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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의 2005수능날 일기 [고3인데도 흔들리거나 공부가 안되시는분 필독!!!...]
닉네임 : sky094 작성일 2005-04-03 23:06:09
아침 6시..
정확히는 5시 58분에 일어났다.
전날 밤.. 잠이 안와서 이불 속에서 뒤적거리다 잠이 들어서 그런지
잠시 정신이 멍했지만 금방 떨쳐내버렸다..
오늘이 어떤 날인지.. 기억났기 때문이다..
2004.11.17.. 대학수학능력시험.. 12년 공부를 테스트하는 날..
나는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준비물을 챙겼다..
필수 준비물인 수험표와 신분증. 필기도구를 챙기고
오답노트와 도시락을 가방속에 넣은 후.. 아침밥을 약간 먹고 시험장으로 갈 준비를 마쳤다...
나가기 직전에 동생이 와서 수능 잘보라고 인사햇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동생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부모님과 함께 집을 나섰다.
차갑지만.. 상쾌한 아침햇살을 맞으며 차를 타고 시험장인 배재고등학교로 향했다.
입실완료까지의 시간이 30분 정도 남아있었는데
시험장소에 근접할수록 점점 차가 밀리기 시작했고
그에따라 마음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길가에 놓여있는.. 무료로 수험생을 태워주는 오토바이가 보여서
타보려고 했지만 앞에 시험장이 보였기에 그냥.. 그만뒀다..
잠시 후 시험장에 도착했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교문에 걸린 거대한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2005 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서울특별시 교육청 제16지구 제3시험장
그리고 그 주위에서 종이들고 소리치면서 자기 학교 수험생을
응원하는 모습이 보였다.
시험장 입구 주변은 많은 사람들로 대성황이었다..
'이게.. 수험장 분위기인가?..'
나는 생소한 시험장 분위기를 느끼면서 입구쪽으로 걸어갔다.
교문 앞에서는 여자애들이 자기학교 학생을 응원하며 녹차를 나눠주고 있었고
그 주변에서는 또다른 무리의 학생들이 북치고 장구치면서
자신의 학교 수험생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학부모들과 수험생이 이야기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있으니
'정말 내가 인생에서 중요한 시험을 치는구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딱 들면서 어깨가 으쓱해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장 크게치는 국가고시이며 사소한 모든 것에도
당락이 결정되고 희비가 엇갈리는 인생을 결정지을 중요한 시험.
이런 생각이 점차 머리속을 지배해갔다..
잠시후 주차하고 오신 부모님과 함께
몰려서 응원하고 있는 교문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교문 앞.. 담임 선생님께서 우리 학교 학생들을 격려하시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어제 선생님께서는 다른 선생님께서 응원 오신다고 하셨는데
그냥 직접 오신거 같았다..
선생님께서도 날 발견하시더니 얼른 다가오셔서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절대 긴장하지 말아라."
라고.. 말씀하시고 손을 잡아주셨다..
그 따뜻한 온기.. 얼마나 힘이 많이 나던지...
그리고 옆에있는 후배들이 보리차와 abc쵸코렛을 주면서
"선배님 시험 잘보세요..!!" 라고 응원해주는데..
속에서 울컥 하는 느낌이 들었다..
보리차 따라준 후배들이 우리학교 학생이라지만
아는녀석도 아니고 생판 처음보는 녀석들인데도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었다..
교문에 들어서면서 마지막으로 담임 선생님과 부모님의 얼굴을 보았다.
선생님께서는 인자하게 웃으시면서 얼른 들어가라고 손짓하셨고 부모남께서는 웃어주셨다..
절대적으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난 입술을 깨물고 수험표 검사를 받은 후 교문을 빠져나왔다..
앞에 시험장소인 배재고등학교가 보였다..
마치 내 눈에는 꼭 넘어야하는 거대한 성처럼 보였다..
입구에 다가서니 담배피고 있는 재수생들과 초조해하는 수험생들을 볼수 있었다..
입구에서 수험표를 꺼내고 수험번호와 고사실을 확인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내 시험실은 제 2 시험실로 학교 최상층이었다..
5층에서 제 2 고사실로 이동해서 문을열고 들어서자 교실에 앉아있던 수험생들의 이목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그 상당한 중압감에 엄청 당황했다..
수험생들은 다시 마무리 학습에 전념하기 시작했고
나는 내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내 자리는 중간에서 맨 뒤.. 자리는 잘 잡힌거 같았다..
