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북을 펼치고 기상천외한 자동차 이야기를 뒤져봤다. 제일 빠르고, 최고로 멋지고, 가장 이상한 기록들이 쏟아져 나왔다
THE FASTEST
지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
영국에서 개발한 스러스트 SSC는 지상을 달리는 자동차 최초로 음속을 돌파했다. 1997년 10월 15일, 미국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에서 스러스트 SSC(Super Sonic Car)가 기록한 최고시속은 1227.985km(마하 1.02)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2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속도다. 엄청난 속도의 비결은 제트 엔진. 스러스트 SSC는 추진력 10만 마력이 넘는 롤스로이스 스페이 205 제트엔진 2개로 속도를 낸다. 개발자는 빠른 속도를 내는 자동차가 양력에 대응하도록 엔진 무게의 60%를 차체 앞쪽에 실었다.
우주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
지난 2월 엘론 머스크의 민간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팰컨 헤비 로켓을 쏘아 올렸다. 이 로켓에는 테슬라가 최초 선보였던 전기차인 로드스터(1세대)가 실려 있었다. 테슬라 로드스터는 곧 태양 중심 궤도에 진입했다. 이 차가 궤도를 도는 속도는 시속 4만km 이상. 우주 여행을 떠난 자동차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다. 지구에서 기록한 테슬라 로드스터의 최고시속은 193km다. 차 안에는 사람 대신 우주복을 입은 마네킹이 탔다. 이 밖에 더글러스 애덤스의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전 권을 실었고, 우주에 도착한 뒤에 영국 가수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 ‘Life on Mars’를 재생했다. 엘론 머스크는 이 자동차가 우주에서 10억년 동안 머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빠른 경찰차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는 다양한 슈퍼카를 경찰차로 사용한다. 페라리 FF,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애스턴마틴 ONE-77, 벤틀리 컨티넨탈 GT 등 면면이 화려하다. 2016년 4월에는 부가티 베이론을 슈퍼 경찰차 라인업에 추가했다. 베이론의 최고시속은 407km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찰차로 기네스에 올랐다. 슈퍼 경찰차는 범죄자가 탄 차를 빠르게 쫓기 위해서가 아니다. 쇼핑몰이나 해변가를 지나는 관광객들에게 도시를 홍보하는 목적으로 운용한다.
눈 감고 가장 빠르게 주행한 운전자
영국의 맹인 드라이버 마이크 뉴먼은 녹내장으로 8세에 시력을 일었다. 전직 은행 직원인 뉴먼은 장애인 운전자를 위한 트랙카를 설계·제작하는 자선 기업 ‘스피드 오브 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2014년 8월 13일 영국 엘빙턴 공항에서 포르쉐 911 GT2를 타고 두 눈을 감은 채 시속 322.69km까지 가속했다.
고속도로에서 가장 빠르게 달린 기록
2012년 5월 20일 미국인 짐 페루토가 자신의 닷지 차저를 타고 시속 392.2km로 미국 네바다의 루트 318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당시 페루토는 일반도로에서 열리는 자동차 경주 2012 네바다 오픈 로드 챌린지 출전 중이었다.
지상 최고속의 꿈, 블러드하운드 SSC 프로젝트
도전을 멈추지 않는 한 한계는 없다. 인간은 이미 100년 전(1914년)에 자동차로 시속 200km를 돌파했다. 1932년에는 시속 400km로 달렸고 5년 뒤에는 시속 500km 벽도 깼다. 1997년에는 마침내 지상을 달리는 자동차로 음속을 돌파(시속 1228km)했다. 도전은 계속된다. 블러드하운드 SSC 프로젝트의 목표는 시속 1000마일(시속 1609km, 마하 1.3) 돌파다. 시속 1000마일은 발사된 총알보다 빠른 속도다. 지난해 10월 26일 영국 뉴키 콘월공항에서 그들이 개발 중인 블러드하운드 SSC가 공개 시험 운전을 진행했다. 제트엔진을 단 스러스트 SSC가 1997년 10월 미국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에서 음속을 돌파(시속 1228km를 기록)한 지 20년 만이다. 블러드하운드 SSC는 자동차라기보다는 옆으로 누운 로켓에 가깝다. 동력장치로 자동차 엔진, 항공기의 제트 엔진, 로켓 엔진 3가지를 모두 사용한다. 제트 엔진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500km까지 가속하고, 경주차에 쓰이는 V8 엔진과 로켓 엔진이 합세해서 속도를 시속 1609km까지 끌어올린다. 블러드하운드 SSC의 길이는 13.4m, 무게는 7.5t이다. 블러드하운드 SSC 프로젝트팀은 수년 내 스러스트 SSC의 최고속도 기록을 갈아치울 계획이다. 그들이 예상하는 블러드하운드 SSC가 시속 1000마일 돌파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2초다.
