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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산업의 판매 집중현상과 판매 결정요인에 관한 연구1)
1. 문제제기
문화산업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요한 경향 가운데 하나는 성공한 소수의 콘텐츠에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다. 이는 출판, 영화, 음악 등 각 분야에서 나타나는 두드러진 현상 가운데 하나이다.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하는 영화가 있는 반면 10만 명의 관객도 들지 않는 영화가 부지기수이다. 출판산업의 경우 어떤 책은 100만권이상의 판매고를 올리지만 대다수의 책들은 불과 몇 천권도 판매되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는 상품의 수익과 직결된다. 더욱이 문화산업 분야는 초기 투자비용이 높은 반면 복제비용은 저렴해, 대량생산 단계에 들어가면 단위당 생산비용이 매우 적어진다.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를 보일 경우 수익 창출효과가 큰 고위험-고수익(high risk-high return) 산업이다. 따라서 판매가 집중된 콘텐츠의 경우 그 수익은 다른 산업에 비해 훨씬 크다. 문화산업 분야에서 몇몇 상품에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흥미로운 이유는 판매량의 차이가 절대적 가치(absolute value)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대적 가치(relative value)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이다. 여타 일반산업 분야에서는 만약 A라는 생산자가 일정량의 물품을 생산하면 그것에 상응하는 대가를 얻게 된다. 만약 경쟁 상태에 있는 B라는 생산자가 보다 좋은 물품을 생산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A가 생산한 물품은 그것에 상응하는 가치를 가지고 또한 그 가치에 합당한 수익을 얻는다. 가격에 비례한 질적 차이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산업의 경우 이러한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1000만명의 관객이 든 영화가 10만명의 관객이 든 영화에 비해 100배 이상 가치가 있다거나, 100배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자는 100배의 수익을 얻는다. 이처럼 투입된 재화와 성과간의 불균형이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은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이다. 투입과 성과의 불균형 현상은 다양한 문화산업 각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현상을 다루기는 어렵다. 이 글에서는 우리 대중가요 음반판매에서 나타나는 투입과 성과의 불균형 현상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많은 문화산업의 분야 가운데 유독 음반판매를 연구의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는 1877년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한 이후 음악은 문화산업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발전해 왔지만 그간 음악산업에 대한 실증적 전무한 점이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대중문화산업에 대한 관심이 괄목할 만큼 증대되면서, 커뮤니케이션 연구자들은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분야로 연구의 영역을 확장하였다. 그러나 유독 음악산업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전무하다. 그 원인으로는 첫째, 음악산업은 공적인 영역이 아닌 개인 사업자 간의 사적인 영역(private sector)으로 분류되어 연구의 영역에서 제외되었고, 둘째, 음악은 언론의 한 영역이라기보다 오락이나 예술의 한 분야로 분류된 탓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꼭 이런 관점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이, 파급효과 면에서 음악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영화에 관해서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국내 언론학계에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음악산업에 관한 실증적 연구가 부족한 원인이 전술한 이유 이외에 기본 데이터를 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에서도 많은 부분 기인한 듯 하다. 언론학자 사이에서 가장 빈번히 연구되는 신문과 방송의 자료는 각종 도서관 또는 방송사(또는 방송유관기관)의 아카이브에 보관되어 있고, 영화 역시 한국영화연감 등을 통해 기본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대중가요 음반은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자료실이나 도서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음반의 발행연도, 가수에 대한 정보 등을 정리한 연감도 발행되고 있지 않다. 이처럼 기초 데이터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 대중가요에 관한 실증적 연구는 쉽지 않다. 비록 이처럼 연구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음악산업에 관한 연구는 다른 문화산업 분야에 비해 독특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 음악산업은 영화, 공연, 게임과 같은 다른 문화산업 분야에 비해 제작비의 차이가 크지 않다. 