대충 가방을 풀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abc쵸코렛을 몇개 먹고
시험실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시험장 분위기는 좀 가라앉아 있었다..
한쪽에서 대박터지기를 기도하고 있는 녀석.
창밖을 내다보며 한숨쉬는 녀석.
마지막까지 오답노트를 보고있는 녀석들까지..
수험생의 모습은 가지각색이었지만 대체적으로 분위기는 중압감으로
충만해 있었고 무언의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나도 그모습을 보자 긴장이 되서 그런지..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시간적으로 여유가 남아있어서 학교 주변을 산책하면서 긴장을 풀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건물을 나와서 스탠드를 걸었다..
주변에도 긴장이 되는지 밖에 나와있는 사람이 꽤 있었다..
그러던 중.. 잠시 교문을 바라보았는데
응원 플래카드들고 응원하는 사람들의 긴장된 모습과 교문 앞에서
떠날줄을 모르는 학부모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나도모르게 울컥했다..
우리 부모님을 본것도 아니고 생판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왠지 모르게 가슴이 저렷다.
따뜻한 날씨도 아닌데, 자기가 보는 시험도 아닌데.. 함께 긴장하고 하루종일 기도하고..
참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연민이랄까..
그렇게 스탠드를 거닐다가 시험 시작 10분전에 시험실로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에 화장실 들리는것도 잊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같은반 친구를 만났다. 알고보니 그녀석도 나와같은 제 2고사실이었다..
그다지 친한 녀석은 아니었지만 같은 반 친구가 있다는것 그 자체로도 큰 힘이 되는거 같았다.
8시 10분.. 예비령이 울렸다..
나는 교실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고 곧이어 방송이 나왔다.
방송으로 수험생의 행동을 설명하고 있을때 시험지 뭉텅이를 든 감독관들이 입실하자
드디어 시험이 입박햇음을 깨달았고 다시 긴장되기 시작했다..
감독관들은 핸드폰을 일단 수거해서 가져갔고
수험생들은 가방을 모두 앞으로 내놓고 수험표와 시험지를 책상위에 올려둔 후 대기했다.
잠시 후. 준비령이 울렸고
감독관들은 컴퓨터용 수성싸인펜과 시험지, 그리고 답안지를 나눠주었다..
답안지 작성을 하는데 긴장을 엄청 해서 그런지 나도모르게 손이 덜덜 떨렸다..
그러다가 맨 처음 수험번호 쓰다가 틀려버려서
감독관이 건네주는 수정테이프로 수정했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 수정테이프로 칠햇음에도 불구하고
3~4번 더 칠해서 떡칠해버렸다..;;
암튼 답안지를 작성하고 수험생들은 대기모드로 들어갔다..
1교시 언어영역.
포기하는 사람들은 언어영역 전과 후로 나뉜다는 전설의 영역이다.
난 이과라서 비중이 크지는 않았지만 언어영역 망치면 전과목 다망친다는 말도 있고
언어는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도전하는 시험이므로
나도 최선을 다해 임하기로 했다.
대기시간 동안 눈치껏 시험지를 읽고 있던 중..
듣기평가 방송으로 90분간 치뤄지는 언어영역이 시작되었다..
듣기 평가는 대체적을 무난했지만 마지막 문항이 좀 아리송했다..
하지만 고민하고 있을 시간이 없으므로 재빨리 찍어낸 후 쓰기 문항으로 들어섰다.
평소에도 쓰기 영역이 약했었는데 수능에서도 여지없었다..
모의고사도 아니고.. 수능인데.. 대충 찍고 넘어갈수도 없고..
쓰기 문항에서 시간을 지체하자 자연스럽게 시간이 모자르게 되었다..
문제풀고 시계와 시험지를 계속 확인하면서 긴장 속에서 시험을 치뤘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탓일까..
답 고를때 신중하게 하다보니 마지막 페이지를 볼때쯤 되자
종료시간은 거의 다되가고 있었다..
마지막에 남은 몇 문제들은 그냥 내 발군의 동물적인 감각.(!) 을 믿고
대충 지문보고 얼른 찍어내렸다.
그렇게 시간이 2분여 정도 남았을때 난 컴퓨터용 싸인펜으로 답안지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한번이라도 실수하면 수정할 시간이 없기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체크했다..
한 50번 문제까지 체크했을 무렵.. 종료령이 울렸다..
