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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 : 4월 16일 (수) 성페테르부르그 (ST. PETERSBURG) (숙박)
어제 자다가 촌극을 벌여서 그런지 오늘은 고단해서 단잠을 잤다. 아침에 샤워를 하고 밖을 보니 바로 앞이 아파트 공사 현장이다. 자재가 널려 있는 것이 황량하다. 모스크바에서 묵은 알파호텔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일부 일행은 물이 안 나온다고 그러기도 하고 난방이 시원치 않은 곳도 있었나 보다.
기본만 갖추었고 침구 상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리만 12층에 투숙하고 다른 일행들은 뿔뿔이 배정을 받았나 보다. 좋은 점은 여기서 2박하는 관계로 아침에 짐을 싸는 수고를 더는 것뿐이었다.
성페테르부르그 가이드는 인천 사람이다. 인천이라는 말만 들어도 반갑다. 원래는 양산 사람인데 인천에 사는 형네 집에서 기거를 한다고 한다.
성페테르부르그는 ‘성 베드로의 도시’란다. 한 때는 ‘레닌그라드’라고 불렀다. 제정 러시아 300년 동안 수도였으며 문화 수도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되었다. 차이코프스키 음대가 있고, 건설 경기가 한창이며, 해군 본거지로서 발틱 함대가 있었고, 현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고향이기도 하다. 2008년 현대차 공장이 설립된 곳이기도 하다. 교민은 1,200명 정도인데 상사직원이 700명, 유학생이 500명 정도란다.
피터 대제의 여름 궁전으로 향하였다. 분수대는 보수 중이었으며 200년 전부터 전기의 힘없이 가동된다고 한다. 분수대에 서 있는 조각품들은 순금색으로 도금을 했다. 5월 중순부터 분수를 가동한다고 한다.
일행은 화장실 간다며 전부 갔는데 나는 최 팀장 부부와 같이 정원을 산책하며 발틱 해를 멀리서 보기도 하고 그 근처에 있는 분수대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여름궁전은 개방을 하지 않아 외관만 살피고 돌아 왔다. “이럴 거면 여기는 무엇 하러 왔느냐?”고 다들 한마디씩 한다.
러시아는 물 사정이 좋지 않아 미리 물을 준비해서 오라는 인솔자의 얘기를 듣긴 했으나 준비한 물이 떨어지자 대구에서 온 일행들이 물도 준비해주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아닌 게 아니라 나도 물이 달랑달랑하여 불안하였다.
점심을 먹다가 안산 단원고등학교 수학여행단 조난 사건을 TV로 보았다. 4명 사망, 178명 실종이라고 자막에 나온다. 학교에 근무했던 터라 남의 일 같지가 않아가슴이 두근거린다. 점심을 먹고 마침 식당 옆에 있는 슈퍼에 들러 물 한 병을 샀다. 이런 곳을 소개만 해 줘도 즐거운 여행이 됐을텐데….
황제의 겨울 궁전인 에르미타쥐 국립박물관으로 갔다. 영국의 대영박물관, 프랑스의 루부르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곳이다. 로마의 자비를 그린 루벤스, 십자가에서 내려온 예수를 그린 렘브란트, 예카테리나의 사계 방, 르느와르, 세잔느, 황제를 알현했던 방, 고갱, 마티스, 피카소의 방을 들러 보며 설명을 들었다.
이 때 발견한 이상한 장면 하나. 우리 일행은 가이드가 설명한 다음에 스마트폰을 저마다 누르며 사진 찍기에 열중인데, 옆에 있는 어느 외국인 청년들은 사진 찍는 사람 한 명도 없이 가이드의 설명을 메모하기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피터 대제는 목수이자 선박 운전, 공예에도 일가견이 있어 그의 작품인 샹들리에를 볼 수 있었다. 겨울 궁전을 베니스와 같이 곤돌라를 띄울 계획이었으나 추워서 강이 언다는 얘기를 듣고 포기했다고 한다.
저녁을 먹은 후 니콜라이 백작 극장으로 러시아 민속 쇼를 보러 갔다. 선택 사항이라 우리 일행 중에 7명만 참가하였다. 극장에 들어가 잠시 기다리니 중국인, 일본인들이 와서 만원이 되었다. 남성 4중창단의 아카펠라의 화음은 황홀하기 그지 없었다. 힘차게 구르고 날렵하게 뛰며 때로는 코믹하게 남녀 무용수들이 휘젖고 다니며 공연을 한다.
