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원 기자 입력 2021.04.01 01:46 수정 2021.11.29 15:15 706호
지난해 한국어판 〈노화의 종말〉을 펴낸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사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적어도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코로나19 국면이 보건 이슈 전반을 삼켰기 때문이지만 하버드 의대 교수라는 저자의 권위 탓도 있다. 그와 의견이 다른 한국 연구자들 가운데서도 자신의 코멘트를 익명으로 처리해달라는 이가 있었다.
해외 학계에서는 싱클레어 교수를 향한 미심쩍은 시선이 없지 않다. 그는 과학자일 뿐만 아니라 수완 좋은 사업가이기도 하다. ‘레스베라트롤이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발표가 큰 대중적 관심을 받던 2004년에 서트리스(Sirtris)라는 바이오테크 회사를 차렸다. 몇 해 뒤엔 서트리스를 거대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팔아 거액을 벌었다. 지금도 싱클레어 교수는 여러 생명과학 기업의 이사와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걸고 있다.
뉴욕 대학 의과대학 세포생물학과의 류형돈 교수는 2018년 펴낸 책 〈불멸의 꿈〉에, 2011년 열린 심포지엄에서 미국 대학교수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인용했다. “싱클레어가 7억 달러라는 거금을 받고 레스베라트롤 특허를 넘겼는데, 채 1년도 안 돼서 화이자(Pfizer)에서 연구 결과가 틀렸다는 논문을 냈어요. 이미 7억 달러는 싱클레어 손에 넘어온 상태고. (…) 싱클레어를 안 좋게 보는 사람이 아주 많지요.” 그 심포지엄 도중에 싱클레어 교수를 겨냥해 ‘레스베라트롤이 수명 연장에 효과가 없다는 논문에도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서투인(Sirtuin)에 대한 그의 연구도 아직 ‘정설’의 지위를 얻지 못한 상태다. 싱클레어 교수와 그의 스승 레니 구아렌테 교수의 연구 성과에 이견을 표하는 논문이 2010년대 초 적잖이 나왔다. 과학잡지 〈네이처〉는 싱클레어 팀에게 반박할 기회를 주었다. 류 교수의 책에 따르면 “종전 주장을 방어하는 내용이긴 했으나 과거 자신들의 논문이 반쯤은 잘못됐다는 내용을 자인한 것”이었다고 한다.
싱클레어 교수가 설립한 서트리스는 2013년 3월 문을 닫았다. 노화 분야를 연구하는 한 한국인 학자는 “싱클레어 교수의 서투인 연구 업적은 크다”라면서도 “세계적으로 그가 복용한다는 약보다는 라파마이신이라는 물질이 동물 수명연장 실험에 더 많이 쓰이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싱클레어 교수는 장수 유전자를 활성화시킨다고 스스로 주장해온 NMN 등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노화 방지 물질’들을 상시 복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렇게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내 적들보다 더 오래 살고 싶기 때문”이라고 답변한다.
첫댓글 이책 유튜브에서 좋은책 추천하는 영상에서 들어본거 같습니다.
사람들 또 하바드라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껌뻑넘어가지요.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