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8.1.
St. Andrew의 캠핑장 아직 여유 공간이 많아 보이지만 fully booked 된 모습이다. 정해진 사이트 이외에는 받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의 캠핑장은 확실히 그 분위기가 다르다. 뭔가 도움을 청하면 매우 친절하지만 캠프내 이웃끼리 대화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북유럽에서는 의자를 내어놓고 햇볕을 쪼이면서 담소하는 모습이 캠핑장의 흔한 모습인데 여기서는 찾아볼 수 없다. 눈이 마주치면 한마디 굿모닝으로 끝이다.
사진은 출발 시간의 사진인데 좀 썰렁하다. 영국의 가정은 하나의 성곽과 같다고 하더니 캠핑장도 그런 분위기의 연장인가 보다.
그래도 캠핑장에 누가 새로 들어오면 비상한 관심을 가짐에는 틀림없다. 어떻게 아냐고?
대체로 영국인들은 '굿모닝' 한다. 그런데 화장실이라도 가다 만난 가까운 이웃자리의 영국인들은 '알로'(노르웨이의 hello) 한다.
내가 차에 작은 노르웨이 국기를 붙여놨는데 그걸 본 게 틀림없다. 대개 캠핑하는 은퇴자들은 별로 할 일이 없다. 남는게 시간이다. 캠핑카의 조그마한 창문으로 다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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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풍경은 정말 마음에 든다.
특별한 것이 없으면서도 오래 기억하고 싶은 편안한 아름다움의 스코틀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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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든버러로 간다.
애든버러는 J.K. 롤링이 해리포터를 쓴 곳이다. 내가 읽어도 재미있는 해리포터는 10년이나 연재되었다. 롤링은 맨체스터에서 런던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처음 이야기를 떠올린 후 애든버러 카페에서 첫번째 책을 썼단다.
그는 기초생활 수급자였지만 책이 67개 언어로 번역되고 4억부 넘게 팔리면서 영국의 여왕보다 더 큰 부자가 되었다. ...우리집 마저도 영어로 된 해리포터 전권. 한국어로 된 전권 2질이 있으니.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부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준다. 또 입소문의 근원지 인터넷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알 수 있다.
시내로 들어서면서부터 확실히 오래된 중후한 느낌이 난다. 돌로 지은 집들이 이어진다.
애든버러 성이다.
저렇게 절벽 위에 성을 지었으니 옛날 무기로는 쳐들어가기 어려웠겠다.
문화재 앞에 알록달록한 스타디움이 왠말. 어울리지 않는다.
에든버러 성문 앞. 고풍스런 성이 멋지다.
에든버러성 밖은 더 인산인해다. 온갖 퍼포먼스. 버스킹 소리. 길거리 연극까지 있다.
성밖으로 나오면 만나는 신학대학 NEW COLLEGE.
대학이라면서 들어가니 티켓 안내문부터 만난다. 도대체가... 하기사 영국은 왕궁도 기부의 이름으로 고가의 입장료를 받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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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스콧경(Sir Walter Scott)의 기념비이다.
스코트랜드를 스콧 랜드라고도 한단다. 그만큼 스코틀랜드에서는 스콧이 존경받는 인물이란다.
동상이 60m 높이의 어마한 석조물 속에 모셔져 있다. 동상과 기둥의 크기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세로로 세워도 다 담기지 않았다.
스코틀랜드가 문인인 스콧의 동상을 높게 세운 데에는 같은 영국이지만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역사 내내 서로 앙숙이었던 배경이 숨어있다고 한다.
월터스콧은 에든버러에서 태어나 많은 명작을 남겨 세익스피어에 비견되는 스코틀랜드의 대표작가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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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웰 동상이다.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출생의 물리학자이다.
그가 확립한 전자기학의 성과는 아인쉬타인과 뉴톤의 학문적 성과에 비교된다.
놀랍게도 동상 아래 바닥에 Maxwell equation이 적혀있었다. 억수로 반갑기도 하고...
맥스웰 방정식은 4개의 편미분 방정식인데 빛이 전자파라는 것을 증명한다.
Maxwell equation은 수리물리를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만. 물론 어렵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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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의 유명한 클로스를 찾아나선다.
못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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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동상과 할배들 사이에 있는 어마어마하게 큰 키의 엉겅퀴가 대단하다. 요숙이 공격한다.
...엉겅퀴 꽃이 스코틀랜드 국화인거 아능교?
흥. 공원의 잔디가 더 감탄시럽다. 잔디를 한 두번 봤냐...마는. 우에 잔디색이 조럴 수 있노. 몽땅 정~말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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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간다.
남으로 갈수록 풍경이 편한다. 점차 스코틀랜드의 아름다움이 없어지고 황량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아직 날은 밝지만 늦은 시간에 캠핑장을 찾았다.
조그만 입구와는 달리 잘 정돈된 캠프다.
돌담에 낀 두터운 이끼와 파란 잔디언덕이 정겹고 깔끔하다.
오늘은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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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8.2.
맨체스터 가기 조금 전의 Haworth에 도착한다.