스타급 가수에게 지급되는 선지급금을 제외한 녹음, 프레싱 등에 투입되는 비용은 대다수의 음반의 경우 비슷한 수준이다2). 예컨대 영화의 경우 출연비를 제외하고도 그래픽, 촬영에 영화별로 투입되는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음반제작에 있어 순수제작비의 편차가 적다는 점은 현실적으로 제작비에 관한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입비용의 차이가 판매를 차이를 유발한다는 논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이는 만약 투입비용과 품질을 연계시키는 관점에서 본다면,3) 품질의 차이가 판매의 차이를 유발한다는 증명하기 어려운 논의 역시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영화, 공연 등과는 달리 대다수의 음반 소비자들은 라디오, 인터넷과 같은 매체를 통해 완제품을 일차적으로 소비하고 나서 최종구매를 결정한다. 이는 질적 차이, 아니면 적어도 개개인의 소비자가 느끼는 명백한 질적 차이에 의해 구매가 결정된다는 가정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맥락에서, 과연 우리 대중가요의 판매는 어떤 경향과 특성을 보이고 있고, 소비자 구매를 결정하게 되는 요인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 논문에서 탐구하고자 하는 주제이다. 2. 선행연구 1) 음반 판매량의 집중 현상 주로 미국과 영국에서 이루어진 음반판매와 관련된 선행연구에서 중요하게 언급된 사항은 몇몇 음반에 판매량의 대부분이 집중되는 현상이다. 로젠(Rosen, 1981)은 음반 판매의 집중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소비자에게서 찾는다. 소비자가 음악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음악에 대한 ‘지식(knowledge)'이다. 소비자는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지식을 얻는다. 음악을 직접 들어보고 판단하거나, 기존에 음악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한다. 지식의 습득은 주로 전문가의 비평이나 대중매체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 로젠은 음악에 대한 지식을 얻는데 있어 지불하는 비용이 돈이 아니라 시간이란 가정 하에서 대다수의 소비자는 시간의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가의 지식을 활용하여 음반을 구입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즉, 전문가에 의해 이미 검증된 상품을 구입함으로써 최소한의 시간을 투입하면서 상품 품질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을 취할 것이란 것이다. 그는 이런 경향이 가속화되면서 결국 특정 스타의 음반에 판매가 극단적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음반판매에서 집중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생산자에서 찾을 수도 있다. 1980년대 초반 음악산업은 세계적으로 불황에 빠졌다.4) 당시까지 소매상에서 안 팔린 음반은 도매상에서 새로 출시된 음반으로 대체해 주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음반시장의 불황과 더불어 이러한 관행은 점차 축소되었고 소매상은 재고를 떠안게 되었다. 그 결과 소매상들은 음반구입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소매상의 입장에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미 검증된 스타의 음반을 구입하는 것이었고, 음반제작자 역시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가수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음반을 발매하기를 꺼리게 되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LP를 대신하여 고음질의 CD가 널리 보급되고, MTV와 같은 음악전문 채널이 자리를 잡아가며 음악산업은 불황을 벗어나게 된다. 그 결과 1990년대 들어서 일반 대중은 음악을 듣는데 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음악 소비량의 증가추세에도 불구하고 음악산업의 집중도는 1990년대 들어 더욱 심화된다. 왜냐하면, 새로운 매체의 등장을 통해 제작자들은 ‘규모의 경제’ 개념에 눈을 뜨게 되었다. 즉, 몇몇 스타에 집중 투자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다양한 가수를 발굴하는 것 보다 수익성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통상 발매된 음반의 단 10% 만이 수익이 발생하고, 특히 가수의 첫 음반에서 수익이 날 가능성은 더욱 적은 상황에서(Denisoff, 1986), 검증되지 않은 신인 가수에 대한 음반사의 투자는 점차 제한되었다. 제작자들은 무명의 가수에게 15만달러를 투자하는 것보다 인기가 검증된 가수에서 차라리 150만 달러를 투자하는 방법을 취했다(Vogel, 1986, p.92). 일반적으로 대중 음악계는 교육수준이나 경제력 등의 진입장벽이 없는 분야로 인식되기 쉽다. 그러나 실상 메이저 음반사와의 계약 체결 여부는 가수의 성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요한다. 특히 메이저 음반사는 각종 홍보 활동을 통해 가수의 인기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스타급 가수 역시 메이저 음반사를 선호하는 이유는 적극적 홍보 활동 이외에도 선지급금을 받는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학 관계 하에서 1990년대 이후 대중은 보다 많은 시간 음악을 소비하지만, 소비자 선택의 폭은 점차 줄어들고 이와는 반비례로 음악산업의 집중도는 점차 증대되었다(Leadbeater, 1994). 