그 순간 내손은 한줄기의 빛이 되었고 감독관이 답안지에 손을 뻗기 전에
난 겨우겨우 답안지 체크를 마칠수 있었다..
1교시 종료..
난 바로 책상위에 쓰러져버렸다..
1교시 시험친것만으로도 기운을 다 써버린거 같았다..
일단 화장실을 다녀온 후 자리에 앉았다..
대체적으로 언어영역은 쉬웠다는 분위기다..
그럼 어려웠던 나는 뭐지..;
복잡한 머리를 명상으로 가라앉히고
진인사 대천명을 기억한 후.
(盡人事待天命 :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
오답노트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잠시 후. 2교시 시작을 알리는 예비령이 울렸다.
2교시 수리영역.
포기하는 수험생이 제일 많은 과목이자 그만큼 조금이나마 많이 풀어내면
등급이 껑충 뛰어오르는..
그리고 배점까지 큰 수능시험 최대의 변별력을 가진 영역이다..
(이번엔 선택형 수능이라 변별력이 줄어들긴 하지만..;;)
게다가 난 이과생이라 수리영역 점수가 내 대학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중2 수학을 시작한게 고3...
1년간 공부햇지만 아직 내 실력은 지수,로그와 행렬정도만 풀수 있는 정도였다..
말그대로 수학못하는 이과.. 암울했다...
그래도 수리영역을 대비해서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었던가..
그동안 수학선생님과 기초부터 다시 공부했던 시간들..
학교에서 교무실까지 쫓아가며 담임선생님께 물어가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곧이어 2교시 본령이 울리고 100분간 치뤄지는 수리영역이 시작됐다..
역시 지수와 행렬 문제는 이번 수능에서도 어김없이 출제되었고
그동안 풀가동 연습한 성과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실수하지 않도록 정확히 계산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내가 연습했던건 지수와 로그. 행렬뿐..
남은 문제들은 손도 대지 못하고 구경하고 있을수밖에 없었다..
아니 나름대로 풀려고 노력했지만 배우지 않은것을 풀어낼수는 없었다..
그렇게 허망하게 남아있는 문제들은 바라보았다..
중학교.. 고등학교 1,2학년때 열심히 하지않고 놀았던 나 자신에게 정말 화가났다..
남들은 옆에서 열심히 풀고있는데 나는 두어 문제 풀고 앉아있다니..
나 자신이 그렇게 초라해보일수가 없었다..
그리고.. 종료령..
2교시 수리영역은 그렇게 허망하게 끝이 났다..
하지만 계속 허탈해하고 있을수는 없었다.
아직 시험은 끝나지 않았다...
여기서 대충 보게되면 그동안 노력한게 물거품이 된다는걸..
12년 동안 공부했던 것이 그대로 사라진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2교시 후 점심시간..
도시락을 꺼내고 졸린것을 방지하기 위해
밥 대신 싸온 호박죽 대충 후루룩 마시고
abc초콜렛을 몇개 먹은 후 마지막으로 완전회복약인 박카스를 마셨다..
그리고 머리를 식히기 위해 창가에 기대서 바깥 경치를 구경했다..
오전의 차갑지만 시원한 기운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정오의 뜨거운 햇살이 날 비췄다..
남은 시간동안 공부하려고 했지만 손에 잡히지 않아서 그냥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고
3교시 시작하기 전에 화장실을 다녀와서 자리에 앉았다.
다시 시험이 시작되는 것이다.
3교시 외국어영역..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가장 난이도가 높아진 영역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던 영역이라 긴장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듣기평가 방송을 시작으로 70분간 치뤄지는 외국어영역이 시작됐다..
그런데 듣기평가에 엄청난 변수가 있었으니..
바로 듣기평가에서 등장하는 여자성우(?)의 목소리였다..
헬로우를 헤엘로오우으 이렇게 발음하는데 도데체 알아들을수가 없었다..;
젠장. 어디서 저런 저능아를 데려와서 성우로 쓴건지.. 크헉..
결국 적어도 반띵은 하던 듣기에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그때부터 포커페이스가 무너진거 같다..
듣기가 끝나고 착잡한 마음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간에 모의고사와는 다르게 문법처럼 보이는 문제가
대량(?)으로 등장해서 또다시 당황했다..
그렇게 낑낑거리고 있는데 이번에는 화장실이 또 급해졌다..
