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방문객
주말 황금 같은 사간에 전화를 받았다.
‘목사님! 어디 계세요.
한승미 집사예요. 교회 앞에 왔어요.’
‘그래요, 나갈게요.’
‘미래 병원에 병문안 갔다 교회가 생각나서 걸어왔어요.
문흥동 굴다리에서 딸기 파는 총각에게 샀어요. 목사님! 드세요.’
꿈에 찾아온 사람도 반길 판인데 15년 만에 본 얼굴이었다.
교회 앞 골목 국 권사님 2층에서 살던 때가 생각났다.
김 집사님 전도로 두 딸을 데리고 교회에 발을 디뎠다.
착한 성품에 양육 받고 순전하게 믿음 생활을 이어 갔다.
젊은 탓에 아이들 유모차에 태우고 집사님 따라 전도하려 다녔다.
교회 청소, 식사 후 설거지 당번도 잘 이겨냈다.
집사 직분 받고 중 2층 선풍기를 달았다.
셋째 딸 낳고 산후 우울증에 시달렸다.
친정 도움이 필요해 승용차로 25분 거리인 운남 주공으로 이사 갔다.
안타까운 심정에 심방하면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말 한마디 없이 간난 이를 돌보지 않아 몹쓸 병임을 알았다.
밥을 먹지 않아 친정 엄마 가슴을 녹였다.
아이는 할머니 손에서 예쁘게 자랐다.
산모는 한동안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았다.
그 아픔 속에 넷째 가졌다는 소식은 염려스러웠다.
하지만 세른 셋에 아들을 낳고 앓던 우울증에서 해방되었다.
넷을 감당할 수 없어 셋째는 언니 집에 맡겼다.
신실한 언니가 2년 동안 키워 줬다.
아이들 힘겹게 키우느라 믿음을 접어 안쓰러웠다.
대 심방할 때 권했으나 허사였다.
생명샘 소식지 읽고 가끔 전화로 궁금한 성도들의 소식을 물었다.
꿈같은 만남에 예배당에서 그동안 쌓인 삶을 나눴다.
대화 중 아침 식사도 못하고 나왔다기에 추어탕 집으로 갔다.
인형 같은 큰 딸은 벌써 바리스타로 활동하며 가정 살림을 보탰다.
나머지 셋은 학생이었다.
남편은 포클레인 사업을 꾸려나가지만 술이 문제였다.
주일이면 자녀들과 예배 참석하라 권하며 기도해 줬다.
세례 받을 때 사진과 큰 딸 모습을 보내왔다.
된장찌개 끓인 사진과 황무지가 장미꽃같이 유튜브 영상도 받았다.
바라기는 지난날 누린 영적인 기쁨! 예배를 통해 회복하길 간구했다.
또 한 사람의 방문자가 나타났다.
‘목사님 안녕하세요.
지난번 은미 언니랑 내려갔던 성희예요.
도움 좀 구하려고요.
주일 오후 김대중 컨벤션 행사 참여로 전날 내려갈 거예요.
친언니랑 부근 숙소에서 자려고요.
다음 날 버스 터미널에서 000 지지자들 만나 행사장으로 이동하려고요.
근처에서 점심 먹고 싶은데 맛집 소개 좀 해 주세요.’
‘그래! 솔빛 마루 식당 검색하여 정식 먹으면 좋겠네.
잠은 우리 어머니 아파트 비어 있어.
부담 없이 이용하면 웬만한 숙소보다 나을 것 같아’
‘그래요. 주소 좀 보내 주세요.’
‘오치동 광신 프로그레스 101동’
‘감사합니다. 출발할 때 문자드릴게요.’
‘오 케이’
한승미 집사가 선물한 딸기를 들고 어머니 집으로 갔다.
2주간 비운 집, 걸레질하고 환기시켜 손님 맞을 준비했다.
‘목사님! 서울에서 곧 출발해요.
네비 상 3시간 30분 걸리는데 도착할 즈음 문자할게요.’
‘그래, 아파트 정문 출입 시 관리 사무소 전화하여 열어 달라고 해요.
101동 비번은 **** 어머니 집 비번과 동일.. 안전 운행하길..’
‘와~ 상세한 안내 감사합니다!!’
‘1층 비번은 거기 적힌 매뉴얼대로,
3층 비번은 **** 출입 카드와 음쓰 카드는 식탁에 놓았어.
딸기는 공짜, 달게 먹으면 돼! ㅋㅋ
차량 정문 출입할 때 ##1369 누르면 될 것 같은데..
