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2946]이백(李白·701∼762) - 조왕역양불긍음주(嘲王歷陽不肯飮酒)
古文眞寶(고문진보)
《古文眞寶》 前集 제1권 <五言古風 短篇> ‘嘲王歷陽不肯飮酒’
이백(李白)의 '권주가(勸酒歌)'
地白風色寒(지백풍색한),
대지는 백설로 뒤덮이고 바람은 찬데,
* 地白(지백) : 눈이 와서 대지가 흰 눈에 덮여 있는 것.
* 風色(풍색) : 바람의 기운.
雪花大如手(설화대여수).
주먹만 한 눈송이가 공중에 흩날린다.
* 雪花(설화) : 눈송이.
눈송이는 자세히 보면 꽃 모양으로 생겼으므로 설화라 한다.
笑殺陶淵明(소쇄도연명),
도연명이 웃다 자빠지겠소,
* 殺(쇄) : 심함을 나타내는 조사(助詞).
‘쇄(煞)’로도 쓴다. 소쇄(笑殺)는 '참 우습다'는 뜻.
不飲杯中酒(불음배중주).
잔 그득한 술을 마시지 않겠다시니.
浪撫一張琴(랑무일장금),
그대 거문고 어루만져 봐야 부질없고,
* 浪(랑) : 헛되이. 쓸데없이.
* 撫(무) : 어루만지는 것.
소금(素琴)이기 때문에 '무(無)'라 말한 것이다.
虛栽五株柳(허재오주류).
버드나무 다섯 그루 심은 것도 헛된 노릇.
* 虛(허) :헛된이.
* 栽(재) : 심다.
空負頭上巾(공부두상건),
머리 위 망건도 괜히 쓴 것이려니,
* 空(공) : 공연히.
* 負(부) : 배반하는 것. 어기는 것.
도연명의 葛巾은 술을 거름에 썼는데 왕역은 공연히
건(巾)만 쓰고 있으니 건을 배반했다고 한 것이다.
吾于爾何有(오우이하유).
내 존재가 그대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는지?
* 何有(하유) : 무엇을 하랴? 무엇이 있으랴?
무슨 상관이 있으랴? 곧 이젠 너를 모른체 하겠다는 뜻.
도연명의 <飮酒> 제20수에 '만약 다시 통쾌히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공연히 머리 위의 건을 배반하는 것이라
(若復不快飮,空頭上巾)'고 읊은 말에서 취한 것이다.
嘲王歷陽不肯飮酒(조왕역양불긍음주)
왕역양이 술을 마시려 하지 않음을 조롱함
-이백(李白)
▶ 嘲(조) : 비웃다.
▶ 歷陽(역양) : 안휘성(安徽省) 화현(和縣)에 있던 지명,
왕역양(王歷陽)은 그곳의 영(令)인 이백(李白)의 친구 王아무개.
이 시는 이백의 친구인 역양령 왕아무개가
술을 마시려 들지 않음을 비웃은 것이다.
地白風色寒, 雪花大如手.
땅은 희고 바람기는 차가운데, 눈송이는 크기가 주먹만하네.
▶ 地白(지백) : 눈이 와서 대지가 흰 눈에 덮여 있는 것.
▶ 風色(풍색) : 바람의 기운.
▶ 雪花(설화) : 눈송이.
눈송이는 자세히 보면 꽃 모양으로 생겼으므로 설화라 한다.
笑殺陶淵明, 不飲盃中酒.
도연명이 우스워 죽겠구나, 술을 마시지 않네.
▶ 殺(쇄) : 심함을 나타내는 조사(助詞). ‘쇄(煞)’로도 쓴다.
소쇄(笑殺)는 '참 우습다'는 뜻.
浪撫一張琴, 虛栽五株柳.
쓸데없이 소금만을 어루만지고 헛되이 다섯 그루 버드나무 심었구나.
▶ 浪(랑) : 헛되이. 쓸데없이.