2시간의 공연이 훌쩍 지나갔다. 호텔로 돌아가는 시간이 9시경인데도 밖은 훤하다. 백야가 시작된다고 한다. 하지쯤에 백야가 절정이란다. 그때쯤이면 러시아 사람들은 햇빛을 차단하는 차광막을 치고 잔다고 한다.
4일차 : 4월 17일 (목) 성페테르부르크 (ST. PETERSBURG) - 헬싱키(HELSINKI) - 투르크(TURKU) - 바이킹라인(VIKING LINE) (숙박)
러시아를 떠나 핀란드로 향하는 길이다. 호텔에서 싸 준 아침을 가지고 6시에 출발을 하였다. 러시아와의 시차는 1시간이다. 아침은 버스에서 자유롭게 먹는다. 빵, 사과, 음료, 과자, 요플레, 롯데파이 등 간단하다. 롯데파이를 러시아에서 먹으니 더 맛있는 것 같다. 원래 버스에서 음식물 섭취는 금지 사항이지만 이럴 때는 그냥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
헬싱키까지는 6~7시간 정도 걸린다. 장거리 여행이라 운전 기사가 한 명 더 탔다. 너른 들, 공장, 아파트, 건물들이 간간히 보인다. 자작나무 숲이 군데군데 빽빽하게 서 있다. 핀란드에 가까울수록 자작나무, 전나무, 소나무 숲이 자주 보인다.
아침 일찍 출발한 일행들은 피곤한지 눈을 감고 있다. 보통 이럴 때 인솔자는 영화나 음악을 틀어 조용한 분위기를 조성해주는데 이번 인솔자는 좀 특별하다. 자기는 영화나 음악을 틀지 않는다고 한다. 시끄럽다고 꺼 달라는 사람이 있어 비위를 맞출 수 없어 아예 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수면제 삼아 러시아 혁명사를 얘기한다. 그냥 들으면서 잠을 자면 된다고 친절하게(?) 안내를 한다. 러시아에 와서 러시아 혁명사를 듣다니 기분이 묘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잠을 자기보다는 인솔자의 얘기를 메모하며 들었다.
김연아 선수 얘기부터 운을 뗀다. 김연아의 연기는 원숙하고 예술의 경지에 가까운데 소트니코바는 점수 획득을 위한 기술에 비중을 많이 두었다고 나름대로 관전 평을 한다. 러시아를 거꾸로 읽으면 ‘아시러(아! 싫어)’라고 코믹하게 멘트를 한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얘기를 한다.
차이코프스키의 서곡, 톨스토이의 부활의 나라 러시아. 1812년 프랑스 나폴레옹 군대 침략, 모스크바를 비워 둔 전략, 철군하는 프랑스 군대의 70~80%를 패배시킨 조국 전쟁, 이 전쟁으로 인해 사회의 변혁, 황제(짜르)왕족, 귀족, 지주의 지배계급과 봉건 중세 농노의 계급, 프랑스 혁명의 영향, 토지 개혁으로 자연농 등장.
1815년 워털루에서 나폴레옹 패배를 연결하면서 러시아의 근대부터 현대까지 사회변혁과정을 술술 풀어 놓는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다지만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연대, 장소, 이름 등을 정확하게 얘기한다.
러시아의 비보르 지역을 지나면서 이 지역을 잘 살펴보라고 한다. 공장과 노동자의 힘이 비축된 러시아 혁명의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란다. 레닌의 등장과 피신, 볼세비키는 다수파라는 뜻이란다. 인솔자의 얘기를 들으면서 눈은 창밖을 향한다.