1990년대를 거치면서 전술한 이론들을 뒷받침할 보다 실증적 연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스트로블과 터커(Strobl & Tucker, 2000)는 1980-1993년 기간의 영국의 앨범 순위를 분석한 결과 음악 산업의 정적 편포(몇몇 음반에 인기가 집중되는 경향)를 띤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비슷한 맥락에서, 크래인과 토리슨(Crain & Tollison, 2002)은 1959-1988년까지 30년간의 미국 빌보드 순위에서 매년 몇 곡의 노래가 빌보드 1위를 차지하는가를 조사하였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30년 동안 매년 상위4개 음악이 1위를 차지하는 비율은 47%, 상위 5개 음악이 1위를 차지하는 비율이 54%로 조사되어 미국에서도 음악산업은 정적 편포를 보인다는 점을 입증하였다. 2) 음반의 인기 결정요인에 관한 연구 음악 소비의 정적 편포가 파악된 후 진행된 연구의 방향은 과연 어떤 음악에 소비가 집중되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인기 요인으로 가장 빈번히 논의된 것은 스타 변수이다. 음악산업은 특성상 소비자가 음반을 살 때 지불하는 비용은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같은 비용을 지불한다면 소비자들은 보다 유명한 스타급 가수의 음반을 구입한다는 것이다(Rosen, 1981; MacDonald, 1988). 프랭크와 쿡(Frank & Cook, 1996) 역시 승자가 되는 위한 요건으로 ’상대적 차이‘를 강조한다. 즉, 절대적 가치에 의해 차이가 아닌 상대적 차이에 의해 승자가 결정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예컨대 서적, 영화 등이 출시 첫 주에 주목을 받지 못한다면 영원히 주목을 받지 못할 것이고, 주목을 받고 못 받고의 차이는 질적 차이가 아니라 주장한다. 음악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보다 실증적 차원에서, 스트로블과 터커(Strobl & Tucker, 2000)는 특정 음반의 인기는 어떤 요인으로 인해 좌우되는가를 살펴보았다. 1991-1993년 3년 동안에 앨범순위를 종속변수로, 사운드트랙, 히트곡모음(greatest hits), 크리스마스 기간, 시장진입 초기의 순위 등을 독립변수로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에 의하면, 언급된 모든 변수들은 앨범 순위의 정적 편포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조사되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영화 사운드트랙 앨범은 44.2%, 히트곡 모음집은 25.6% 그렇지 않은 앨범에 비해 순위에 머무르는 기간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또한 크리스마스 10주전에서 크리스마스 사이에 나온 음반은 다른 기간에 나온 앨범에 비해 14% 순위 지속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시장진입 첫 주에 톱 10에 든 앨범은 그렇지 않은 앨범에 비해 순위 지속력이 159% 높은 것으로, 첫 주에 40위권에 진입하지 못한 앨범은 순위 지속력이 78.6%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이를 밴드웨곤 효과(bandwagon effect)로 해석하였다. 최근에는 크래인과 토리슨(Crain & Tollison, 2002)이 1959-1988년까지 빌보드 순위를 종속변수로 10대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 군인사망율, 음악장르의 다양성 그리고 라디오 방송국의 증가율 등을 독립변수로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10대 비율이 독립변수로 선정된 이유는 주된 소비계층인 10대의 비율이 높을수록 스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것이란 가정과 음반 소비율이 높은 10대가 빌보드 순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가정에 기초한다. 군인 사망율은 특히 베트남전 기간 동안에 젊은이들의 높은 사망률이 새로운 스타의 시장진입을 허용해 순위 곡의 다양화를 가져올 것이란 가정 하에서 독립변수로 채택되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전체 인구에서 10대의 비율이 높을수록 빌보드 순위는 소수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인 반면, 장르의 다양성, 라디오 방송국의 증가, 군인 사망율은 빌보드 순위의 집중 현상을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명확한 인과관계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이들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빌보드 순위, 즉 음반의 인기는 소비자의 성향(10대의 성향)에 의해 좌우되며 소비자의 성향은 음반의 질(quality)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3. 연구방법 1) 연구문제 선행연구에서 중요하게 지적된 사항은 음반시장의 집중현상과 인기 결정요인에 관한 연구이다. 이 글에서는 국내 음악산업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확인하고자 한다. 만약 국내 음악산업에서도 몇몇 인기음반에 인기가 집중되는 현상이 확인된다면, 다음의 연구과제는 과연 어떤 요인으로 인해 인기 집중현상이 벌어지는가를 설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 탐구하고자 하는 연구과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문제 1: 한국 대중가요 음반판매 시장의 집중도는 어떠한가? 연구문제 2: 한국 대중가요 음반판매량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2) 데이터 음반 판매량 데이터는 2000년부터 2003년 까지 판매된 음반 가운데 매년 음반판매 100위까지 음반을 대상으로 하였다. 따라서 조사대상 음반은 총 400개이다. 자료의 출처는 음반산업협회(www.riak.or.kr)의 음반판매량 집계표이다.