THE COOLEST
가장 큰 규모 타이어 번아웃
지난해 9월 2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내셔널 모터 페스티벌에서 119대의 자동차가 동시에 타이어 번아웃에 참여했다. 연기가 순식간에 구름처럼 피어올랐고 수천 명이 그 모습을 지켜봤다.
최장거리 드리프트 + 최장거리 패러랠 드리프트
BMW가 M5로 2개의 기네스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12월 11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BMW 퍼포먼스 센터 내 원형 코스에서 요한 슈워츠가 신형 M5를 타고 최장거리 드리프트에 도전했다. 최종 기록은 374.17km로, 남아공 출신 자동차 기자 제시 애덤스가 토요타 86으로 달성한 이전 기네스 기록(165.04km)의 2배를 훌쩍 넘겼다. 기록 수립의 관건은 연료다. 이전 기록을 세운 토요타 86은 모든 부분이 순정 그대로였지만, 기록 수립을 위해 연료통을 더 큰 용량으로 교체했다. BMW가 선택한 방법은 이보다 더 기발하다.
BMW는 항공기의 공중 급유처럼 주행하면서 추가 연료를 공급했다. 이를 위해 특수 연료 주입구를 만들고 급유차를 기록용 차에 바짝 붙인 채 함께 드리프트 했다. 급유차로 사용한 구형 M5(F10)는 BMW 퍼포먼스 센터 소속 드라이버 매티 멀린스가 운전했다. 최장거리 드리프트에 도전한 M5는 8시간 동안 5번 연료를 공급받았다. 그동안 2대가 나란히 드리프트 한 시간을 합산하면 1시간이 넘고, 거리는 79.26km나 된다.
가장 긴 스키드 마크
1963년, 제트 엔진 자동차 스피릿 오브 아메리카가 제작됐다. F-86 세이버 전투기의 GE J47 제트 엔진을 얹은 이 차가 기록한 최고시속은 846.96km다. 1964년 10월 15일, 미국 유타주 본네빌에서 노만 크레이그 브리드러브가 운전하던 스피릿 오브 아메리카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10km에 달하는 스키드 마크를 남겼다. 이전 최장기록은 290m. 1960년에 영국 베드퍼드셔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재규어가 남겼다.
두바퀴로 가장 멀리 달린 기록
2009년 2월 26일 이탈리아 칼리아리에서 스턴트맨 미켈레 필리아가 차를 기울여 두바퀴로 371.06km를 달렸다.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린 셈이다.
가장 좁은 360도 스핀 턴
영국 최대의 실내 레이스 트랙인 라이브 액션 아레나에서 열린 2016 오토스포츠쇼에서 앨러스테이어 모패트가 스바루 BRZ로 가장 좁은 360도 스핀 턴에 성공했다. 차체 길이 4.24m인 BRZ가 회전하며 그린 원의 지름은 불과 2.5m에 불과하다. 스핀을 시작할 당시 주행 속도는 시속 48km였다. 모패트는 BRZ의 뒷바퀴가 조금 더 잘 미끄러지도록 트랙션 컨트롤을 끄고 ABS를 비활성화했다.
두바퀴로 가장 빨리 달린 기록
스턴트맨 베사 키비마키가 BMW 330d의 한 쪽 두바퀴로만 달려 시속 186.269km를 기록했다. 카비마키는 6세 때 운전을 시작했다고 한다.
두바퀴로 거둔 가장 빠른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험난하기로 악명 높은 그린헬을 한쪽 두바퀴로만 달렸다. 중국 출신 드라이버 한예는 노르트슐라이페 서킷을 45분 59초 11만에 완주했다.
가장 좁은 공간에 평행주차
패트릭 폴코가 차 앞뒤로 불과 22cm 간격만 남기고 평행주차에 성공했을 때 이보다 더한 기록은 없을 줄 알았다. 2012년, 중국인 드라이버 한예가 그 기록을 깼다. 게다가 자그마치 7cm나 줄였다. 그가 주차한 미니의 앞뒤로 남은 공간은 불과 15cm다.
최대규모 자동차 공중제비
2015년 11월 14일, 23개의 기네스 기록을 보유한 베테랑 스턴트 드라이버 테리 그랜트가 재규어 F-페이스를 타고 19.08m 높이 구조물을 따라 360도 공중제비에 성공했다. 도전 당시 테리 그랜트는 전투기 조종사가 경험하는 것과 비슷한 6.5G에 이르는 막대한 중력가속도를 견뎌내야 했다.
270도 배럴 롤
테리 그랜트가 재규어 SUV를 타고 또 하나의 기네스 기록을 수립했다. 지난해, 영국 런던에 위치한 전시장 엑셀 런던에서 재규어 E-페이스를 타고 270도 배럴 롤 도전에 깔끔하게 성공했다. 활공 거리는 15.3m에 달했다.
