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생긴지 20년… 환자 12%가 뇌졸중, 15% 가 허혈성심장질환' 걸려
한국인 고혈압 환자를 20년간 추적 관찰했더니,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목표혈압(140/90mmHg) 이하로 관리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목표혈압 이하로 관리해 낸 사람은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최대 약 60%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나승운 교수, 병리과 김정분 기사장, 고려대 심장혈관연구소 최병걸 교수, 보건과학연구소 이민우 교수 연구팀은 국내 고혈압 환자의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질병관리청-국민건강영양조사에 등록된 18세 이상 성인 3만 8000여명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고혈압 병력이 20년 이상 지속됐을 때 고혈압 환자의 12.2%가 뇌졸중, 14.6%가 허혈성심장질환, 5%가 심근경색, 10.6%가 협심증에 걸렸다. 적절한 고혈압 약물치료를 받은 환자 모두 포함해 나온 통계다.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 평균 나이는 55.86세로, 우리나라 인구의 기대수명이 83.5세(OECD 보건통계 2022)란 점을 고려하면 기대수명까지 생존한다고 가정할 때 20년보다도 10년 더 긴 약 30년간은 고혈압을 관리해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환자가 합병증으로 이어진 이유는 치료와 달리 목표 혈압 이하만큼 관리된 사람은 적었기 때문이다. 나승운 교수는 "전체 고혈압 환자 3분의 2 미만만 목표혈압 이하로 혈압 수치를 달성해 낸 것으로 집계됐다"며 "약을 올바르게 잘 먹는 것은 물론 생활 관리 등으로 목표 혈압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목표혈압 이하로 혈압을 관리하면 심뇌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뇌졸중 위험은 37.2%, 허혈성심장질환 27.7%, 심근경색 30.7%, 협심증 29.4%씩 감소됐다. 나승운 교수는 "고혈압 환자들이 혈압을 관리하면 이상지질혈증, 대사질환 등도 개선되는 등 동반 위험 인자도 줄어들기 때문에 목표 혈압 미만으로 관리하면 실제 심뇌혈관질환 발병 위험은 더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분석해보니 뇌졸중은 59.2%, 허혈성심장질환 58.6%, 심근경색 55.2%, 협심증은 60.1%까지도 발병 위험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목표혈압을 잘 조절하지 못한 그룹을 분석한 결과, ▲빈혈 ▲뇌졸중 경험 ▲나이가 많은 남성 ▲당뇨병 ▲체질량 지수 표준 범위(18~24)가 목표혈압 달성 실패 주요 예측 인자로 확인됐다. 나승운 교수는 "의외로 체질량 지수 정상인 사람이 오히려 목표혈압 달성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안일하게 관리한 게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목표혈압 달성 실패 예측 인자가 있는 고혈압 환자는 더욱 혈압을 낮추기 위해 신경써야 한다"고 했다.
성별에 따라서도 고혈압 관리는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보다 남성의 고혈압 진단 시기가 빠르고 전체 유병률도 높았지만, 10년 단위로 보면 남성은 평균 1.77배, 여성은 평균 2.74배씩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60대 이후에는 여성 유병률이 남성을 앞질렀다. 최병걸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고령 고혈압 환자의 성별에 따른 유병률 차이도 확인됐다"며 "여성의 고혈압 증가율이 매우 가파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예방전략과 합병증 규모 평가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심장재단 국제학술지 'Global Heart' 최신호 게재됐다.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23051802177&ref=no_re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