3) 연구방법
<연구문제 1>에서 탐구하고자 하는 것은 음반판매의 집중현상이다. 이를 위해 년도 별 음반판매 상위곡이 전체 음반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율, 출시된 음반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음반의 비율과 특성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연구문제 2>에서는 음악 장르, 가수의 특성 등 음반 판매량에 영향력 끼칠 것으로 추정되는 몇몇 변수를 선정하여 이들 변수의 영향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4. 연구결과 1) <연구문제 1>에 대한 검증 먼저 음반 판매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살펴보면, 음반도매가 기준으로 CD는 10,000원, 카세트테이프는 5000원에 팔린다고 계산할 때 1개 판매의 평균 수익은 이 둘을 합쳐 반으로 나눈 금액인 7,500원이다. 7,500원에서 프레싱, 자켓제작과 같은 음반 순수제작비로 1000원을 제외하고, 여기에 유통수수료 15%를 제외하면 5,000~5,500원 정도가 남는다. 여기서 작곡비, 가수․연주자 비용 등 순수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을 제외한 비용이 바로 순이익이다. 따라서 만약 순수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이 5억원 정도 투입되었다면, 최소한 합해서 10만장 정도의 음반․카셋트(5:5로 가정)가 팔려야 손익 분기점에 도달한다(삼성경제연구소, 2002). 따라서 만약 순수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으로 3억원이 투입되었다면 6만장, 5억원은 10만장, 10억원은 20만장이 손익분기점이다. 실질적인 제작비 규모는 음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불과 수천만원의 순수제작비가 투입된 인디레이블의 음반이 있는 반면, 뮤직비디오에만 10억원 이상 투입한 음반도 있다. 그러나 고위험-고수익인 음반산업의 특징을 고려할 때, 메이저 음반사는 물론이고, 인디레이블 제작자 입장에서도 음반을 출시할 때 10만장 정도의 음반 판매는 기대할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음반산업협회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00-2004년까지 10-50만장 이상 판매된 음반의 수는 다음과 같다.
<표 1>에서 보듯, 2000년 이후에 10만장 이상 판매된 음반의 수는 매년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5) 한해 평균 700개 정도의 음반이 출시된다는 가정 하에서(음반산업협회), 10만장 이상 판매된 음반의 수는 2000년 약 15%, 2001년 10%, 2002년 9%, 2003년 4% 정도로 추정된다. 고위험-고수익 산업이라는 특성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낮은 수익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의 분석단위를 살펴본 결과에 의하면 2000년 조성모는 1월에 출시한 <조성모 3집> 196만장, 9월 <조성모 클래식> 160만장의 판매로 2000년 음반판매 1위와 2위를 독식하며 총 25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그 해 음반 판매만으로도 1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에도 GOD 2집 57만장, 3집 150만장 합해서 총 2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고, 서태지 110만장, HOT 87만장, SES 76만장, 쿨68만장 등의 수치를 기록했다. 2001년에도 편집음반인 <연가> 168만장, GOD 158만장, 김건모 137만장, 조성모 96만장 등 소위 ‘대박’ 음반이 존재했다. 또한 조사대상 기간 동안에 조성모가 발매한 모든 음반과 <연가>를 제작한 GM 기획은 불과 2년 동안 4장의 음반으로 총 5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러한 수치는 우리 음반산업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고 있다고 생각된다. 즉 성공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한번 성공한다면 이전의 손실을 만회하고도 남는다는 점과 한번 성공한 다음에는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음반을 출시해서 연속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2001년을 기점으로 이후에는 1위 판매고를 기록한 음반이 2002년 쿨 7집 64만장, 2003년 김건모 52만장으로 수치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는 2002년 이후부터 음반시장은 본격적인 침체기에 들어 대박음반의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40-50만장 이상 팔린 음반의 수는 현저히 떨어지지만, 10만장 이상 판매된 음반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율로 감소한 점이다. 이는 음반시장의 침체가 판매량 최상위 음반에 보다 심각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즉, 시장의 침체는 판매량의 집중도를 상대적으로 완화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 <연구문제 2>에 대한 검증 (1) 음반 판매량 결정요인에 대한 회귀분석 전술한 선행연구에서 음반의 인기에 영향을 끼치는 독립변수로 언급되었던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회귀분석을 위한 독립변수와 측정방법은 다음과 같다. 