THE WEIRDEST
포고 스틱을 타고 연속으로 가장 여러 대의 차를 뛰어넘은 사람
지난해 6월, 닛산자동차의 기획으로 미국 X포고팀 소속 달톤 스미스가 포고 스틱을 타고 닛산 주크 3대를 연속으로 뛰어넘었다.
가장 많은 털로 뒤덮인 자동차
이탈리아 미용사 마리아 루치아 뮤뇨는 피아트 500의 안팎을 120kg에 달하는 모발로 뒤덮었다. 사람의 머리털을 사용했고 작업시간은 무려 150시간이나 걸렸다.
자동차와 가장 오래 키스한 사람
멕시코인 에르네스타 에르난데스 엠브로시오와 지저스 주아레즈 비테는 2013년 10월 10일부터 14일 사이 자그마치 76시간 동안 자동차에 키스했다. 만 3일이 넘는 시간 동안 자동차에 입을 붙이고 있었으니, 입술이 자동차 페인트 색으로 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장 긴 자동차
1986년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30.6m 길이 26륜 리무진을 제작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의 특수차 전문가 제이 오버그가 영화 촬영과 전시를 위해 만들었다. 이 차는 길 위를 달리는 호화 크루즈 유람선과 다를 바 없다. 다이빙 보드가 달린 수영장과 소형 헬리콥터 착륙장까지 마련했다.
자동차 창문을 가장 빨리 연 개
캐나다 퀘벡에 사는 보더콜리 종, 스트라이커가 2004년 9월 1일 기네스 기록을 세웠다. 코와 발을 사용해 비전동식 자동차 창문을 11.34초 만에 열었다. 헝가리 출신 애견 훈련사 프랜시스 가대시에게 훈련받은 덕분이다. 스트라이커가 연 창문의 크기는 72.5×42cm, 창문 손잡이 길이는 12cm다.
포투 1대에 가장 많은 사람이 탑승한 팀
2인승 시티 커뮤터 스마트 포투에 최대 몇 명이 탈 수 있을까? 이름마저 2인승(For Two)인 이 작은 차에 자그마치 20명이 올라탔다. 2016년 6월 10일 미국 클레이턴 고등학교 치어리더팀 소속 20명이 2세대 포투에 탑승했다. 참가자는 전원 18세 이상이고 키는 152cm가 넘는다.
가장 긴 자동차 시소
2016년 8월 4일, 랜드로버가 중국 상하이에서 길이 25.077m짜리 시소를 공개했다. 시소의 양 끝에는 각각 이보크와 이보크 컨버터블을 올렸다.
가장 가벼운 자동차
영국인 루이스 보르시가 9.5kg짜리 자동차를 만들어 주행에 성공했다. 엔진 배기량은 2.5L가 아니라 2.5cc다. 1인승이고 최고시속은 25km.
어깨뼈로 자동차를 끈 인도 청년
18세 인도인 아비셰크 초우비는 어깨뼈(견갑골)로 1070kg에 달하는 차를 끌었다. 기네스가 요구하는 5m 이동에 걸린 시간은 불과 48초. 긴 밧줄의 한쪽 끝을 차 앞에 묶고, 다른 쪽 끝은 그의 아버지가 만든 나무 블록에 고정했다. 아비셰크는 놀라울 정도로 강한 어깨뼈로 나무 블록을 꽉 쥔 채 차를 앞으로 끌고 갔다. 초우비는 8세 때부터 어깨뼈로 의자와 테이블을 들어 올리는 훈련을 시작했다.
기네스북에 오르고 싶다면?
기네스북은 지구상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다. 1954년 양조회사 기네스의 임원 휴 비버 경은 사냥 클럽 멤버들과 가장 빠른 사냥용 새가 무엇인지 논쟁을 벌였다. 집에 돌아온 비버 경은 어떠한 책에서도 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수많은 언쟁을 종식할 최고만을 담은 책을 만들기로 한다. 당대 최고 기록 전문가 맥허터 형제와 손을 잡고 1955년, 기네스북 초판을 발간했다.
기네스북에 실리려면 공식 등재 신청을 해야 한다. 그리고 영국 기네스 본사 심판관을 초청해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등재를 원하는 사람은 심판관 초청료 4500파운드(670만원)와 왕복 비행기 티켓, 검증 기간 중 심판관의 숙박비 일체를 부담한다. 기네스북은 수치화 가능한 객관적인 통계만을 수록한다. '훌륭한', '아름다운' 같은 주관적인 평가는 실릴 수 없다. 자해나 학대로 발전할만한 기록은 인정하지 않는다. ‘가장 오랫동안 잠 안 자기'나, ‘가장 많은 담배 피우기’와 같은 종목을 건강을 해칠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폐지했다. 동물 학대 여지가 있는 동물 체중 종목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