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발표,
그해 공쿠르상(賞)을 받은 작품이다.
장제스[蔣介石]가 공산당을 이용하여
상하이[上海]에서 북방군벌(北方軍閥)을 몰아내고
즉각 공산당을 탄압한 1927년의 상하이 쿠데타를 배경으로 하여,
연대적(連帶的)인 행동의 중심 속에서도
고독감에서 헤어날 수 없는 테러리스트 첸[陳],
고독에 사로잡히면서도 집단적 행동과 우애(友愛) 정신 속에서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혼혈아 기요[淸],
강철 같은 의지를 지닌 혁명가 카토프와 같은 주요 인물 외에,
기요의 아버지이며 아편중독자인 대학교수,
권세욕과 에로티시즘의 화신(化身) 같은 자본가,
공상과 기행(奇行) 속에서 현실을 잊으려는 성격파탄자,
공산당에 대한 증오에 불타는 비밀 경찰서원 등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모두가 고독의 그늘이 짙은 인물로서,
말로는
그의 고정관념이었던 허무주의적인 고독감에서 탈출하려는
인간의 필사적인 모습을 그렸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1927년 3월에서 4월 사이에 상하이에서 벌어진 사건들 속에서 펼쳐진다.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이 때엔 장개석이 지휘하는 국민당의 군대가 상하이에 다가오고 있었다.
혁명군은 장개석의 지원을 기다리지 않고서
정부군을 몰아내고 상하이를 그에게 넘겨주었다.
그러나 군대는 서로 경계하고 있는 두 개의 요소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나는 자주 독립적인 중국을 위해 싸우고 있는 국가주의적 요소이고,
또 하나는 소비에트화된 중국을 위해 싸우고 있는 공산주의적 요소이다.
장개석은 전자를 택하여,
공산주의자들의 조직을 배척하고,
노동자 의용군들의 무장 해제를 요구했다.
—말로는 여기서,
공산주의자들의 한 작은 집단이
한 사람을 죽이고서 권총의 재고품을 빼앗은 것으로 이야기를 꾸몄다.
경찰은 마비되었거나 살육되었다.
반란은 성공하여,
도시는 다시 혁명군의 수중에 들어온다.
혁명군은 이제 장갑(裝甲) 열차 하나를 대포로 폭파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장개석은 공산주의자들에 반격을 가해 온다.
이들은 홍콩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국제 노동자 연맹에 조언과 원조를 청한다.
그러나 연맹은, 당사자들에게는 무슨 영문인지 통 알 수 없는 고
도의 정치적 고려에 의해서, 그들에게 어떠한 지원도 거부한다.
그들 중의 일원인 테러리스트 첸(Tchen)은
자기 자신을 희생하여 장개석을 죽이려고 꾀하지만 실패한다.
이 테러 행위가 탄압을 터지게 하여,
처음의 반란자들의 대부분이 때로는 끔찍스럽게 죽어 간다.
—그 중에는 이상주의자 키요(Kyo)도 들어 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역사의 뒤를 한 걸음 한 걸음 따라가고 있지만,
〈인간 조건〉은 추호도 이국적이고 회화적인 역사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설명할 수 없고, 견딜 수 없는, 하나의 근본적인 고뇌가
거기에 떨고 있는 자기들의 인간 조건을 잊어 보려고 하고 있는 인물들을,
비극적이고 격렬한 분위기 속에서 우
리들에게 그려 보이고 있다.
—'첸은 살인에,
클라피크(Clappique)는 미친 지랄에,
카토우(Katow)는 혁명에,
메이(May)는 연애에' 취하고,
지조르(Gisors)는 아편에 취함으로써,
—또는 키요처럼,
그들을 초월하는 어떤 명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그들은 자기들의 인간 조건을 잊어 보려고 한다.
'인간들이 그것을 위해서라면,
이해 관계를 초월해서 목숨을 버려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예컨대 노예에 있어서의 기독교,
시민에 있어서의 국가,
노동자에 있어서의 공산주의 등과 같은 것은
모두, 다소 막연하기는 하지만,
이 조건을 존엄 속에 녹여 넣음으로써
그것을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오직 한 사람만이
그러한 변모(變貌)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일본인 화가 카마(Kama)인데,
그는 회화와 음악에 의해서 우주와 일체가 되고,
'고뇌도 없고 불행도 아주 조금밖에 없는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