독립변수로 선정된 변수 가운데 가장 의미있는 변수는 단연 스타 변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스타의 객관적 인기를 정리한 자료가 없다. 따라서 조사대상 기간동안에 20만장 이상 음반을 판매한 가수를 스타로 분류하였다. 20만장을 기준점으로 잡은 이유는 통상 10만장 이상을 손익분기점으로 볼 때, 투입된 비용만큼의 수익을 낸 판매량이기 때문이다. 단, 신인가수가 첫 음반에서 20만장 이상 판매량을 보인 경우는 그 다음 음반부터 스타가 발매한 음반으로 분류하여, 측정의 오류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음반발매횟수는 조사대상 기간 동안에 2장 이상 음반을 발매한 가수의 음반에 오름차순의 수치를 주었다. 음반발매횟수가 독립변수로 선정된 이유는 전술한 선행연구에서 언급된 신인가수가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출시초기 판매량은 음반출시 첫 달의 판매량을 기준으로 하였다. 이 독립변수를 통해 첫 주의 판매량이 전체 판매량을 좌우한다는 문화산업 분야의 일반적 가설이 우리 음반산업에도 적용되는지 여부를 검증하고자 했다. 제작사와 유통사의 파워는 조사대상 기간 동안에 출시한 음반의 수를 기준으로 하였다. 이 경우 일반적 예상과 부합하게 SM,기획(43개), 예당(18개), GM기획(15개) 순으로 1년에 4-10개의 음반을 출시하는 기획사가 있는 반면 전체의 절반 이상의 기획사(218개 기획사)는 1년에 1개 이하의 음반을 출시하는 것으로 나타나 단순 수치상으로도 메이저 제작사의 존재여부가 파악된다. 유통사의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 전체 400개의 음반 가운데 상위 2개 유통사가 거의 30%의 음반(IKPOP 65개, 도레미 50개)을 유통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음반 장르는 발라드, 락, 댄스, 힙합, R&B, 가요, 기타(편집음반 등)로 구분하였다. 가요음반으로 구분된 것은 댄스와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혼재된 음반이다. 음반 장르는 한국 음반산업협회의 구분에 기초하여 약간의 수정을 거쳤다. 장르에 따른 음반 판매량의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 우선 일원변량분석을 한 결과 장르별 음반 판매량은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F=3.183 p<0.05). 보다 구체적으로 발라드, 댄스, R&B 장르가 가요, 락, 힙합, 기타(편집음반 포함)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판매량 평균치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발라드/댄스/R&B 장르와 가요/락/힙합/기타 장르를 묶어서 T-test를 한 결과 판매량 평균치는 275,912장과 130,769장으로 두 배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t=4.282, df=398, p<0.01). 이러한 차이는 결국 음악 장르는 판매량을 좌우하는 변수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우선 독립변수들 간의 다중공선성을 검증하기 위해 상관관계를 살펴보았다.
* p<0.05, **p<0.01 위의 표에서 보듯 독립변수들 간의 다중공선성이 의심되어, stepwise 방식으로 설명력이 큰 변수를 찾은 결과 가장 영향력이 큰 변수는 음반의 첫달 판매량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독립변수간에 다중공선성이 없는 첫 달 판매량, 출시 음반의 수, 유통사의 파워를 독립변수로 음반판매량을 종속변수로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표 3> 음반 판매량 결정요인에 대한 회귀분석 I
회귀식의 분석 결과 추정된 유의수준 5%하에서 출시 첫 달의 판매량과 출시 음반의 수가 유의미하게 나타났으며, 회귀식의 설명력은 58.6%로 상당히 높게 나왔다. 음반판매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출시 첫 달의 음반판매량이라는 점과 음반을 많이 발표한 가수일수록 판매량이 떨어진다는 점은 흥미로운 결과이다. 그러나 음반을 많이 발표한 가수의 판매량이 떨어진다는 점은 2002-2003년의 음반 판매량이 이전에 비해 대폭 감소된데 원인이 있는 듯하여 종속변수를 음반판매순위로 하여 다시 회귀분석을 시도한 결과 부적인 관계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유의미하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스타변수를 독립변수로 음반판매순위를 종속변수로 하여 회귀분석을 시도한 결과 예상대로 긍정적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sig=.000). 5. 논의 및 결론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음반 판매량의 집중도에 있어서 우리 대중가요는 대부분의 음반은 실패하고, 극소수의 음반만 성공하는 시장의 형태를 띤다. 그러나 정말 극소수에 해당하는 성공한 음반에 포함될 경우 이전의 모든 실패를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의 수익을 거두는 특성을 보인다. 또한 오늘날 직면하고 있는 음반산업의 침체는 오히려 집중도를 완화시키는 측면이 있어 다양한 가수의 출현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둘째, 연구결과에서 밝혀진 가장 주목할 만한 사항은 음반의 출시 첫 달 판매량이 음반의 성공을 좌우하는 절대적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서 주목해야 점은 첫째, 출시 첫 달의 판매량과 유의적 상관관계를 보이는 변수들이다. 