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풍주방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선동한 사람은 저였는데,
그 동안 이런 저런 일이 좀 있었습니다.
글도 딱 한 번, 지난 번 행시 심사과정을 글로 올린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고요...
오늘은 저의 술이야기를 좀 할까 합니다.
저는 고 2 정도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우리마을은 낙동강이 흐르는 옆으로 넓은 모래밭이 아득하게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땅콩, 감자, 고구마를 심고 한창 사과 과수원이 조성되고 있었지요.
과수원은 낮에는 아버지가 일을 하고,
밤이면 우리 또래의 아들에게 과수원을 맡깁니다.
그러면 혼자 과수원을 지키기가 좀 헛헛한 이 친구,
친구들에게 오늘밤 자기네 과수원으로 놀러오라고 초대합니다.
과수원으로 갈 때는 뒷주머니에 안동소주 한 병씩 차고,
모래밭에 지천으로 자라는 땅콩을 포기째로 몇 포기 뽑아서 갑니다.
혼자 있다가 우리가 가면 친구는 반가운 나머지 가장 크고 잘 익은 사과를 한 광주리 따옵니다.
그러면 칼로 사과의 씨방 부위를 도려내고 술잔으로 사용합니다.
사과에 술을 따르어 천천히 마시면
소주가 사과에 스며들어 맛이 새콤달콤해집니다.
소주 한 모금, 사과 한 입...그리고 땅콩 한 주먹씩 까서 막었습니다.
그로부터 저의 술 이력이 시작된 것입니다.
지금도 잊지 못할 술맛은 당시에 마시던 안동의 '금곡'소주입니다.
(금복주가 아님).
지금의 안동소주는 그에 비하면 술도 아닙니다.
안동이 왜 술이 좋으냐?
북방 지역 양조의 비법을 이어받은 곳이 안동입니다.
고려시대,
몽골이 고려로 들어와서 일본 원정을 시작합니다.
전쟁 준비로 배를 만들던 곳이 마산이었고,
그 외의 모든 군수물자를 안동에서 조달했습니다.
그 중에는 물론 술도 필수였지요.
그런 역사 때문에 안동의 술이 좋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금곡 소주의 맛을 재현한다면
소주 시장을 석권하는 것은 문제도 아닐 법 한데 말입니다.
괜히 아침부터 입맛 도네...
님들 모두 좋은 하루이기를 빕니다!
노을~
첫댓글 옛날 시골이야기 구수하게 잘 읽었습니다
ㅎ~ 감사! 앞으로 자주 들릴께요!
안동 소주 맛나더구먼여~~그런데 예전 금곡주는 어떠 하였겠슴까요?! ~~
자주자주 오시와여~!
넵!
노을이야기님 방갑습니당
나도 안동사는 친구가 있어서 젊은 시절부터 안동소주를 먹어보앗읍니당
옛날의 금곡 소주도 먹어보앗구
요새 나오는 도자기에 든 안동소주도 먹어보앗읍니당
대한민국의 증류 소주 중에서는 안동소주를 제일로 친다는 말을 들엇읍니당
아닌게 아니라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당 우하하하하하
글 잘 읽었읍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아...금곡소주를 아시는 분은 별로 없는데...ㅎ~
이제나 저제나 노을이야기님 오실날 기다렸습니다.
풍주방을 만드셨으니 방주님으로 지켜주셔야지요.
약속하신겁니다? ^_^
ㅎㅎ~ 가끔, 자주 올게요,...
노을 친구님~~~
이제야 이실직고 하시네요
님은 "방주방" 의 태생에 대해서 원죄가 있는데 그동안 너무 무심하다고 생각했어요.ㅎㅎㅎ
그 날 님이 제안한 "삼강 주막방" 은 아니지만 "풍주방"을 잘 보살펴 주세요
그래요...ㅎ~
노을 작가님의 술 실력은 지난 번 모임에서 알아봤습니다.
이 방 창설을 처음 주선하셨다니
앞으로 조화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질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겠네요.
정이 많이 갑니다 많이 애용할게요 꾸뻑!
맛있는 다큐! 늘 기분을 엎 시켜주시고,
엔돌핀 생산에 늘 혁혁한 전공을 세워주셔서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