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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헌신을 통해서(교회창립64주년 기념주일/추수감사주일)
데살로니가전서 5:18
오늘 ‘추수감사주일’과 ‘한남교회 창립 64주년 기념 주일예배’를 드립니다.
쌀 한 톨 키우기 위해 힘쓴 적도 없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농부의 투박한 손길을 통해 풍성한 수확으로 한 겨울에도 먹을 것을 넉넉히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모든 그림자 노동에도 감사드립니다. 또한, 지난 64년 동안 묵묵히 한남교회를 위해 헌신하신 모든 분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보이지 않는 헌신과 봉사가 지금의 한남교회를 있게 하였습니다.
오늘 성가대가 두 번째로 찬양한 ‘주의 축복 내려주소서’라는 찬양에는 우리 한남교회의 소망들이 담겨있습니다. 우리 한남교회가 ‘믿음의 반석 위에 굳게 세워진 교회’이길 바랍니다. 우리 한남교회가 ‘성령의 충만함과 은혜가 넘쳐 흐르는 곳’이길 바랍니다.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가진 교회’가 되길 바랍니다. ‘기쁜 소식이 언제나 넘치고 감사가 넘쳐나는’ 교회가 되길 바랍니다. 기도의 능력이 있는 교회, 말씀에 순종하는 교회가 되어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교회가 되게 하옵소서. 예배가 살아있는 곳, 찬양 소리가 끊이지 않는 한남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64년 동안 우리는 이런 교회를 이뤄가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부족한 점도 있지만, 나름 자부심을 품을 만한 일들도 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이들이 이 교회를 통해서 하나님과 교제하고, 기도하며 응답받았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살아가기로 결단했으며, 매 주일 지난 64년 동안 3300번 이상의 예배를 드렸습니다. 먼저 하나님 품에 안기신 분들도 계시고, 어린 시절부터 한남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시다가 장로님으로 임직받으신 분도 계십니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다 떠나신 분들도 있고, 단 한 번도 한남교회를 떠나지 않으시고 지켜오신 분도 계십니다. 오늘 처음으로 함께 예배드리는 분도 있고, 교회와 인접한 곳에 사시는 분도 계시지만, 강북에서 경기도 광명시, 구리시, 포천시, 남양주시, 고양시, 화성시, 하남시, 용인시, 강원도에서 충청도, 전라도에서 주일 성수를 하시기 위해 오시는 분도 계십니다. 오늘 함께 예배하지는 못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한남교회를 생각하시며 기도하시는 분들, 시험공부 때문에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교육부서 친구들, 각자도생의 세상에서 힘겹게 살아가느라 주일 성수하지 못하는 청년들과 교우들, 한번 나왔다가 나오지 않으시는 분들, 새신자로 등록할 것같이 하다가 안 나오시는 분들, 새 신자로 등록하고 나서 안 오시는 분들, 새벽예배에만 참여하시는 분들, 한남교회 출신으로 다른 교회에서 직분을 받아 봉사하시는 분들, 한남교회를 개척하시고, 담임하셨던 목사님들과 부교역자들, 심지어는 평일 구걸하기 위해 한남교회를 찾아오시는 분들, 저와 논쟁을 하며 자신들의 교리를 설파하려고 했던 신천지, 여호와 증인, 한남교회라고만 말하면 척척 찾아오시는 택배기사, 더군다나 주일 성수를 할 뿐 아니라, 귀한 예물을 성별하여 봉헌하고, 교회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모든 분, 지각해도 어떻게 하든지 주일 예배에 참여하려고 하시는 모든 분, 모두 감사한 분들입니다. 이 모든 분이 있어 한남교회는 64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이니, 모든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개인적으로 한남교회 담임목사로서 ‘네 번째 추수감사주일’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난 ‘추수감사주일’에 어떤 설교를 했는지 살펴보니, 61주년이었던 2016년에는 ‘일상에 감사하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나눴습니다. 62주년에는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는 제목으로, 63주년에는 ‘그림자노동에 감사하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나눴습니다. 오늘은 ‘보이지 않는 헌신을 통해서’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준비했습니다. 한남교회에서의 목회 여정을 돌아보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시는 분들 덕분에 목회를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는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릴 때마다 열심히 중보기도하고, 주일 여러분에게 전할 하나님의 말씀을 성실하게 준비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한남교회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교회, 빛과 소금의 사명을 잘 감당하는 교회가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추수감사주일을 맞이하면서 저의 목회 여정을 돌아보기 감사할 것뿐입니다. 한남교회가 아니었다면, 여러분과 인연이 맺어질 수 없었겠지요.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는 노랫말도 있지만, 성경은 우리의 만남은 하나님의 귀한 뜻과 계획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라 증거합니다. 그 귀한 뜻을 잘 이뤄가는 여러분과 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교회는 다양한 은사를 가진 분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헌신하며 아름다운 교회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어떤 분은 몸으로, 어떤 분은 물질로, 어떤 분은 재능으로, 어떤 분은 시간으로 봉사합니다. 모두 감사한 일입니다. 한남교회는 지금껏 이렇게 보이지 않는 헌신을 통해서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이어져갈 것입니다.
노회나 교회 행사 때문에 다른 교회를 방문하는 일이 많습니다.
