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8.14]
도심의 기온이 36도 즈음이란다.
이런 폭염은 웬만한 계곡의 바람으로는 식힐 수 없는 법.
선택은 간명하다.
잠시의 쉼에도 오돌오돌 한기가 동행하는 곳, 고헌산 대통골.
산은 영남알프스의 주봉중 한 곳이나
세간의 평으로는 쓸만한 등로도 계곡도 품지 못한 참말 못난 외로운 산이다.
그리하여 서로의 온기 그립고도 그리운 곳이니
연중 고작 한번의 다녀감에도 애틋한 마음은 되려 별스런 곳이라 하겠다.
산은 그나마 미운오리새끼 같은 계곡을 하나 두었는데
초입엔 완만한 바람 흔적 남겨 한적한 피서도 선물하지만
조금만 오르면 등로와 차츰 헤어지며 급격한 경사에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협곡을 이루는지라 대통골의 이름을 얻었다.
계곡은 대체로 거칠고 험하여 일반 계곡산행의 코스로는 부적합하며
그 해의 강우량에 따라 물줄기며 폭포며 변화도 무쌍하다.
그중 4~5곳의 10~20m 폭포가 주 등반 대상이며
남녁으로는 거진 유일한 계곡등반의 코스로 클라이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첨언하면 대통골은 해마다 인사 사고가 보고 되는 코스로
1폭포를 비롯한 두어 곳은 반드시 안전 장비를 구비하여야 한다.
1폭포
계곡등반은 수량이 등반성의 한가지 기준이 되므로
매년 7월의 장마철이 적시인데 올 해는 이러저러 사정으로 이제사 찾게 되었다.
세찬 물줄기를 온 몸으로 받으며 등반해야 하는 곳인데
적절한 수량으로 편안한 등반을 할 수 있었으며
간 밤 비가 있어 등반의 묘미를 더해주었으니
7월의 설익은 햇살을 생각하면 농익은 햇살이 동행하는 오늘이 되려 맞춤의 날이 되었다.
2폭포
작고 큰 수십의 폭포가 연잇는 중에
저만한 폭포가 또한 여럿이다.
산의 아래와 달리 계곡은 20도 전후의 찬 기온인지라 쉬엄쉬엄 등반하지 못하고
체온 유지를 위해 등반을 서둘러야 하는 점이 한가지 아쉬운 점이다.
채 20m가 되지 않는 높이지만 장마철 수량이 많을 적엔 난이도가 꽤 있는지라
경우에 따라 폭포의 좌측으로 비켜 등반을 하기도 한다.
굳이 확보도 필요없는 편안해 보이는 소폭이지만
보기 보다 강한 물줄기가 시야와 호흡을 방해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3폭포
단 몇 초의 물줄기지만 눈을 뜰 수 없고
하중이 상당하여 한발 내딛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4폭포
이후론 몸도 좀 풀렸고 난이도도 상대적으로 낮은지라
확보하지 않고 연등하였다.
4폭포를 등반중인 나.
계곡등반은 물론이고 일반적인 계곡산행에서도 적절한 장비는 안전의 기초가 된다.
무엇보다 신발의 중요성은 재삼 거론하여도 가볍지 않을 것이다.
아쿠아슈즈나 샌들류, 일반 등산화등도 상황에 맞는 경우가 있겠지만
일정 시간 이상의 계곡산행에는 반드시 비고어텍스재질과 릿지창의 등산화를 추천한다.
발 전체의 보호와 미끄러짐 대비, 일정한 바닥 쿠션 확보로
장기간 계곡산행에서의 상대적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어지는 대나무 홈통과 같은 협곡.
찬바람이 순식간에 지나며 체온을 뺐는다.
비록 자일을 이용한 확보는 불필요한 코스라 하더라도
홀드가 안전하지 않은 곳엔 가능한 슬링이라도 내려 확보를 하는 것이 좋다.
경험 많은 선등자의 세세한 조언도 도움이 되고
이만한 협곡이라니 경우야 다르지만 무분별한 등정주의를 비판한
머메리의 등로주의가 이유있다는 생각이 오버랩된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등반은 시작된다.
알랑 드 샤테리우스의 비장함도 순간.
5폭포
시간도 지체되었고 허기도 지는지라
자일을 내려 폭포를 거슬러 오르지 않고 좌측의 벽을 직등한다.