이런 변수로는 스타, 장르, 기획사 변수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전의 음반판매량이 높은 가수, 댄스/발라드/R&B 장르, 대형 기획사에서 제작한 음반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다소 의외로 유통사의 영향력은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유통사의 영향력이 미미한 이유는 유통사가 점차 대형화되면서 몇몇 유통사가 모든 음반을 유통하는 구조가 된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셋째, 이 연구에서 나타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스타의 경우 출시한 음반의 수, 첫 달 판매량 모두 유의적 상관관계를 보이지만, 음반을 많이 출시한 가수와 첫 달 판매량과의 상관관계는 유의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스타급이 아닌 가수의 경우도 연속적으로 음반을 출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비록 많이 팔리지는 않지만 꾸준히 음반을 출시하는 가수가 있으며 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음반을 제작하여 손익분기점이 낮추는 전략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점은 한번 실패하면 영원히 기회를 얻지 못하는 영화와는 또 다른 음악의 산업적 특성으로 이해된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연구결과는 음반판매량과 음반의 질적 요소는 무관하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왜냐하면, 성공한 음반의 대다수가 출시 직후 전체 판매량의 대부분이 판매되고, 이후에는 별다른 판매량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질적 요소와 관련 없이 특정 가수의 고정 팬에 의해 판매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추정하게 한다.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하는 것은 조성모, GOD, HOT, 쿨, 장나라 등의 경우 첫 달의 판매량이 전체 판매량의 80-90%를 차지한 반면, 박효신, 왁스 등 일부 가수의 경우 첫 달의 판매량이 전체 판매량의 10% 미만으로 조사된 점이다. 이러한 사례의 예는 다음과 같다. <표 4> 출시 첫 달 판매량 비율의 예시
위의 표에서 보 듯, 똑같이 총 30만장 이상 팔린 음반이라 하더라도 어떤 형태로 판매가 이루어졌는지는 각기 다르다. 예를 들면 문희준 1집과 빅마마 1집은 총계로는 비슷한 수치가 팔렸지만, 문희준은 첫 달에 총 판매량의 99%를 판매한 반면, 빅마마는 첫 달에 불과 3%의 음반만 판매하였다. 이러한 판매 구조의 차이는 의미심장하며, 우리 음반산업에서 전체 판매량은 첫 달 판매량에 의해 좌우된다는 회귀분석 결과와 연계하여 생각하면 이는 판매량과 음악의 질이 개연성이 적다는 점을 의미한다.6) 참고문헌 강명석, 김진성 (1997).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아무도 없는가> 서울: 프리미엄북스 이영미 (1999). <한국 대중가요사> 서울:시공사 삼성경제연구소 (2002). <국내 음반산업의 중요이슈와 대응방안> 벅스뮤직(www.bugs.co.kr) 한국음반산업협회(www.riak.or.kr) Adler, M. (1985). Stardom and Talent. American Economic Review 75, 208~212. Burnett, R. (1996). The Global Jukebox: The International Music Industry. New York and London: Routledge. Crain, W. & Tollison, R. (2002). Consumer choice and the popular music industry: A test of the superstar theory. Empirica, 29, 1~9. Frank, H & Cook, J (1996). The Winner Take All Society. Free Press. New York. Hamlen, W. (1991). Superstardom in popular music: empirical evidence. Review of Economic and Statistics 173-4, 729~733 MacDonald, M (1988). The Economics of Rising Stars, American Economic Review 78, 155-166 Millard, A. (1995). America on Record: A History of Recorded Sound.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Rosen, S. (1981). The economics of superstars. American Economic Review 71, 845~858. Strobl, E. & Tucker, C. (2000). The dynamics of chart success in the U.K. pre-recorded popular music industry. Journal of Cultural Economics 24, 113-134. Vogel, H, (1986). Entertainment Industry Economics.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출처:한국커뮤니케이션학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