▶ 撫(무) : 어루만지는 것.
소금(素琴)이기 때문에 '무(無)'라 말한 것이다.
▶ 虛(허) :헛된이.
▶ 栽(재) : 심다.
空負頭上中, 吾於爾何有?
공연히 머리 위의 건을 배반하고 있으니, 그대에게 내가 무엇을 하리.
▶ 空(공) : 공연히.
▶ 負(부) : 배반하는 것. 어기는 것.
도연명의 葛巾은 술을 거름에 썼는데
왕역은 공연히 건(巾)만 쓰고 있으니 건을 배반했다고 한 것이다.
▶ 何有(하유) : 무엇을 하랴? 무엇이 있으랴? 무슨 상관이 있으랴?
곧 이젠 너를 모른체 하겠다는 뜻.
도연명의 <飮酒> 제20수에 '만약 다시 통쾌히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공연히 머리 위의 건을 배반하는 것이라
(若復不快飮,空頭上巾)'고 읊은 말에서 취한 것이다.
도연명에게는 줄이 없는 素琴을 비롯하여
오류수(五柳樹)와 술을 거르는 데 쓴 葛巾 등
재미있는 일화가 많지만 이들은 술을 통할 때
비로소 생기를 띠게 되는 것이다.
술을 안 마시는 도연명이라면 素琴·五柳·葛巾이 모두 무슨 소용이랴?
조소를 입은 왕역양도 이 시를 읽고 실소를 금치 못하였을 터이다.
이하 동아일보
대지는 백설로 뒤덮이고 바람은 찬데,
주먹만 한 눈송이가 공중에 흩날린다.
도연명이 웃다 자빠지겠소.
잔 그득한 술을 마시지 않겠다시니.
그대 거문고 어루만져 봐야 부질없고,
버드나무 다섯 그루 심은 것도 헛된 노릇.
머리 위 망건도 괜히 쓴 것이려니,
내 존재가 그대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는지?
地白風色寒, 雪花大如手.
笑殺陶淵明, 不飮杯中酒.
浪撫一張琴, 虛栽五株柳.
空負頭上巾, 吾於爾何有.
―‘술 안 마시려는 왕역양을 놀리다
(조왕역양불긍음주·嘲王歷陽不肯飮酒)’
이백(李白·701∼762)
주선(酒仙) 이백의 수많은 권주가 중 또 하나의 색다른 권주 방식.
비웃기라도 하듯 상대의 취향을 조목조목 열거한다.
시제가 흥미롭다. 자신을 위해 특별히 주연까지 마련했는데
왜 그를 놀리는 걸까. 놀림이라기보다는 주흥을 돋우려는
우스갯소리로 이해하면 되겠다.
게다가 성 뒤에 이름자 대신 상대가 거주하는
역양(歷陽)이란 지명을 붙인 건 상대에 대한 존경의 표시이기도 하다.
백색 천지에 쏟아지는 함박눈, 음주의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 이참에
도연명을 존숭한다는 그대가 술을 마다한다?
도 선생이 술 마실 때 곁에 두고 어루만졌다는 줄 없는 거문고,
오류(五柳) 선생이란 호를 지을 정도로 버들을 좋아한 취향까지
답습하려고 이것저것 살뜰히도 챙기시는구려.
한데 도 선생에게 망건이 왜 소중했는지 아시오?
술 걸러 서둘러 마시기엔 망건이 제격이었기 때문이오.
‘또다시 통쾌하게 술 마시지 못할 바엔,
머리 위 망건은 괜히 쓴 것이지’(도연명의 ‘음주’ 제20수)
라는 말이 바로 그 뜻이오.
술을 거부하는 건 그대가 건성건성 흉내만 내는 것이니
여간 실망스럽지 않소. 시인의 이런 놀림에 술 못하는 상대가
돌연 술을 들이켰을 리는 없겠지만 도연명을 흠모하는 마음만은
서로 일치한다는 사실은 확인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