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9단이 4년 만에 국수(國手) 타이틀을 되찾았다.
3월 23일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벌어진 제 53기 국수전 결승 5번기 4국에서 이창호 9단이 홍기표 4단을 145수 끝에 흑 불계로 물리치고 종합전적 3-1로 국수 타이틀을 획득했다.
초반 43수까지 일찌감치 우세를 잡은 이창호 9단은 흑67까지 필승지세를 구축한 끝에 완승을 이끌어냈다. 국수 타이틀을 추가하며 기존의 명인, KBS바둑왕에 이어 국내기전 3관왕에 오른 이9단은 홍기표 4단과의 통산전적도 4승 2패로 격차를 벌였다.
국내 최고(最古)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국수전은 세계대회 같은 화려한 무대는 아니지만 이창호 9단에게는 고향의 텃밭과 같이 푸근한 기전이다.
국수전 역대 타이틀 보유자는 조남철 9단을 시작으로 김인 9단, 조훈현 9단등으로 11명의 기사만이 국수의 칭호를 받았다. 이창호 9단이 국수위에 처음 이름을 올린 것은 1990년 제34기 국수전이었다.
'경악! 15세 소년 국수'라는 제목의 기사가 바둑계를 충격으로 몰아 넣은 것이 벌써 20년 전 이야기이다. 그 동안 이창호 9단은 우승 10회, 준우승 7회를 기록했으니, 국수전 결승무대는 이창호 9단 바둑인생의 나이테나 다름없는 셈이다.
국수전 통산 10번째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이창호 9단은 고(故)조남철 9단의 9번 우승 기록을 뛰어넘으며 국수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우승을 기록한 기사이다.
국수전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 중인 주인공은 이창호 9단의 스승인 조훈현 9단의 16차례 우승이다.
3월 한 달, 이창호 9단은 농심배 우승을 견인하고, 국수타이틀도 되찾았다. 바쁘지만 보람있는 일정을 보내고 있는 이 9단은 27일에는 춘란배 본선참가를 위해 북경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컨디션조절이 문제였나? 홍기표 4단은 어제 감기가 걸렸다고 한다.
▲최근 대부분의 기전이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관계로 특별대국실에서의 대국은 참 오랜만이다.
▲김승준 9단과 함께 초반의 승부처에 관하여 1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누었다.
▲ 복기시에 집중적으로 검토된 장면
▲◇대국결과-이창호 9단 145수 흑 불계승! 종합전적 3-1 승리!
이창호 9단의 국후 인터뷰
축하드립니다. 우선 우승소감 부탁드립니다. - 1,2,3국은 내용이 어려웠는데, 4국은 초반이 잘 풀려서 비교적 쉽게 이겼습니다.
최근 건강문제는 이상없습니까? 살이 많이 빠졌다고 들었는데... -대국이 없을 때는 쉬면서 조절할 수가 있는데, 요즘은 대국수가 많아서...건강은 많이 좋아진 편입니다. 운동하고 카이로프랙틱(척추교정)이나 지압등 여러가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10회 우승을 달성하셨는데, 앞으로 몇 연패정도 하고 싶으신가요? -선수권전이 아니라 도전기라서 조금은 희망이 있네요.(웃음)
국수전은 국내기전 중 유일하게 3시간 바둑인데 시간은 적당한가요? 1시간은 상당히 짧게 느껴지고, 3시간은 좀 길게 느껴져요. 초읽기에 몰리면 좀 힘들기도 하지만 2시간 정도가 괜찮은 것 같습니다. 바둑내용면에서는 아무래도 3시간 바둑이 가장 나은 것 같습니다.
이세돌 9단이 최근 복귀 후 9연승을 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만나게 될텐데 어떤 준비같은게 있습니까? -몸 관리나 컨디션조절 등을 잘 해야죠. 기보는 인터넷을 통해 보고 있습니다. 이세돌 9단이 계속 이기고는 있지만 아직은 적응기간이 아닐까 합니다.
예전같은 안정감이 없어졌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공격 쪽이 더 편한가요? 스스로 그런 면을 인식하는지? 편한것 보다는...위험성이 있는 바둑이 된 것은 사실인데...그래도 흥미진진한 느낌은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처럼 정리하는 것이 잘 안돼서 공격으로 정리하는 것 같습니다. 자의반 타의반이랄까...아직은 변화하는 과정 중이라고 생각하고 적응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수전 상대인 홍기표 4단은 대국느낌이 어땠는지? 조언을 해준다면 바둑이 두텁고, 발은 느리지만 힘이 좋은 기풍이라고 느꼈습니다. 대국태도가 침착한 면이 좋았습니다. 수 자체는 같은 프로끼리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53기 국수전은 전기 국수였던 이세돌 9단이 휴직으로 타이틀을 반납해 도전기가 아닌 결승5번기로 ‘국수(國手)’를 가렸다. 동아일보사가 주최하고 기아자동차가 후원한 53기 국수전의 우승 상금은 4,5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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