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심는 사람들
해운대구 자원봉사센터 ‘게릴라가드닝’
초가을 비가 흩날린 지난 10월 1일, 비옷을 입은 10여 명의 사람들이 좌동 주공1차 아파트 담벼락에 꽃을 심고 있었다. 비 오는 날 꽃을 심는 사람들. 얼핏 낭만적인 이야기 같겠지만 사실은 해운대구 자원봉사센터(센터장 손태산)의 ‘게릴라가드닝’ 봉사단 이야기다. 평소 그곳에는 주민들이 버린 담배꽁초와 쓰레기들이 많아서 주민센터에서 자원봉사센터로 협조를 구해 봉사단원들이 담쟁이랑 국화, 줄장미 등을 심은 것이다.
비 덕택에 땅이 젖어 삽과 호미로 땅을 파기는 쉬웠지만 봉사자들의 옷과 신발에는 빗물과 흙이 많이 묻었다. 손놀림이 바빠질수록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이웃을 위해 화사한 꽃을 심는 봉사자들의 얼굴은 너무 밝아 보였다. 며칠 뒤 꽃과 나무가 자리를 잡으면 이곳을 지나는 주민들에게 행복을 줄 것이다.
두 시간여 작업을 끝내고 봉사자들은 사용한 삽과 호미를 대천 개울가에서 씻었다. 비가 제법 온 탓인지 대천에는 물이 많아 씻기가 좋아 보였다. 사실 이런 날씨에 노임을 받고 일을 하라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사전에 약속하고 정해놓은 시간이다 보니 봉사하는 마음으로 흔쾌히 작업에 나선 것이리라. 구청이나 주민센터에서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주민들이 직접 꽃과 나무를 골라 자신들이 사는 지역을 가꾸는 것도 값진 봉사가 아닐까.
해운대 지역에 봉사자로 등록된 사람만 10만 명 이상이고 1년에 1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만 2만여 명이라고 한다. 이분들이 특별한 대우를 받기 위해 봉사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해운대에 큰 행사가 있으면 꼭 초대하여 그들의 땀방울을 우리가 기억하고 감사해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 신병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