어떤 곳은 1시간을 넘게 달렸는데도 자작나무 전나무 숲이다. 마치 전나무들이 열병을 하는 것 같다. 빽빽하게 서 있는 나무들 사이로 버스는 힘차게 달린다. 숲 속에 난 길이라 풍광이 장관이다. 이걸 못 보고 자는 사람들도 많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인솔자의 얘기는 계속된다. 1905년 레닌의 귀국, 1914년 니콜라이 2세의 부인 독일인, 아들의 혈우병, 아들을 고치고자 라스푸틴 신부와 가까이 하며 벌어지는 사건들, 이어 트로츠키, 스탈린, 안드로코프, 브레즈네프, 후루시쵸프, 케네디, 쿠바 미사일 기지 건설, 터키 미사일 철수, 고르바쵸프의 개혁 개방, 옐친, 현 대통령인 푸틴 등을 얘기하는 동안 러시아 국경 검문소에 도착했다. 러시아 국경 검문소에는 화장실이 없어 핀란드 입국 때까지 참아달라고 인솔자가 안내를 한다.
러시아 국경이 가까와질수록 검문을 자주하는데 두 번은 군인이 버스에 올라와 여권의 사진과 대조를 하기도 한다. 최종 검문소에서는 공항을 통과하듯이 검색대에 여권을 제출하고 검사를 받았는데 무표정한 검색원의 표정에 긴장하기도 했다.
버스에 실린 짐까지 검사를 하며 심하면 가방까지 열어 보자고 할 때도 있고 버스 밑바닥까지 검사를 한다. 승용차는 차 문을 모두 열어 놓고 트렁크까지 열어 놓아야 한다. 관료주의가 판을 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검문 과정을 거치면서 핀란드에 10시에 입국을 하였다. 입국하자마자 분위기부터 달라졌다. 헬싱키까지는 186Km란다. 산길이라 3시간 정도는 걸린다고 한다. 핀란드에 입국하면서 러시아 혁명사에 대한 강의(?)가 끝났다.
이제부터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대한 강의가 시작되었다. 스칸디나비아반도 3국은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이며 핀란드는 민족, 역사, 언어, 체제가 달라 제외된다고 한다. 학교에서 배운 것하고는 차이가 있다.
핀린드는 남한 면적의 3배, 남북한의 1.5배, 인구 520만명, 고속도로 2차선, 초등학교 4학년까지 스웨덴어 공부, 생활영어 중심, 1인당 국민소득 46,000불, 수돗물은 그냥 먹음, 먹거리는 자체 생산, 낙농 목축, 치즈, 생선, 연어, 청어, 새우, 홍합, 불루베리, 체리 등이 풍부, 임산자원, 나무 의자(사우나), 목재 가공, 펄프, 노키아, 실내 금연, 220V 전압을 사용한다고 한다.
스웨덴계인 10%, 스웨덴어사용 표기판 병기, 자이리톨, 범칙금은 소득 수준에 따라 납부, 헬싱키는 수도이지만 사람과 차가 한산하다. 루터교 95%로 국교, 스웨덴에 700년, 러시아에 110년 지배를 받음. 이런 설명을 듣는 사이 12시 30분에 헬싱키 원로원 광장에 도착하였다. 근 7시간 버스를 타고 왔다.
가이드를 만나 시청사, 대통령궁, 스웨덴 대사관, 루터 교회 등을 보았다.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는데 그만큼 세금을 많이 낸다. 노키아는 수입의 60%를 세금으로 낸다고 한다. 육아 보조금도 넉넉해서 소말리아 사람들은 이민 와서 먹고 산다고 한다. 3명 이상의 자녀를 두면 회사의 과장급에 해당되는 보조금을 받는다. 그래도 저출산에 시달리는데, 남자들이 술을 많이 먹어 정자수가 줄어들어 그렇다고 한다.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항구에 있는 노점상을 들러 보다 기념으로 자작나무로 만든 그릇을 하나 사고 루터 교회에도 들어가 잠시 기도를 드렸다. 성당보다는 단조롭다. 점심에는 뷔페 차림인데 닭고기가 나오고, 채소와 감자는 빠지지 않는다. 밥이 있는데 쌀이 날아다니는 것처럼 끈기가 하나도 없이 흩어져 있다.
가이드의 설명은 계속된다. 어머니가 고 1때 핀란드행 비행기표를 끊고 무조건 보냈다고 한다. 몇 번 돌아가려 했으나 이제는 자리를 잡아간다며 동생까지 불러 왔다고 한다.
오늘은 바람이 불고 좀 쌀쌀하지만 한 겨울에는 영하 20도, 때에 따라서는 영하30~40도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11월부터는 일주일 내내 계속 눈이 오고, 겨울이 길고, 6월~8월까지가 여름이란다.