제인에어(Jane Eyre)의 샤롯 브론테.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의 에밀리 브론테. 아그네스 그레이 (Agnes Grey)의 막내 앤 브론테. 세 자매가 실제 살던 집이 박물관이 되어있다.
아버지 브론테가 아들 하나에 딸 다섯의 여섯 자녀를 두었으나 아내와 함께 자녀 모두 일찍 요절함으로써 지금은 브론테를 아끼는 사회 재단에서 박물관과 생가. 브론테의 작품들을 관리하고 있다.
아버지가 목사였던 이들 자매의 가난은 우리의 짐작과는 약간 다르다.
그 당시 영국에서 배운 여성이 할 수 있는 돈벌이로는 가정교사 밖에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막일을 하고자 해도 이 계급의 여성에게는 일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이 죽거나 하면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였다고 하니 이층집의 브론테 집의 가난이 이상할 것은 없다.
집 정원 앞은 묘지와 교회로 연결되고 있었다.
브론테 자매들도 여기에 잠들어 있다.
dining room. 세 자매가 여기서 작품을 쓰고 서로 평론을 했단다.
샤롯 브론테가 직접 손으로 쓴 귀한 원고이다.
어린 세 자매가 놀던 방. 아주 작은 방이다.
요숙이 아쉬움에 폭풍의 언덕. 책 한권을 사서 들고 온다.
다시 맨체스터로 내려가는 길이 아름답다.
어느 때인가는 폭풍의 언덕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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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장을 찾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장을 찾아 온 것은 요숙이 박지성의 팬이어서다. 그렇지만 박지성의 흔적도 없다. (박지성이 은퇴한 지가 언젠데. ...문도 닫아서 내부는 못 봄. )
여기서는 유빙의 거물 돼지양말(이쁜 분이 아이디가 이상해^^)을 만났다. 딸과 함께 여행 중인데 한국 차번호를 보고 놀랬다고.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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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는 캠핑장을 구하기 쉽지 않다. 아마 영국인들의 여행 스타일이 많이 다른 까닭일 것이다.
또 하루의 해가 진다.
언제는 밤이 없더니... 꼬르륵.
2019.8.3.
멀리 비덜프(Biddulph)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특별한 아침이다. 모든 아침은 특별하다
오늘은 요숙의 원대로 British Open LPGA 3라운드를 보러 가기로 한다.
런던 조금 위 밀턴 케언즈(Milton Keynes)의 워번(Woburn) Golf Club이다.
네비가 안내한 길목에 <Women's British Open No Through Road>라는 팻말이 섰다.
우얄 수 없다. 걷기로 했다.
걸으면서 요숙이 묻는다.
... 아빠요 이거는 아닌거 같아요. ... 골프 선수들이 이 길로 갔겠능교.
(미송) ...
산 하나를 넘어가니 아스팔트 도로가 짠~하고 나타난다. 구글네비 이거. 나참~
TV로 많이 봤던 LPGA 분위기. 즐거웠다.
(무신 갤러리 입장료가 30£나? )
다리 튼튼한 젊은 사람은 선수를 따라 다니고.
머리부터 신발까지 하얀 나이든 분들은 대형 화면 앞에 진을 치고 맥주 삼매경이다.
박성현. 고진영. 이런 선수들 뒤에는 한국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여기가 영국인가 한국인가.
박성현이 180m 파3에서 홀에 2m 정도로 붙여 떨어뜨리는데 하~ 감탄했다.
모건 프레슬. 다이어트 했나? 날씬해졌어요.
넬리 코다. 이뻐요.
오늘의 백미는 이거다.
길가던 요숙이 지나치던 선수를 보고 외쳤다.
"이민지 선수 파이팅~"
지나가다 듣고 웃는다. 호호. 요숙 쫌 참으소.
많이 빠졌는데도 주차된 차가 산에 한마당이다.
파이널라운드를 못 보고 떠나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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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달려 오늘의 행선지. 챠톤(Chawton )근교 INWOOD 캠핑장에 도착한다.
여기저기 캠프 파이어가 보이고 아이들 뛰노는 소리에 기분이 덩달아 가벼워진다.
그럼 다음회에~
스코틀랜드 애든버러 가는 길(8/1)
첫댓글 그동안 책과 글로만 알고 있던, 투박하고 황량한 땅으로 알고 있던 스코트런드, 두 분의 글과 사진을 통해 생각이 마니 마니 달라졌습니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을 언덕>을 학창시절에 감명깊게 읽었는데, 작가가 살던 집과 그 배경이 된 스콜틀랜드 바람의 언덕을 직접 가셨다니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또 LPGA 경기를 현지에서 직접 관람하시고 유명선수들의 경기를 가까이서 직접 보셨다니
더욱 부럽습니다~♡
(행복한 여행 쭉 이어가세요~^^)
어느순간부터 두분의 여행담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저도 2년후 35년 가까이 정든 직장을 정리하고 1년정도의 유라시아 여행을 계획하며 머릿속으로 루트와 여정을 계획하고 있답니다. 앞선 선배님으로서 나중에 귀국후에 차 한잔 하시면서 여행담을 가슴으로 듣고싶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여행 계속하시길 염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