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동네에 제가 형님으로 모시는 결혼 18년 차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그날은 형수님 생신이었습니다.
평소에는 토요일 출근 안 하시는 형님이 갑작스럽게 출근하셨습니다.
그리고 오후에 퇴근하며 집에 계신 형수님한테 전화했습니다.
"여보~주차장으로 좀 내려 온나.."
3층 집에서 계단을 통해 내려오며 형수님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3층을 내려오며...
[토요일에 갑작스러운 출근을 왜 했지?]
2층을 내려오며...
[그냥 올라오면 되지 왜 주차장으로 날 부르기까지 하지?]
1층을 내려오며...
[혹시 이거 쑥스러운 장면 연출 되는 거 아닌가?]
형수님은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혼자 얼굴을 붉히며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좀 있다 형님의 차가 들어오며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뒤를 돌아보며
후진하는 형님의 멋진 모습을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형님이 형수님을 발견하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여보~트렁크 좀 열어봐라~"
운전석에 앉아서 트렁크 문을 따는 소리가 들리고 형수님은
트렁크에 손을 얹으며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순간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진짜 풍선이라도 나오면 어쩌나..이 양반이 생전 안 하던 짓을 하고...
어머..표정관리 어찌해야되나..]
조심스레 트렁크를 올리는 순간...
다행히 풍선은 안 보였습니다.
그리고 오색풍선 대신 눈에 들어온 건
.
.
.
감자 세 포대
어느새 옆에 다가온 형님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합니다.
"출장 갔다 오는데 국도에서 싸게 팔아서 사왔다. 엄청 싸게 샀데이~"
그리고 양손에 두 포대를 들고 나머지 한 포대를 턱으로 가리키며
"뭐하노? 퍼뜩 안 들고?"
형수님은 감자 한 포대를 가슴에 꼬~~옥 안고 3층을 올라갔습니다.
1층을 올라가며...
[아놔...내가 뭘 상상한거야.. 아~~~쪽 팔려...]
2층을 올라가며...
[아놔...18년을 살았으면서도 매년 기대와 실망을 거듭하면서 또 이러네..]
3층을 올라가며...
[아놔...저 뒤통수에 감자 한포대를 한개씩 던져? 말아?]
그날 밤 형수님은 1.4 후퇴 바람 찬 흥남부두에 금순이처럼 생일에 감자를
삶아 먹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날 밤 형수님은 꿈속에서 하얀색 리무진을 몰고 하얀색 턱시도를
입은 형님이 형수님을 앞에 두고 리무진 트렁크를 여는 순간~~~
형형색색의 감자들이 하늘 높이 두둥실 두둥실 떠올랐다고 합니다.
첫댓글 ㅎㅎㅎ 우리 동창은 그런 넘 하나도 없겠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