저는 교회를 방문할 때마다 교회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몸으로 느끼는 편입니다. 입구 초입에서부터 본당, 강대상, 심지어는 작은 상징물 하나도 정성이 느껴지는 교회가 있고 어수선한 교회가 있습니다. 꼭 비싼 물건이거나 최첨단 시설이 아니라, 그 교회만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저는 교회 건축에는 건축설계사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배는 오감을 통해서 드리는 것이므로, 다양한 방송기재와 영상기재도 중요하고, 예배드리기에 쾌적한 환경도 필요합니다. 어떤 것은 많은 재정이 필요하므로 기도하는 것도 있지만, 어떤 것은 우리가 능히 할 수 있는 일이고 사실 그런 일이 더 많습니다.
자신이 가진 달란트만큼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신앙생활 하십시오.
저는 가급적이면 부교역자들에게도 자율적으로 자기가 맡은 일을 하게 합니다.
쉬운 일 같으면서도 어려운 일이지만, 저는 제가 시키는 일만 하는 부교역자를 원하지 않습니다. 조금 부족해도 자기가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하고자 온 정성을 쏟는 사람, 그런 사람과 함께 일하면 즐겁고 마음이 편합니다. 여러분도 자신이 가장 편안하게 교회를 위해서 헌신하고 봉사할 만큼만 하십시오. 여러분의 능력을 넘어서거나 불편한 일이라면 기도하십시오. 다른 일은 부담되고 나는 주일 성수하는 것만 편하다 생각하시면, 그렇게 하십시오. 교인들하고 사귀는 것은 부담되니 나는 헌금만 하겠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물질생활이 힘들어 헌금을 못하니 몸으로 봉사하겠다고 하시면 그렇게 하십시오. 교회 일은 절대로 불편한 마음으로 하면 안 됩니다.
사람이 가장 편안한 상태를 느끼면서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입니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몰입하거나 혹은 자신이 이룰 가능성이 있는 일을 위해 노력하는 순간이 아닐까요? 그리고 신앙인이라면 그 일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요, 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선한 일이라면 되는 것 아닐까요?
신앙생활을 힘들고 목숨 걸고 해야만 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나라가 기독교를 탄압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신앙을 강제하지도 않습니다. 자신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구세주요 하나님으로 믿는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선택한 것이 여러분 삶에 기쁨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많은 교회 중에서 한남교회를 택했고, 더군다나 직분을 받으셨다면, 그냥 기쁘게 감사한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목사나 당회나 교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도 무조건 “아멘!”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방향성이 큰 문제가 없고, 당연히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일이라면, 기쁘게 동참하고, 바라보고, 기도하며 응원하면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자신이 할 수 있을 만큼만 헌신하고, 교회를 통해서 하나님을 만나고 위로받고 힘을 얻으시라는 것입니다. 교회는 기쁨의 공동체요, 감사의 공동체입니다. 오늘 추수감사절에 우리 삶에 풍요한 결실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인간은 작은 것에도 무한감사를 드릴 수 있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무한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는 것도 불평과 불만으로 받을 수 있는 존재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성숙한 신앙을 갖길 바랍니다.
한남교회는 지난 64년 동안 보이지 않는, 드러나지 않는 헌신을 통해서 이 자리에 있습니다. 물론, 교회를 위해서 익히 봉사하시고 헌신하신 분들의 노고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는 없지만, 한남교회를 위해 헌신하시다 하나님의 품에 안기신 분들, 어떤 아픔이 있어 다른 교회로 이명 하여 봉사하시는 분들, 심지어는 신앙을 상실하고 잠시 신앙을 떠난 분들까지도 지금의 한남교회가 있게 한 분들입니다. 그리고 매일 새벽 제단을 쌓고 교회와 교우들을 위해서 기도하시는 분들과 매주 수요일 교인들의 상황을 살펴 교회와 교우들을 위해 기도하시는 중보기도단도 감사한 분들입니다. 꼭 교회가 아니더라도 교회를 생각하며 기도해 주시는 분들도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저를 위해서 기도하신다는 것을 알기에 저도 새벽예배를 마치고 매일매일 여러분을 위해서 기도하면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합니다. 서로 사랑하고, 서로 기도하며, 중보하며 아름다운 교회를 만들어가는 것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데살로니가전서의 5장 18절의 말씀은 너무 유명한 말씀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그냥 ‘아멘!’으로 받아들이고,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서 힘써야 할 말씀입니다. 이 말씀대로 살아가려고 시도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감사한 일도 감사하지 못하고 지나갈 때가 있는데 ‘범사’ 즉 ‘모든 일’이니 더욱 힘듭니다. 누구는 교회에서 봉사하고 자신은 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도 불편함이 스멀거리며 올라오는데, 원하지 않는 일이 생겼을 때에도 감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거듭 훈련할 뿐입니다. 그러다 보면 점점 더 깊은 감사를 할 수 있는 신앙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에서 감사를 발견하고, 심지어는 남들이 모두 최악이라고 말하는 상황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감사하는 신앙을 품고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감사의 조건들을 채워주실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추수감사주일과 창립 64주년 기념예배로 드리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감사가 차고 넘치는 교회가 되어 창립 65주년 때에는 교회와 여러분의 모든 삶이 지금보다 한 걸음 더 성숙한 모습으로 하나님께 나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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