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送人) - ‘大同江’ 혹은 ‘送友人’이라는 별제(別題)도 있음.
비 갠 긴 언덕엔 풀 빛이 푸르른데 / 雨歇長堤草色多
남포로 임 보내며 슬픈 노래 울먹이네 / 送君南浦動悲歌
대동강 물이야 어느 때 마를거나 / 大同江水何時盡
해마다 이별 눈물 강물을 더하는 것을 / 別淚年年添綠波
송인(送人)
뜰 앞에 한 잎 떨어지고 / 庭前一葉落
마루밑 온갖 벌레 슬프구나 / 床下百蟲悲
훌훌이 떠남을 말릴 수 없네만 / 忽忽不可止
유유히 어디로 가는가 / 悠悠何所之
한 조각 마음은 산 다한 곳 / 片心山盡處
외로운 꿈, 달 밝을 때 / 孤夢月明時
남포에 봄 물결 푸르러질 때 / 南浦春波綠
뒷 기약 그대는 제발 잊지 마소 / 君休負後期
장원정(長源亭) - 고려 문종때 창건된 離宮으로 왕들이 그곳에 遊幸하였다.
우뚝 솟은 쌍궐이 강가를 베고 있네 / 岧嶢雙闕枕江濱
맑은 밤에 티끌 한점 안 이누나 / 淸夜都無一點塵
바람 풍긴 배돛은 구름인양 조각 조각 / 風送客帆雲片片
이슬 엉긴 궁 기와는 옥 비늘인가 / 露凝宮瓦玉鱗鱗
푸른 버들 속 문닫는 팔구 집 / 綠楊閉戶八九屋
밝은 달에 발 걷은 두서너 사람 / 明月捲簾三兩人
아득한 신선 고장 어느 곳에 있다던고 / 縹緲蓬萊在何處
꿈 깨니 한창 봄 꾀꼬리 우네 / 夢闌黃鳥囀靑春
장원정(長源亭)
옥루 뎅뎅달이 벽공에 걸렸는데 / 玉漏丁東月掛空
봄 하늘이 모란 바람 보내 주네 / 一春天與牡丹風
작은 마루에 주렴 걷으니 봄물결이 푸르고나 / 小堂捲箔春波綠
사람은 봉래산 표묘한 가운데 있네 / 人在蓬萊縹緲中
봄날[春日]
맑게 갠 하늘아래 모든 물상 산뜻하네 / 物象鮮明霽色中
흥겨운 봄놀이로 우울한 회포 깨쳐 버리네 / 勝遊懷抱破忡忡
지는 해 머금은 강은 황금 물결 반짝이고 / 江含落日黃金水
바람곁의 버들개지는 흰눈인 양 나부껴라 / 柳放飛花白雪風
고향 산천은 천 리 밖에 머나 먼데 / 故國江山千里遠
술잔 앞 담소에 온갖 인연 잊었네 / 一尊談笑萬綠空
흥겨워 새 시 한수를 쓰려 하나 / 興來意欲題新句
붓 들어 적으려 하니 호기 모자라 부끄럽네 / 下筆慚無氣吐虹
분행역기 충주자사(分行驛寄忠州刺使)
엊저녁 지난 길은 영취산 앞이라던가 / 暮經靈鷲峯前路
아침에 와 읊는 이곳은 분행역 누상 / 朝到分行樓上吟
꽃은 벌의 수염을 맞아 반쯤 방긋이 피어나고 / 花接蜂鬚紅半吐
버들은 꾀꼬리 날개를 감춰 갓 푸른 빛 짙어가네 / 柳藏鶯翼綠初深
동헌에 봄이 한창 끝없는 흥취였네 / 一軒春色無窮興
사절로 나간 몸 바쁜 맘 어이하리 / 千里皇華欲去心
중원 멀리 바라보니 사람은 안 보이고 / 回首中原人不見
흰 구름 자욱하고 나무만 가물가물 / 白雲低地樹森森
제 등고사(題登高寺)
험한 돌길에 비단 같은 이끼가 아롱졌는데 / 石逕崎嶇苔錦斑
이끼를 밟고 나니 예가 바로 선문일세 / 錦苔行盡入禪關
땅은 저 푸른 하늘에서 그리 멀지 않은 듯 / 地應碧落不多遠
중은 흰 구름 더불어 한가히 마주 앉았구나 / 僧與白雲相對閑
