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김완
그래도 며칠 더 서쪽으로 가보고 싶은 건
생의 어딘가가 아프기 때문이다는
돌아보면 그때 시인을 처음으로 만났다
늘 다른 세상으로 가고자 했으나 닿을 수 없는
자기 안의 어느 곳에서 기러기처럼 살았다는
소, 농사꾼, 흙, 별과 달의 영혼을 가진 시인
빈 밭에서 서로의 살을 베며 서걱거리던
아 오래된 집의 임종은 길고 모질다는
긴 울음 하나 무너지는 집 한 채 오래 떠받치고 있다는
살다가 외로우면 산그늘을 바라보았다는
혜화역 4번 출구에서 헤어지는 딸을 보며
지상의 모든 아버지는 촌스럽다 생각하는
어느 겨울 한 무리의 철거민들이 용산에
언 뿌리를 내리려다가 불에 타 죽는 걸 보고
사람은 사람에게 틈을 주지 않는다는
가끔 꽃과 슬픔의 그늘을 흔드는 사람
타락을 모르는 나무들과 늘 같이 걷고 싶은
함흥은 못 가고 냉면만 먹는 사람
어느 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그 사람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는
그래도 나는 새처럼 멀리 날고 싶다는
그가 꿈꾸는 이상국은 어디인가
아직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수많은 자신을 만나야겠다는 시인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를 먹고 싶다는 시인
이상국의 시와 달은 슬프고 면면하다
그가 있어 양양이 달의 고도가 되었다*
나의 시에는 먼 데가 없다고 수줍어하는
여름내 가죽을 뚫고 나온 햇송아지의 뿔처럼 우뚝한
앞뜰엔 동해안, 뒤뜰엔 설악산
그 사이 속초에는 이상국 시인이 산다**
* 이상국, 『국수』, 강 출판사, 2019, 254p. 고형렬 「이상국의 오래된 시의 나라, 산목련꽃」
이 시의 많은 부분은 시인의 책 『국수』 를 읽고 참고하였습니다.
** 이상국, 『국수』, 강 출판사, 2019, 264p. 이경자 「시인을 말한다, 슬픈 나, 이상국을 만나다」
첫댓글 <시와사람> 100호 특집으로 생존 시인을 주제로
시인의 이름을 제목으로 시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그리하마 말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란걸 금방 알아차렸다
면면하다 綿綿하다
형용사 끊어지지 않고 죽 잇따라 있다.
유의어
간단없다 끊임없다 부단하다
표준국어대사전
면면 1 面面 [면ː면] 듣기
1.명사 각각의 여러 사람. 또는 여러 얼굴.
2.명사 여러 면. 또는 각 방면.
한계령 자작나무들이 하는 말도 듣고/온정리 가을이 따라 웃는 것도 아는===>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