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순교자의 후손 100년만의 상봉 |
|
|
생전의 '전 아오스딩' 신학생의 모습(오른쪽에서 세번째). 당시 동급생과 찍은 사진인듯 하다. | | 전승용씨 가족, 로마유학중 선종 2대조(祖) '전 아오스딩 신학생' 찾아
한국교회 성장 동력은 순교영성에서 출발한다. 올해가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25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지만, 과연 오늘날 우리 신앙인들의 삶 속에 순교자의 삶과 정신이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 성찰해볼 문제다.
점점 잊혀져 가는 순교자들의 삶의 모범을 본받고 따라야 할 중요한 시기에 묻혀있던 신앙선조의 뿌리를 찾은 한 가족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사례를 통해 한국교회 모든 신앙인들은 순교자들의 진정한 후손이며 그들의 정신을 이 세상에서 실현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숙부님!”
잊었던 ‘신학생 삼촌’을 찾았다. 100여 년만의 만남이다.
김분다(베네딕타·82·인천 간석2동본당) 할머니 가족은 1월 17일 “이제야 신앙선조의 뿌리를 찾은 것 같다”며 시숙부를 찾은 감회를 밝혔다. 할머니는 “로마에 가 부제품을 받기 직전 돌아가셨다는 것만 전승으로 듣고 있었는데 이렇게 찾게 돼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가족은 ‘전 아오스딩’(1901~1922)으로 알려진 100여년 전 신학생. 엄밀히 말해 김분다 할머니의 시아버지의 동생이다.
할머니 가족이 ‘전 아오스딩’ 신학생을 찾은 과정은 흥미롭다. 할머니의 아들 전승용(안토니오·62·창원 사파동본당)씨와 아내 김연금(유스티나·58)씨가 지난해 순교자성월을 맞아 순교자 조상을 찾아 나서면서 한 세기 가까이 단절되다시피 했던 인연의 끈이 다시 이어지게 됐다.
본래 그들이 찾아 나선 조상은 전 아오스딩 신학생이 아니었다. 3대를 거슬러 올라가 전 아오스딩의 부친인 전태옥(마르티노) 순교자를 찾아 나섰던 것이다. 전태옥 순교자는 박해시대, 그의 처남 둘과 함께 제주도에서 치명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당시 전 아오스딩이 어머니의 뱃속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전태옥 순교자는 1901년 제주교난 와중에 순교한 것으로 보인다.
전씨 부부는 우선 할아버지의 고향인 제주도로 건너가 성지와 교구청 등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조사를 시작한 부부는 그 과정 중에 전태옥 순교자의 아들, 전 아오스딩 신학생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를 전해들은 제주교구청 관계자가 1989년 발견된 전 아오스딩의 무덤 사진을 보여주면서 백년만의 만남이 가능하게 됐다.
부부는 그제야 ▲전 아오스딩 할아버지가 아버지의 치명으로 유복자로 태어났다는 것▲당시 선교사를 통해 로마 우르바노 신학대학 신학생으로 발탁됐다는 것 ▲유학 도중 심장마비로 선종했다는 것 ▲현재 로마의 성 로렌죠 성당(Basilica Di San Lorenzo Fuori Le Mura) 지하 교황청 포교성 직할 공동묘지에 안장돼 있다는 사실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내 김씨는 “신앙 선조를 찾아 나서는 일은 우리가 살아서 해야 할 숙제”라며 “신앙 선조들을 따른 삶을 살기 위해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며 살겠다”고 전했다.
오혜민 기자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