나중에서야 알게됐지만 호박죽은 이뇨작용을 한다고 한다..
그런 작용을 하는지 모르고 점심으로 싸가버린 것이었다...
그때부터 내 페이스는 완전히 무너졌다..
시간도 없었고 지문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렇게 허둥지둥 거리다가 3교시 외국어영역 종료령이 울렸다..............
외국어영역이 끝나고 난 땅을 쳤다..
시험보고 자살하는 녀석들의 마음이 이런건가..
억장이 무너져내렸다...
쉬는시간이 10분이 지나갈 동안 그냥 멍청하게 의자에 앉아있었다..
완전히 망쳤다는 절망감이 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넋놓고 계속 있을수는 없었기에
화장실을 다녀온 후. 정신을 차리고 4교시 과학탐구에 대비했다..
4교시 탐구영역.
4교시에서 문과는 사회탐구.
이과는 과학탐구.
실업계는 직업탐구를 시험치게 된다.
난 이과이므로 과학탐구 시험이었다..
총 8과목중에서 내가 선택한 물리1, 화학1, 생물1, 화학2..
과탐.. 내가 얼마나 많이 준비했던 과목인가..
그동안 과학에 투자햇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주과목인 수학, 영어보다 더 많이 투자한 영역인 만큼..
탐구영역 만큼은 절대로 피볼수가 없었다.
과학탐구마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시간을 쏟아부은 의미가 사라지게 되는것과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4교시..
장장 126분.. 2시간 6분 동안 시험을 치루게 되지만
(과목당 30분씩 4과목. 그리고 시험지 바꾸는 시간 6분.)
마지막 교시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수험생들도 더 힘을 내는거 같았다.
예비령이 울렸다.. 드디어 마지막 시험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감독관은 총 3명이 들어왔다.. (많기도 하다..;)
시험지가 배부되고 나는 맨 처음 선택한 과목인 물리1 시험지를 꺼내들었다..
잠시 후. 본령이 울리고 120분간의 탐구영역이 시작되었다.
첫번째 시험인 물리1.
난 물리1을 선택은 했지만 공부를 안했기 때문에
그냥 4과목 채우려고 선택한 과목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아는만큼 풀고 나머지 문제들은 대충 찍고 남은시간동안 머리를 식혔다..
남은 3과목에 모든것을 퍼붓기 위해서.
30분이 지나고 시험지 교체시간이 되자 화학1 으로 시험지를 교체하고
대기했다..
화학1.
유일하게 내가 1등급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과목.
그만큼 부담감이 엄청났고 긴장도 많이 되었다.
머리가 복잡한 가운데 2번째 선택과목 시작종이 울렸고 난 재빨리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일단 시작은 좋았다.
문제지보다 약간 꼬인 문제들이 있었지만
다 나름대로 풀어낼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하지만.. 역시 수능문제..
중간부터 답을 도출하기 힘든 오묘한 지문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정말 그렇게 고통스러울수가 없었다..
1등급을 맞아야한다는 압박.
1개도 틀려서는 안된다는 압박이 날 눌렀다..
특히 오지선다중 보기를 2개까지 좁혀두고 답을 구하지 못해서
마지막까지 답을 체크하지 못하고 남겨둔 문제들이 너무 많았다.
50%.. 문제 하나로 몇만의 등수가 갈린다.
정말 오금이 저려서 고를수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은 날 기다려주지 않았고 모르는 문제는 그냥 찍는 수밖에 없었다..
힘들게 찍어서 답안지를 체크하자 2번째 과목 종료령이 울렸다.
3번째 선택과목의 시험지를 꺼냈다..
그리고 잠시나마 내 손을 보았다.
땀으로 흥건한 손. 내가 그렇게 긴장하고 있었던가?..
갑자기 힘이 빠졌다..
하지만 쉴시간이 없었다.
바로 생물1 시험이 시작되었으니까..
생물1.
고3 여름방학때부터 시작해서 EBS 방송으로 모든 기초를 세웠던 과목.
늦게 시작햇지만 그만큼 시간을 쏟아서 한 과목.
난 수능방송에 나왔던 내용들을 기억하면서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중간부터 아리송한 문제들이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난 이를 악물고 풀어내려고 애썼지만 점점 머릿속이 백지화가 되어가고 있었다..