아니면 관리실 전화해~’
‘아~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 환대 아닌가요..’
‘??’
‘목사님! 들어왔어요. 현관 비번은 바뀌었나 봐요.
경비실에 말씀드리고 왔어요. 잘 쉴게요~’
‘1층? 이제 식탁 위 카드 들고 출입하면 되욤.
딸기는 먹고 타월은 욕실 유리문 열면 있어요.
커튼 치면 좋고 전기온돌은 뜨겁게 올리고..
뭐 불편한 것 없는가?’
‘집 너무 좋은데요?
새 집이라 좋기도 하지만 너무 깔끔해요!
딸기 맛있어요! 여러모로 감사합니다~
(수건은 챙겨 왔어요.
빨래 거리 두고 가는 게 아닌 것 같아서.. ㅎㅎ)
‘유자차 마시써욤. 커피포트에 물 끓여 한 잔..’
‘네~ 맛있게 마시겠습니다.’
‘오 케이’
거저 다녀가길 원했는데 흔적을 남겼다.
‘이 목사님!
오랜만에 와서 뵙지도 못하고 가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리네요.
은미 언니와 다시 찾아뵐게요.
세심하게 챙겨 주셔서 편하게 쉬다 갑니다.
친언니도 감사드린다고 전해 달래요.
교회서 점심 식사하는지요..
어르신들 드시면 어떨까? 해서 국수랑, 과자랑 좀 샀어요.
마땅히 드실 게 없어 마트에서 급하게 사 온 거예요.
깊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신 권사님의 편안과 목사님과 가정 내에 기쁨을 위해 기도합니다.’
이성희 올림(P. S 저는 인터넷 예배까지 드리고 나갑니다.)
‘부담 없이 가라’는 말에 부담 가진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
쌀 과자는 요양병원 예배 참석한 어르신들 섬기려고 챙겨 놓았다.
주일 오후 시간 어머니 병실을 찾아 말씀드렸다.
잘한 일로 치하하시며 반기셨다.
사실, 신촌교회 전도사 시절 중 2학년 생 만난 인연이 지속되었다.
각자 장애우 사역 전도사로, 사회적 약자 언어 치료사로 섬김이 고마웠다.
마음 가는 일이라 지난날 광주 방문할 때 어머니 집에 거하게 도왔다.
정성 담은 어머니의 아침 상차림을 그들이 두고두고 새겼다.
지리산 둘레길 도보 여행 시 어머니와 남원까지 동행한 일이 떠올랐다.
이제 같이 늙어 인생무상을 느끼며 반말하기도 어려운 처지였다.
아무튼 ‘다시 찾아뵌다’는 방문 인사!
좋은 만남 기대하며 기다고 싶었다.
2024. 3. 16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
첫댓글 목사님의 세심하신 배려가 감동입니다.
아브라함이 지나가는 나그네를 환대하다가 하나님을 영접했는데,
소리 없이 모든 상황과 인생들의 참 주인이신
성삼위께서 매우 기뻐하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혹시 아세요.
아브라함에게 소돔성의 멸망을 알려주심처럼
목사님께 종말의 날을 알려주실지, ㅋㅋ
이러다가 이단 하나 나오겠네!
죄송....!
어머님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네요.
언제나 소식이 올까 기다리며 생각나는 대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아름다운 임종은 없다지만,
부디 어머님의 남은 모든 시간과 그 이후의 모든 일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시길...
넉넉한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강 목사님!
감사합니다
오늘은 일찍 다녀 가셨네요
여유 있는 여백 보기 좋으네요
목사님 글은 쉽게 쓰고
위트가 넘치고 자연스러워요
난 힘들게 쓰는데..
인문학을 즐긴 분과
상고 졸업자의 차이인가 싶네요
부족한 자를 아브라함에게
붙이는 것은 책망 받을 일 아닌가요
과찬에 능하게 하신 목사님
나를 그렇게 쓰심에 놀랍네요
내 어머니 생각하면
단잠을 이루지 못하네요
어젯밤도 뒤척거리다
새벽 기도 시간에 늦었네요
병원 식사를 못하시기에
몇 번 김밥을 만들어 갔네요
김+치즈+애호박+밥+김치=애기 김밥
더 이상 먹기 싫다는 말씀에
야채 샌드 위치 준비하려고요
어머니에게 받은 것 헤아릴 수 없는데
해 드릴 것이 별로 없어 마음이 아프네요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어느 병원으로 가야 좋을지 알 수 없는 일이네요
목사님의 관심과 기도 정말 큰 힘이 됩니다
행복한 오후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