땅끝을 방문, 기념촬영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땅끝탑에서 해안절벽을 잇는 목재데크가 있다. 몇 해 전 만든 이 길로 또 다시 안개가 드리워지니 이국적인 분위기다.
연리지가 있는 곳까지는 600m, 오토캠핑장까지는 2km다. 다시 숲그늘이 드리워진 해안탐방로를 따라 걷는다. 해안가 절벽위에 설치된 사재끝샘 쉼터와 당할머니 쉼터, 학도래지 쉼터를 거쳐 연리지를 볼 수 있다.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나무처럼 자라는 현상이다. 매우 희귀한 현상이지만 이곳 탐방로변에는 두 곳이나 있다. 언리지는 남녀의 사랑이나 자식의 부모에 대한 효행을 상징하지만 이곳은 땅끝전망대의 언약열쇠걸기 코너처럼 남녀를 위한 테마로 얘기된다.
|
|
|
|
|
해안데크의 이국적인 분위기 |
|
|
|
|
|
|
|
땅끝탑 전경 |
|
|
몇 발짝 걸어 달뜬봉 쉼터, 댈기미쉼터를 지나면 자갈밭삼거리(댈기미)에 도착한다. 천년숲길과 겹쳐 있다. 해안가 군부대 초소로 가는 샛길끝에는 미황사천년역사길의 시작점인 땅끝석선댓곶이 있다. 미황사가 작년에 해안가에 입간판을 세웠다. 옛길답게 소박한 길이다.
다시 쉼터들이 줄을 잇는다. 사자포구 쉼터, 불무청 쉼터, 난대림쉼터까지다. 쉼터의 목적은 휴식을 위한 공간이다. 비교적 큰 나무 그늘아래 마련된 쉼터마다 벤치와 문화역사해설판이 세워져있다. 그러나 속도전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쉼터를 무시하고 오로지 'go!'다. 속도를 내다보면 숨을 고르기 위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잠시 머문다. 명상과 휴식은 안전에 없다. 소원의 길, 희망의 길, 치유의 길, 자연의 길이라는 해남군의 안내판이 무색하다.
난대림쉼터에서 불과 10여m지나자 군부대 정문으로 이어지는 군사도로와 만난다. 군용차량이 다니는 비포장도로다.
여기서부터는 왼쪽에 어촌이 펼쳐진다. 바로 갈산마을이다. 잠시 후에 갓 포장한 아스팔트길과 만나 오토캠핑리조트에 이른다. 전봇대나 농가 벽돌담벼락에도 갓 조성한 삼남길의 이정표가 여기저기 눈에 띤다. 삼남길은 마련리로 향하지만 땅끝산책로는 포장도로를 벗어나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땅끝호텔과 망추봉을 지나 땅끝주차장까지 가는 길이다. 오르막길이다. 데크보다는 낙엽이 깔린 부엽토라서 그런지 느낌이 좋다. 곳곳에 데크가 있다. 최근에 조성된 탓에 플라스틱 소재의 데크다. 땅끝탐방로는 데크와 탐방로에 관한 한 모든 소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모노레일 주차장에서 땅끝전망대에 이르는 길은 돌계단이다. 땅끝주차장에서 땅끝전망대에 이르는 길은 나무결모양의 콘크리트시설물이다. 땅끝전망대에서 해안산책로까지는 나무데크, 이곳은 플라스틱 소재다. 안타깝게도 망추봉을 거쳐 댈기미 잔등에 이르는 탐방로까지 단 한사람의 관광객을 만나지 못했다. 산행 중에 상대방과 인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피로를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으며 서로 격려하며 산행정보를 교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평일이라지만 오르막길 40여분동안 단 한사람도 못 만났으니 이 탐방로의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땅끝주차장의 전망대는 최근 추락사고의 흔적이 남아있다. 아직 난간을 보수하지 못하고 밧줄로 묶어 놓았다. 댈기미 해안을 조망한 뒤 서둘러 땅끝전망대로 오르는 길에 서울에서 왔다는 4살박이 어린이 두명을 포함한 일가족을 만나 간단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땅끝주차장에서 땅끝전망대까지는 7분정도면 족하다. 다시 목재데크가 설치된 급경사 내리막길을 따라 해안산책로와 만나는 삼거리로 내려왔다. 10여분이면 내려올 수 있지만 오르막길은 20여분이 걸린다. 그것도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가파른 오르막계단이다. 이 코스는 될 수 있는 한 내리막길로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댈기미해안에서 댈기미잔등에 이른 코스도 마찬가지다.
땅끝마을에서 갈산마을에 이른 해안산책로는 문화, 역사, 생태가 어우러진 권하고 싶은 명품탐방로임에 틀림없다. 쉼터에서 만나는 우리조상들의 삶에서 우러난 전설과 설화, 나무와 야생화, 그리고 나뭇가지를 오가면서 지저귀는 새 등 각종 생태자원은 해남을 땅끝관광지를 찾은 가족과 연인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