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종단한 경험이 있는 한 사업가는 베트남 매니아가 되었습니다. 오래 전에 들었던 그의 경험담을 토대로 저도 언젠가는 한번 해보리라 꿈꿔왔던 그 여행상상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번 하노이 여행을 토대로 다시 계획하자면 과연 가능할까? 의문이 앞서기는 합니다. 교통혼란의 극단이 여기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가 베트남말이랍니다. 그것만큼 힘든 게 베트남에서의 운전일듯 합니다.
대부분 차도에는 신호등도 없고, 있어도 무시하기 일쑤, 차도에는 차량 훨씬 이상으로 오토바이 숫자가 너무 많고 거기다 사람들까지 뒤섞여 보기만 해도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사람이 서있는데도 앞뒤로 아랑곳 하지 않고 차도 오토바이도 그냥 지나가 버립니다. 각자 위험으로부터의 도생에 최적화된 모습들입니다.
인도라고는 거의 없다시피한데 그나마 인도가 있으면 파헤쳐져있거나 대형화분이 놓여져 있거나 쓰레기가 더미로 쌓여있거나 오토바이가 씽씽 달려오기도 합니다. 그런데다 인도에는 거의 사람머리까지 내려와 있는 뒤엉킨 전기전선들이 너무 흔한 풍경이라 보기만해도 위태롭습니다.
오늘은 구도심인 36거리와 호암끼엠 호수를 구경하러 나섰는데요, 인산인해 속에 사람구경 하기 딱일 정도입니다. 아이들까지 동원해서 나온 가족단위의 나들이객들이 몽땅 여기로 나왔는지 정말 걸어다니기가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그 속에는 외국인 관광객도 엄청 많아서 하노이시민과 관광객들 다 여기로 온 듯합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전에 먹었던 새우꼬치 파는 노점상을 보고는 바로 사달라고 하는 태균이. 꽤 맛있었나 봅니다.
유명한 호수 위 유교사원 응옥썬으로 들어가는 입구와 수상다리에는 한치의 틈도 없이 사람들이 바글거리니 들어갈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베트남은 음력설에 한 해 소망과 안녕을 기원하는 주술적 기운이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습니다. 그 복잡한 사원입구에서 한해 소원을 담은 글을 써주는 노점상에도 사람이 가득하고, 2024년을 기원하는 각가지 조형물들이 호수주변으로 족히 열 개는 넘습니다.
호수 한바퀴 돌아볼겸 걸어다니는데 제가 먼저 앞서서 걸었더니 그만 태균이가 얼굴그려주는 화가에게 잡혀서 한참 설득을 당하고 있습니다. 말이 안 통하니 그냥 오겠지싶었는데 태균이를 잡은 화가가 내놓은 간이의자에 풀썩 앉아버리니 하는 수 없이 우리는 졸지에 모델이 되어 구경꾼들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호암끼엔호수 주변에는 관광객 대상으로 얼굴 초상화그려주는 화가들이 즐비합니다. 제가 얼굴을 그린다면 저 분이 꽤 잘하겠다 싶은 눈매깊은 중년의 남자가 있었지만 태균이를 붙잡은 건 다른 화가입니다. 태균이는 거의 유아급 귀여운 얼굴이고 저는 졸지에 다소 냉정해보이는 깐깐 아줌마 얼굴이 되었습니다.
모델하고 있는 30여분동안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어찌나 많이 대조를 해주는데 그림의 상태를 중계해 주는 광경도 재미가 넘쳤습니다. 평생 처음해본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인력거타기에 도전해 보았는데 태균이가 워낙 덩치발이 있으니 페달기사가 힘들었을 듯 합니다. 필리핀 팍상한폭포 갔을 때 카누배를 거꾸로 끌고가던 필리핀 사공들의 노고가 문득 생각납니다. 그 때 그런 것처럼 과도한 운임비 요구에도 그냥 들어주었습니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호수 한바퀴 반 도는 동안 태균이 먹고싶은 것들 지나칠 때마다 손가락질이 격해집니다. 특히 KFC 근처를 지날 때는 소리까지 질러댑니다. 그렇게 인력거타기를 마치고 KFC에 들어서니 완전 돗때기 시장이 따로 없습니다.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무려 30분 이상을 그 와글거리는 공간에서 기다린 후 받아서 나왔습니다. 호숫가도 사람들로 꽉차서 바닥에 앉아서 해결!
수사인형극장도 하노이관광버스 시간도 맞지가 않아서 호수주변의 시장을 구경하는데 아직도 연휴라서 문닫은 곳이 꽤 있습니다.
이미 만보를 훌쩍 넘겨 걸어다녔으니 태균이가 좀 피곤해하는 것 같아 일단 후퇴, 택시타고 숙소로 돌아와서 휴식을 갖고 4시 무렵 저녁도 먹을 겸 눈여겨 봐둔 노상식사도 가능한 쌀국수집으로 갔습니다. 너무 맛있었지만 국물에서 파리시체 출몰, 종업원이 미안하다고 바로 교체해주어서 신경쓰지 않고 먹었습니다. 탱자 충분히 짜서 넣었으니 소독되었을 겁니다.
그것만 아니었으면 너무나 맛있는 쌀국수이긴 했습니다. 스파이시 소스도 제 입맛에 너무 잘 맞아서 첫번째로 맛본 하노이 포베이는 기분 좀 묘한 듯 맛있었습니다. 가격은 정말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렇게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로 가기 아쉬워서 호암끼엔호수 근방 하노이 멜라이 호텔에 있는 스타더스트 카지노에 가기로 작정하고 택시를 잡는데, 그 쪽 방향 도로는 그야말로 한치의 빈틈도 없는 정체! 오토바이와 뒤섞인 차도 속에서 빈택시를 만나는 건 어려울 듯 한데 그나마 잡힌 한 대도 교통정체 때문에 안 간다고 합니다.