등반을 마쳤다.
이윽고 찬 맥주 한잔.
잔 가득 따신 햇살 한줌 채운다.
이것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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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처럼 일상이 바쁠 적엔
서재의 등산학으로 애틋함 달래기도 한다.
자체로 드라마틱한 헤르만 불과 같은 고산 등반가의 처절은 어떠하며
그리움으로 옛길 걷는 안치운 선생과의 터벅터벅 동행은 어떠한가.
불세출의 소심한 모험가 우에무라 나오미의 끝없는 도전은 어떠하며
남명, 청계 등 선인들의 지리산길 뒤쫓음은 또한 어떠한가.
그러다 불쑥 눈 깜짝할 새라도 얻으면
당장에 봇짐 꾸려 한순간의 꿈을 꿀 수 있으니 더 바랄 것 없는 것.
그리 웃으며 내려서니 일초의 머뭇도 없이 연신 땀이라
모든 것 일장춘몽인 듯 발길은 팥빙수 집으로.
이상 행복팍팍 사랑팍팍 팬다
첫댓글 올 해 최고의 폭염인 날에 맞춤의 피서했습니다. 내내 닭살 돋는 한기의 골짝이라 지금이 여름인줄 몰랐더니 하산하자마자 땀이 줄줄... 일장춘몽이었네요. 그래도 안전하게 악우의 정 나누었으니 참 좋았기로 나눕니다. 회원 여러분 모두 남은 여름도 건강히 나세요~~~
대단한..체력.....입니다~
부럽습니다^^
5폭포 지점까지 3시간 남짓이니 그리 힘든 코스는 아니에요. 좀 추워서 문제라면 문제^^;
대통골다녀오셨군요 보기만해도 시원합니다수고덕분에 편안히 보고갑니다 쌩유
모모님 설악 등반... 보기만 해도 더웠답니다...ㅎ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늘 댓글 달아주시는 만세님의 정성이 대단하다 느낍니다~ 남은 여름도 건강히 나세요^^
아름다운 한편의 시같습니다...
과찬이십니다^^ 남은 여름도 건강히 나세요~~~
저기는 어지간한 팔 힘 없이는 꿈도 꿔보지 못하겠군요. ㅎㅎ
예^^ 말씀 맞습니다. 더하자면 어쩌면 신체 한부위의 힘 보다는 전체적 밸런스가 효율적인 등반의 기초가 되겠지요. 건강히 여름 보내세요~~
아우!!!위험해여~~~~~ㅋㅋㅋ
보기만해두 집에 에어콘 끄고싶을정도로 시원한 느낌이 팍!!팍
부럽지만 보기만 할께염...^^
안전 우선의 등반을 하면 실제 그리 위험하진 않지만 여러 위험요소들이 상존함도 사실이니 항상 조심하고 있답니다. 늘 멋진 두 분의 아웃도어라이프를 부러워하는 1인^^
저 폭포아래 한줌의 바위틈을 의지해서 오르다보면 모든 잡념은 날아가겠습니다.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잡념의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쪼매 추워서요^^
보기만해도 어흐..........오금이저려 발끝이 저릿저릿합니다 ㅎㅎ 지리산휴양림 차고 맑은 물에도 이번에 게을러 발도 담그지 않고 잠만 자다가 귀가길 등구재를 차로올라 막걸리 한잔 맛난 나물에 취해 배를 두들기며 돌아왔습니다 ^^
휴양림위로의 비린내골과 음담기미골 등등 계곡은 사태 등의 호우 피해가 없는지 궁금하네요. 조개골, 한신계곡 등등 많은 계곡과 등로가 이번 폭우에 상처가 넘 크더만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남은 여름도 건강히 나세요^^
행복이 가득한 팬다님 후기는 언제봐도 마음설레게 합니다
남해의 아름다움도 가끔 팬다님 글속에서 느껴집니다
후기만봐도 서늘합니다^^
노고단님~ 여름이 비와 폭염을 번갈아 앞세우며 위세입니다. 건강히 나세요^^
떨리는 계곡에서의 등반 ~~~
시원하고 스릴이 넘치네요
채식님 한동안 격조했습니다. 잘 지내시죠? 제가 요새 좀 게으르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