난 긴장을 풀려고 머리를 돌리던 중 다음 페이지에 쉬운 문제를 보게 되었고
재빨리 그걸 풀었다. 그리고 그 밑에 있었던 문제도 좀 시간이 걸렸지만 풀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백지화된 머릿속이 다시 무언가로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하아.. 몇문제 못풀어서 당황하니 머리가 백지가 되버리고..
다시 문제 몇개 풀어보니 다시 기억나고..;;
허탈한 웃음이 나왔지만 나중에 웃기로 하고 문제 푸는데 집중해서
겨우겨우.. 종료령이 울리기 직전에 답안지를 체크할수 있었다..
이제 마지막..
4번째 선택과목 시험만이 남았다..
수험생들도 마지막 시험이란것을 깨닫고 투지를 불태웠다..
나 역시 마지막 정신력을 개방했다..
Last 시험은 화학2.
3학년 학기초부터 가장 많은 시간을 퍼부었던 과목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수가 과학탐구 과목중 가장 낮었던 과목.
그동안 모의고사에서 오르락 내리락 결전을 벌였지만 이제 그것도 종지부를 찍을때가 됐다.
대입수학능력시험이라는 명목 아래에서.
시험지를 나눠주시는 감독관들께서도
"이제 하나만 보면 집에갈수 있습니다.."
라고 하며 분위기를 풀어주셨다..
시험지를 모두 4번째 선택과목을 바꾸자 마지막 본령이 울렸다.
60만명의 수험생 모두가 이제 막바지 시험에 돌입한것이다..
(제 2 외국어 제외.)
정신력이 거의 바닥을 기고 있었기때문에 상당히 버거웠지만
같은 교실에서 시험치는 수험생들.
아니.. 전국 고사장에서 지금 같은 시간에 시험지를 부여잡고 있을 60만명..
"힘든건 나뿐만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힘을 쥐어짜냈다.
....하지만 화학2.
오르락 내리락 결전을 벌안 상대답게 여전히 마지막까지 아리송한 문제들은
이를 드러내며 나를 가로막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질수가 없었다.
몇개 틀리고 맞는것으로 인해서 미래가 바뀔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럿는지 모른다..
어찌됐든.. 종료령이 울리기 전에 맨 마지막 문제를 풀어버렸다....................
다 풀고 시간내에 완벽하게 답안지에 체크를 마쳤을때 오는 그 안도감..
그리고 end....
문제를 다 풀고 시험장을 한번 둘러보았다..
아직도 문제체크 하는 녀석들이 간간히 보였다..
잠시 후. 수능 종료를 알리는 종료령이 울렸다..
감독관들이 시험지를 걷어가기 시작했다..
시험지와 답안지를 맞추는 동안 수험생들은 대기상태로 들어갔고
감독관들은 1교시때 수거되었던 핸드폰을 다시 나눠주기 시작했다..
모든 시험이 끝난 후의 학생들의 모습은
웃고있는 녀석, 아쉬워하는 녀석. 그리고 표정이 좋지않은 녀석까지.. 가지각색이었지만
공통적으로 모든 수험생들이 시험이 끝난것에 대해 홀가분해 하면서도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고..
그리고 수초 후. 방송이 나왔다..
"모든 확인이 끝났습니다.. 감독관께서는 수험생을 내보내도 좋습니다..".........
수학능력시험의 종료..
해방의 날.
얼마나 기대햇던 순간이었던가..
방송이 나가자 수험생들은 모두 줄서서 차례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난 기운도 빠지고 정신도 돌릴 겸. 창틀에 걸터앉았다.
긴장감.. 비장감미저 느껴졌던 아침과는 달리 모두 나간 시험장에는 정적.. 고요만이 남아있었다..
창가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주위는 어느새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아침부터 와서 시험쳤는데 벌써 저녁이라니.. 시험시간이 그렇게 길었던가?...
난 별로 쓸모없는 생각을 하다가 이번엔 교문을 보았다.
건물에서 줄줄이 나와 교문으로 향하는 수험생들..
긴장도 많이하고 힘도 빠지고 기분도 우울하지만
그래도 어디든 갈수 있을거 같은 발걸음이다.
그리고 그 수험생들을 마중나온 학부모들..
교문은 다시 전투를 치르고 나온 학생들을 마중나온 사람들로 인해 아침처럼 시끄러워졌다..
그 광경을 그렇게 구경하다가 나도 일어서서 교문으로 걸어갔다...........
배재고등학교 교문 앞..