추운 지방이라 열량이 많은 뿌리 채소를 주로 먹고, 감자가 주식이다. 외곽 지역에는 사람이 별로 없고, 중앙역에 2~3줄이면 사람이 많은 것이다. 대학까지 무상 교육, 공교육 후 자기 개발(사교육) 시간을 갖는다. 교육 제도를 살피기 위해 교사들이 많이 온다.
원로원이 정치, 경제, 교육, 종교의 중심지며 정치 제도는 깨끗하다. 뇌물, 로비가 없다. 뇌물을 신고하면 국가에서 2배를 준다. 대통령궁은 2층 단일 건물로 회색의 검소한 모습이며, 경비병 1명이 근무를 서고 있다. 지금은 여자 대통령인데 경호원 2명만 대동하고 시장에 나가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고 그런다. 권위주의는 저 멀리 있나 보다.
헬싱키에서는 루터 교회보다 건물을 더 높게 지을 수 없도록 되어 있으나 러시아가 금기를 깨고 정교회인 우스펜스키 사원을 언덕 위에 세웠다. 길에는 화강암 조각을 깔아 제설하는데 도로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세탁기를 고치려고 사람을 불렀더니 출장비가 150?란다. 인건비가 비싸다. 그래서 청소도 낮에 수거하며 새벽에 일을 시켰을 때는 돈을 더 주어야 한다. 서민이 신호 위반을 하면 10만원의 범칙금을 내는데, 사장은 신호 위반 2회에 8,000만원, 노키아 부사장은 1억 6,000만원을 냈다고 한다.
바위 속에 있는 템펠리아우키오 암석 교회를 찾았다. 암반을 파서 동선으로 만든 둥근 지붕을 얹은 교회로 공연장과 결혼식장으로 자주 이용된다고 한다. 커다란 바위가 교회가 된 것이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핀란드에서부터 1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삼성전자와 LG도 핀란드에서 1위란다.
시벨리우스 공원 가는 길에 가이드가 시벨리우스가 작곡한 곡이라며 스마트폰을 통해 찬송가를 들려준다. 아내는 듣자마자 흥얼거리며 따라 한다. 에스더 중창단 시절 조가로 많이 사용했단다. 많이 알려진 곡이 아니라 나는 잘 모르겠다.
공원에 도착하여 시벨리우스를 기리기 위해 세운 파이프 오르간과 시벨리우스의 얼굴을 표현한 동상을 본 다음 시간적 여유가 있어 바닷가 공원을 산책하였다. 헬싱키 관광을 마치고 스톡홀롬으로 가기 위해 투르크에 도착하여 6시 30분에 유람선인 바이킹 라인에 탑승하였다. 부활절 휴가 기간이라 놀러 가는 사람들이 많다.
저녁은 9시에 선상 뷔페로 스테이크, 와인도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으며 요리사가 승객들 식탁까지 와서 바베큐를 직접 잘라주는 등 서비스가 좋았다. 더구나 발틱 해를 바라보면서 최정원 팀장 부부와 같이 가정사, 세상 일 등을 얘기하며 우아하게 식사를 하였다.
식사 후 밤바다를 구경하러 나섰으나 바람이 세차 숙소로 들어 왔다. 2층 침대, 욕실, 등 깨끗하다. 출렁거림이나 배의 엔진 소리 하나 안 들리고 밤새 스웨덴 스톡홀롬을 향해 간다. 배를 타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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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발틱해를 마주보고 있는 페테스부르크... 내가 알기론 러시아 혁명후 레닌그라드라 불리던 곳.. 김순제 교수님이 정년 후 음악공부를 하신다고 거기 차이코프스키 음대에 가셨는데 오신 후 들어보니 공부를 한게 아니라 계속 동양음악(특히 한국 뱃노래)에 대하여 강의만 하시다 오셨다는....국민음악파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 부러울 따름입니다.
교과서에서만 듣던 발틱함대라는 말, 발틱해를 만나니 마음이 뭉클하더라구요. 김순제 교수님. 올갠에 대한 철학과 열정으로 남학생들이 많이 힘들었지요. 그래도 그 때가 그립습니다. 근 50여 년 전 얘기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