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답사 4> 불카분낭 - 20. 06 .06.
선흘리보건진료소 동쪽길로 가다 보면 길 가운데에 불카분낭이라 부르는 후박나무가 한 그루 자라고 있다. 불카분낭이란 불 타 버린 나무라는 뜻이다.
4·3사건이 한창이던 1948년 11월 21일 토벌대에 의해 마을이 불태워지면서 선흘리의 가옥은 단 몇 채만 남기고 모두 타 버렸다.
온 마을이 불에 탈 때에 마을 거리에 있던 이 후박나무에도 불이 옮겨 붙어 오래된 밑둥 부분까지 불탔다.
하지만 생명을 잃은 줄 알았던 나무의 한쪽에서 새싹이 돋아나 살고 있다. 밑둥에서부터 높이 2m 위까지 속까지 불에 타서 숯이 되어 버린 부분이 그대로 남아 있고 동쪽 줄기 부분은 살아남아 가지를 뻗고 잎이 무성하다.
줄기의 움푹 패인 곳에는 송악과 줄사철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감싸 올라가 푸르름을 더해 준다.
이제 마을에서는 4·3사건의 흔적이 거의 지워져가고 있지만 이 나무는 그 상처를 간직한 채 꿋꿋이 생명을 유지하며 사람들에게 4·3사건의 아픔을 전해주고 있다.
밑둥까지 불에 탔지만 살아난 것은 신령스러운 기운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을 당하여도 억척스럽게 극복하며 살아온 우리 제주도민의 모습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출처] [향토문화]신령스런 기운.선흘1리 불카분낭(불탄나무)|작성자 고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