난 수학능력시험 현수막이 걸린 교문앞에 섰다.
내 인생을 바꿔줄수 있는 시험을 치르고 난뒤의 기분은 참 홀가분 하면서도
가슴한구석에 응어리가 지기 마련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시험을 잘봤든 망쳤든 간에 끝난것에 대한 기쁨을 느끼고 싶었다..
이걸로.. 12년 공부에 마침표를 찍은건가..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12시간동안 치뤄졌던 수학능력시험..
하루종일 긴장하고 떨고 마음졸이며 보낸 시간들..
오늘은 평생 잊지 못할거같다..
오늘 시험은 학창시절을 마감하는 최고의 추억으로 내 가슴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뒤돌아서서 운전면허 광고지를 뿌리는 알바들..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을 지나쳐서
그리고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면서 그 기분이란 이루 말할수 없었다..
한마디로 해방.
수능시험을 망쳤든 잘봤든 간에 오직 그 순간만큼은 해방의 즐거움을 느꼈다..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머니가 웃으면서 맞아 주셨다..
시험칠동안.. 아니 시험치기 오래전부터.. 계속 기도해주셨던 어머니..
어머니를 보는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고 그동안 참아냇던 눈물이 떨어졌다..
잠시 가족과 수능시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난 내방에 들어갔다.
의자에 걸터앉아 잠시 생각을 했다..
수능시험은 끝났지만 지금부터 다시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새롭게 하고싶은게 마구마구 떠올랐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도 벌어보고 싶고 그동안 하지못한 게임도 하고싶고..
하지만 일단 다 잊어버렸다..
무엇보다도 제일 하고싶은건 휴식이었으니까...
방에 누워서 TV를 틀었다.. 온통 수능이야기 뿐이었다..
내가 수험생이라 그런지 수능이야기 뿐이라도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7시부터 EBS를 보며 수능시험 답좀 맞추다가 12시쯤에 피곤해서 방에 뻗어서 자버렸다..
태어나서 오늘처럼 마음 편하게 자본날은 아마 없었을것이다..
2004년 11월 17일..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내 청소년기의 마침표를 찍은 날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어느덧.. 대입수학능력시험을 본지 3주가 지나갔다..
내 생활은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일단.. 수능시험 이후 11월 19일부터 11월 26일까지..
마지막 학교시험인 졸업고사가 실시되었다..
수능 시험 직후라서 집중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였지만
공부한게 다 날아가지는 않아서 자신있는 몇몇 과목은 어느정도 점수는 나올거같다..
중학교때부터 시험기간만 되면 벼락치기 하느라 바빴는데..
벌써 마지막이라니..
뭔가 아쉽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한 아이러니한 기분..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열심히 하는건데....
하아....
그리고 요즘 시끄러운 대규모 수능부정행위..
그 뉴스가 나올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씁쓸하다..
12년의 공부를 단 하루만에 심판하는 수능시험의 폐해라고 해야하나..
학교적으로도 마지막 교육과정이 실시되었다..
고3을 위한 입시설명회나 병무, 운전면허, 경제교육 프로그램이 시작된 것이다..
담임 선생님들도 막바지 생활기록부 정리와 대학 입학원서 준비작업 때문에 바쁘시고..
반 친구들도 몇일간은 무작정 노는거 같더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시모집, 논술고사, 정시모집에 대비하는 모습들이 군대군대 보이기 시작했다..
내 친한 친구중 한명은 수시모집으로 대학에 합격했고..
다른 녀석도 음대 수시전형의 아쟁 실기시험을 대비하느라 바쁜거 같다..
합격도 하지 못하고 바쁘지 않은건 나뿐인가..
하핫..........
고교 3년 생활의 정리..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입학이 엊그제같은데.. 벌써 졸업이 다가오다니..
웬지 감개가 무량해져 버렸다..
마음도 숙연해진다..
그러고보니.. 벌써 졸업하면 20살..
운전면허를 딸수도 있고 술도 마실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지위가 올라가는 성인..
그리고 남의 일처럼만 여겼던 병역의 의무를 할 때도 됐다..
요즘엔..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너무나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렇듯이 학교생활은 잘 마무리 되어가고 있지만..
정작 나 자신은 무언가 가슴이 텅빈듯한게.. 모든것이 공허하다...
수능시험이 끝난 직후에는 그동안 하지 못햇었던 것을 해보기로 했었다.