따스한 햇살에 제비는 날아 별전에 오고 / 日暖燕飛來別殿
휘영청 달밤 잔나비 울음이 빈 산에 올려온다 / 月明猿嘯響空山
대장부 사방의 뜻 있거니 / 丈夫本有四方志
내 어이 덩굴에 달린 박이나 오이처럼 이 사이에 끼어 살리 / 吾豈匏爪繫此閒
개성사 팔척방(開聖寺八尺房)
백보에 아홉 번씩이나 굽이진 길 가파른 메를 올라오니 / 百步九折登㠝岏
우뚝 반공에 솟은 집이 두어 칸 / 家在半空唯數閒
맑디맑은 샘에서는 찬 물이 떨어지고 / 靈泉澄淸寒水落
해묵은 어두운 벽엔 푸른 이끼 아롱져라 / 古壁暗淡蒼苔斑
바위 끝 솔은 한 조각달에 늙어 있고 / 石頭松老一片月
하늘 가 구름은 천점 산에 낮았네 / 天末雲低千點山
여기는 홍진 만사 이르지 못하나니 / 紅塵萬事不可到
그윽한 사람 한 평생 한가히 삶을 보내는 곳 / 幽人獨得長年閑
제 변산 소래사(題邊山蘇來寺)
적막한 맑은 길에 솔 뿌리가 얼기설기 / 古徑寂寞縈松根
하늘이 가까워 두우성을 숫제 만질 듯 / 天近斗牛聊可捫
뜬구름 흐르는 물 길손이 절간에 이르렀고 / 浮雲流水客到寺
단풍잎 푸른 이끼에 중은 문을 닫는구나 / 紅葉蒼苔僧閉門
가을 바람 산들산들 지는 해에 불고 / 秋風微涼吹落日
산 달이 차츰 훤한데 맑은 잔나비 울음 들린다 / 山月漸白啼淸猿
기특도 한지고 긴 눈썹 저 늙은 중은 / 奇哉厖眉一老衲
한 평생 인간의 시끄러움 꿈조차 안 꾸누나 / 長年不夢人閒喧
서도(西都)
번화론 거리 봄바람에 보슬비 지나간 뒤 / 紫陌春風細雨過
가벼운 티끌조차 일지 않고 버들개지만 휘늘어졌다 / 輕塵不動柳絲斜
푸른 창 붉은 문에 흐느끼는 노랫가락 / 綠窓朱戶笙歌咽
이 모두 다 이원제자의 집이라네 / 盡是梨園弟子家
취하여[醉後]
복사꽃 붉은 비에 새들이 지저귀니 / 桃花紅雨鳥喃喃
집을 둘러싼 청산에는 푸른 이내 아른거리네 / 繞屋靑山閒翠嵐
이마에 비스듬한 오사모 게으른 탓이어니 / 一頂烏紗慵不整
취하여 꽃동산에 누워 강남을 꿈꾸네 / 醉眠花塢夢江南
단월역(團月驛)
취토록 마시고 베개에 기대니 그림 병풍이 낮구나 / 飮闌欹枕畫屛低
꿈을 깨자 앞 마을에 첫 닭이 우네 / 夢覺前村第一鷄
문득 생각노니 밤 깊어 운우(남녀간 환락)가 흩어진 뒤 / 却憶夜深雲雨散
벽공에 외로운 달이 작은 누각 서쪽에 걸렸던 것을 / 碧空孤月小樓西
첫눈[新雪]
어젯밤 펄펄 내린 서설이 새로워라 / 昨夜紛紛瑞雪新
새벽에 완로가 중신(임금의 거처)을 하례하네 / 曉來鵷鷺賀中宸
가벼운 바람도 없이 어둔 구름 걷히고 / 輕風不起陰雲捲
흰 구슬꽃 피니 일만 나무 봄이로세 / 白玉花開萬樹春
註: 정지상(鄭知常)은 고려 중기의 문신이다. 서경 출신으로 초명은 지원(之元), 호는 남호(南湖)이다. 고려 12시인 중의 하나로 꼽혔으며 문학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노장(老莊), 역학(易學), 불교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그림, 글씨에도 능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