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흐름: 변화 속에서 성장하다
편입학 시험을 마친 직후,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친구들과 홍콩으로 여행을 떠났다. 오랜 시간 집중했던 시험이 끝난 해방감에 새로운 환경을 마주하니, (마음 한편에선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 감정은 수원대학교 편입학 합격 소식을 들은 순간, 더욱 짙어졌다. 익숙했던 일상을 벗어나 낯선 환경에 나를 던진다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나는 변화를 선택했고 곧 새로운 도시에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대학 생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나와는 다른 배경을 가진 학우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벽처럼 느껴졌고, 혼자라는 감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해졌다. 처음에는 단순한 낯섦이라 여겼지만, 점점 그 감정은 내 마음을 지치게 만들었다. 외로움을 떨치기 위해 학교 근처 명소인 행궁동을 찾아 나섰던 날, 갑작스러운 비를 맞으며 흠뻑 젖었던 그 순간이 오히려 내 마음의 상태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그날, 우연히 마주한 텅 빈 작은 놀이공원에서 잠시나마 마음껏 웃을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위로였다.)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어쩌면 가장 큰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방학이 되어 선택한 공공근로는 더 큰 시련으로 다가왔다. 법원에서의 업무는 단순하지 않았고, 하필이면 상반기 감사와 고위 공직자 응대라는 중요한 일정을 동시에 준비해야 했다. 낯선 조직, 엄격한 분위기, 그리고 과중한 업무 속에서 나는 다시 한번 ‘적응’이라는 과제를 마주해야 했다. (책임감과 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스스로를 다잡았고,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던 7월, 외증조할머니의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은 내 일상을 멈추게 했다. 평소 건강하시던 모습이 선명했기에 그 이별은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상실감 속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나의 건강을 돌아보게 되었고,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그날 이후, 배달 음식보다는 직접 만든 식사를, 무기력한 저녁보다는 가벼운 산책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가을이 되어서야 겨우 숨을 돌릴 틈이 생겼고, 나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순간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바로 토트넘과 뮌헨의 직관, 그리고 로이킴 콘서트였다. 특히 예전부터 학수고대하던 토트넘 경기의 직관은 그간 쌓였던 피로를 싹 잊게 해준 특별한 보상이었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한숨 돌린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산더미처럼 쌓인 과제와 기말고사라는 현실이었다.
마침내 모든 학사 일정이 마무리되고 연말이 다가오자, 나는 자취를 접고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덜컹거리는 기차 차창에 기대어 나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조금은 익숙해진 이 도시를 떠나는 게 아쉽기도 했고, 되돌아가는 길이 어쩌면 현실의 어려움에서 잠시 도망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 시기, 함께 지내던 반려견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마음은 더욱 착잡해졌다. 내게 변화란 무궁무진한 혁신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무거운 추를 매단 듯한 감정적 압박을 동반한다는 걸 온몸으로 체감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