아르바이트도 바로 시작하려고 했었고
그림연습도 하고 운동도 하고 게임도 하려고 계획을 수능보기 전에 엄청나게 세워두고 있었다..
그리고 분명 수능이 끝난 후 몇일간은 게임하면서 정말 즐거웠다..
바깥에서 해방감도 느꼈고 소리도 질러봤다.
15시간을 잠으로 때우기도 하고 하루종일 만화책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한없이 가벼운 일상.
가끔식 의문을 던졌다.
내가 수능 끝나고 구하려던 것은 이런 것이었을까?..
단순히 수능 끝나고 놀고, 먹고, 자고.. 이런 생활을 바라면서 달려온 것이었을까?..............
수능 가채점을 해보니.. 정말 암울했다..
갈수 있는 대학이 안보였다..
아니 꼭 수능 가채점 결과가 좋지 않아서 그런것만은 아니었다.
그냥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게임은 하면 할수록 허무해졌다..
의미없는 전투.. 몇일간 접속하지 않으면 떠나버리는 온라인상의 사람들..
시간을 투자하고 레벨업을 할수록 점수가 올라가고 포인트와 스코어가 쌓여가지만
젊음의 에너지를 바치고 얻은 대가 치고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
그 모든게 허무했다..
운동하고 싶다는 의욕도 사라졌고
아르바이트도 귀찮다는 핑계로 시작도 하지 않았다.
차곡차곡 쌓아올렷던 계획들은 언제부터인가 사라져버렷고
학교다녀와서 3~4시간을 그냥 잠으로 소비하는 생활패턴이 자리잡게 되었다..
난 왜 그런건지 생각해 보았다..
도대체 뭐 때문이지?.. 왜 의욕이 생기지 않는걸까?..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스스로 답을 구하기 수십번..
곰곰히 생각해본 끝에
결국 답을 도출해냈다..
그것은 현재 내 자신이 걸어가야 할 미래의 불확실함 이었다.
형편없는 가채점 점수.
목표는 높지만 점수는 낮고.. 하지만 목표한걸 꺾어버리기는 싫고..
그냥 줄만서면 들어가는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지..
대학 다니다가 반수를 해야하는지..
아니면 편압학을 목표로 공부해야하는지..
그냥 부모님이 반대하시지만 그냥 내 의지로 재수를 택해야하는지..
그런데 내 의지력으로 어려운 재수 생활을 견뎌낼수 있을까?..
그리고 병역.. 진학, 직업문제까지..
무엇하나 제대로 정해진게 없다.
내가 짜맞춰진 생활을 싫어하기는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암흑.
질풍노도..
공허한 마음의 정체는 불안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불안감은 현재로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마음을 편하게 가지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테니까..................
요즘들어 자주 하늘을 올려다본다..
수능시험 전의 충실감을 찾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앞이 안보이는 상황에서 여유를 찾고싶은 것일까?..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구름들..
넓은 하늘을 바람따라 이동해간다..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구름이 바람따라 이동해가면서
그 사이사이로 햇빛이 비치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
자연에 대한 일종의 경외감, 장엄함.
저 거대하게 변화하는 자연에 비하면 나 자신이란 존재는 얼마나 작고 시시한 존재인 것일까.............
12월 14일..
수능성적이 발표되면 지금 느끼고 있는 잠깐의 여유도 사라진다..
그 후에는 입학원서 넣느라 바빠지겠지..
그리고 12월.. 어느덧 연말이다..
2004년도 이제 마지막을 달리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연말이 되면 1년을 되돌아보게 된다.
고3 수험생으로 보낸 2004년.
과연 잘 보냈다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을까?..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이 고민하고 많이 방황한 해였다..
그러나 그만큼 많이 성장했고 많이 노력했던 해.
그러면서도 많은 아쉬움이 남는 해...
청소년으로 보내는 마지막 겨울.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었을지도 모르는 청소년기의 막판에 오게되니
여러가지로 만감이 교차한다..
아무쪼록..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 열심히 노력해서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고
졸업 후에는 사회인으로서 멋진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끝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
이제.. 청소년기는 거의 다 끝나버렸다..
그러면서도 아직 무엇하나 정해진것이 없고 불안하지만
하나하나씩 부딪쳐 가면서 난 더욱더 성장할 것이다.
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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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23일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제 일요일 30번만 지나가면 우리가 들어서야 합니다...
자신의 수능시험 당일날을 생각하면서 긴장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