다소 좀 멀기는 해도 다시 걸어서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오토바이가 한대 멈추더니 오토바이로 가자고 합니다. 딱 보니 별로 크지도 않는데 어찌 두 명이 탈까싶었는데, 더우기 태균이 덩치가 두 사람 몫이니 말입니다. 간곡한 권유에 태균이 태우고 저도 타보니 다소 불안하기는 해도 운전자를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제 생에서 만났던 가장 스릴넘치는 경험이 바로 하노이 도로 오토바이질주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스릴 그 자체! 정말 베트남 시민다운 오토바이 실력입니다. 멋도 모르고 태균이는 신나죽습니다. 저는 달릴 때마다 불안해서 악소리가 나오는데도 웃음이 멈추질 않습니다.
이 운전자 기분좋았는지 종착지에서 부득불 태균이랑 사진 한방 찍고싶다고 사람좋은 미소를 날립니다. 덩치큰 태균이 옆에선 그 기사가 너무 작아보이네요 ㅋ 다시는 하고싶지 않은 오토바이 질주였습니다.
하노이 멜라이호텔 정말 근사합니다. 아주 시설이 잘 되어있고 세련되었습니다. 스타더스트 게이밍클럽이 별도의 출입구를 두고 완전히 별도의 엘리베이터로 출입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데 일전에 그랜드플라자 호텔도 그랬지만 다 한산합니다. 그랜드플라자나 스타더스트는 매니저가 다 한국인일 정도로 한국사람이 주 고객인 듯 합니다.
전세계 대형 카지노의 주고객은 당연 중국인들이지만 하노이같은 작은 규모에 그들이 올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한국인들을 주고객으로 하는 수 밖에요...
전세계 카지노를 좀 두루 다녀본 저는 카지노사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카지노는 합법적인 도박이긴 하지만 이 문화를 유흥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시선이 중요합니다. 일확천금을 위한 핏발서는 도박판의 맹혈투의 개념으로 대하는 한 카지노문화는 건전한 유흥이 될 수가 없습니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의 대형 카지노들의 개념은 적은 돈으로도 즐겁게 하룻밤 보낼 수 있는 유흥 중의 하나라는 것! 그러니 시민들에게 다 오픈입니다. 미국은 도박으로 대하는 개념이 커서 시민출입을 막지는 않으나 별도의 카지노타운을 두어서 특별한 여행으로 삼고 가야 합니다.
물론 말레이시아, 싱가폴, 마카오와 같은 국가의 도박시설 정책의 목적은 극명합니다. 중국인들의 도박자금의 유입입니다. 중국인들 정말 도박좋아하고 해외투어의 큰 목적이기도 합니다. 구정연휴 때 호주 시드니 간 적이 있었는데 대규모 카지노가 포진된 달링하버에 중국인들을 실은 대형버스가 연실 카지노에 손님을 풀어놓는 것을 목격하면서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는 생각이 컸는데요
어차피 돈을 잃게 되어있는 것이 카지노 속성입니다. 어쩌다 일확천금이 들어와도 다시 그 돈은 판돈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기에 어차피 확률상 잃게 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소주정도 마시는 선술집을 갈 것인지, 단란주점을 이용할 것인지, 고급 룸싸롱을 갈 것인지, 나이트클럽을 갈 것인지 각자 주머니사정에 따라 다를 뿐, 카지노 이용도 그 수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도파민을 자극하는 행위에는 이렇게 개념교육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술마시며 술값으로 소비하는 것에는 관대하면서 식사비나 술값 정도로 즐거운 게임을 한다는 개념은 우리에게는 좀 먼 사고이긴 하지요. 그렇긴해도 전세계 대형 카지노시설로 퍼지고 있는 중국관광객들을 제주도로 유치하면 얼마나 이득일까 많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호텔에 부속된 카지노 규모로는 어림도 없고 말레이시아 겐팅이나 싱가폴의 마리나베이 정도의 수준이면 승산이 있어 보이는데 제주도가 그 쪽보다 위치나 환경이나 뒤질 이유가 없습니다. 시차원에서도 여러 차례 논의가 나온것으로 알고있지만 카지노라는 몹쓸 이미지가 좋은 먹거리에 큰 방해가 되는 듯 합니다.
이번 구정연휴에 겐팅이나 마리나베이샌드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초대박이었을 듯 합니다. 코로나 시국을 벗어난 때라서 더 심했을 듯 합니다. 점점 초라해지는 제주도도 개념을 바꾸어야 할 듯 합니다. 도박갈망 인구가 수 억명인 중국인들이 근처에 있어 마카오처럼 1박2일도 가능한 거리인데 말입니다.
하노이 멜라이 호텔 내 스타더스트에서 지난번 그랜드플라자에서 105불로 불린 자금은 177불까지 치솟았지만 다시 줄어들어 카지노에 잘 헌납하고 왔습니다. 태균이랑 놀러가면 공짜음료 본전에다가 1시간만 되어도 캐쉬아웃하자고 재촉해서 잠깐 놀기 딱 좋습니다.
택시타고 돌아오는 길, 밤 9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거리는 불야성이고 길가에서 음식먹는 풍경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베트남 특유의 광경들입니다. 오늘도 별 특별한 경험까지 해보았던 흥미진진한 날이었습니다. 내일은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하노이 명소들을 둘러봐야 되겠습니다.
첫댓글 흥미 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제가 직접 여행에 동참한듯 합니다. 여행은 정말 열린 마음으로 임하면 남는 거다 임을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