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
1) 갑상선암의 위험요인
(1) 갑상선암의 발생 기전
갑상선암뿐 아니라 모든 암의 발생 기전은 유사합니다. 정상적인 세포는 성장, 분화, 사멸이 적절하게 조절되어 그 양이나 크기가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이러한 과정 중에서 하나에서라도 이상이 발생하게 되면 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 돌연변이 등으로 인해 비정상세포(암세포)의 생성 및 사멸 과정이 조절되지 않으며 비정상세포의 성장이 증가합니다. 발암유전자(oncogene), 종양억제유전자(tumor suppression gene), DNA수선유전자(DNA repair gene) 등 여러 유전자의 변이에 의해 세포의 성장이 억제되지 않고 사멸이 억제되어 암세포는 비정상적으로 자라게 됩니다.
이 외에 세포의 성장에는 주변 혈관으로부터 산소 및 영양분 공급이 중요하고 이 과정에 관여하는 섬유아세포성장인자(FGF, fibroblast growth factor), 인슐린양성장인자(IGF-1, insulin like growth factor-1), 변형성장인자(TGF-α, transforming growth factor-α) 등 여러 성장 인자들과, 혈관 생성에 관여하는 혈관세포 성장인자(VEGF, 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도 종양의 성장에 매우 중요합니다.
갑상선암에 있어서도 위의 여러 인자가 복합적으로 암 발생 및 진행에 관여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특히 갑상선암에서 현재까지 알려진 중요한 인자는 갑상선자극호르몬(TSH)으로, TSH는 갑상선세포 및 분화갑상선암세포의 성장을 자극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최근 갑상선 유두암의 경우에 BRAF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ㄱ. 갑상선 유두암
한 개의 유전자 돌연변이로 암이 발생한다고 보지 않으며 여러 과정의 연속적인 이상이 갑상선암 발병에 관여한다고 추론되고 있습니다.
세포의 대표적인 신호 전달 경로 중 하나인 타이로신 키나아제 경로(tyrosine kinase pathway)의 활성화가 초기 단계의 갑상선암 생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다음 단계(세포의 성장, 암의 진행)에 관여하는 요인 및 기전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신호 전달 경로를 활성화시키는 유전자로는 RET/PTC, RAS, BRAF 등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유전자의 변이는 서로 배타적으로 나타납니다.(즉, RAS 변이가 있는 경우 RET/PTC와 BRAF 돌연변이는 나타나지 않는 등 돌연변이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는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ㄴ. 여포암
여포암은 유두암과 달리 요오드 결핍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며 RAS 유전자의 변이가 발견됩니다. 이 외에 PAX8-PPARγ1 유전자 재배열도 흔히 나타납니다.
2) 갑상선암의 원인
(1) 방사선
방사선 노출은 갑상선암의 위험 인자로 현재까지 가장 잘 알려져 있고 증명되어 있는 요인입니다. 방사선으로 인한 갑상선암의 95% 이상은 갑상선 유두암입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치료적 방사선 노출과 환경 재해로 인한 방사선 노출입니다. 노출된 방사선의 용량에 비례하여 갑상선암의 발병 위험도가 증가합니다.
방사선이 0.1Gy를 넘는 경우 암 발생이 증가했으며, 그 이하의 양에서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어릴 적 머리나 목 부위에 여러 이유로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경우 갑상선암의 발생이 증가합니다. 또한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이라는 도시에서 발생한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예를 보면 이 지역의 어린이에게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5-8배 많은 갑상선암이 발생하였으며 어린 나이에 방사선에 노출될수록 갑상선암의 발생 위험이 증가했습니다.
암은 방사선 노출 후 빠르게는 4-5년 후부터 발생하지만, 노출 후 5년 이후부터 30년까지도 암 발생의 위험도는 높고, 30년이 지난 후에도 위험도가 감소하긴 하지만 암 발생의 위험이 정상인보다 높았습니다.
방사선은 DNA 구조를 파괴시켜 RET/PTC라는 유전자의 이상을 유도하여 갑상선암 발생률을 높입니다.
과거에는 편도선염, 흉선 비대, 천식, 여드름 등 양성 질환 치료에 방사선을 사용하여 갑상선암의 위험이 높았으나 최근에는 두경부의 악성 종양(악성 림프종, 후두암 등)에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경우에도 역시 갑상선기능저하증뿐 아니라 갑상선 결절 및 암 발생의 위험도가 증가합니다. 반면, 유방암의 방사선 치료 시에는 치료하는 방사선량이 꽤 많음에도 불구하고 갑상선암의 위험도는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유전적 요인
여러 가족성 증후군이 있는 경우 갑상선암의 발생이 증가합니다.
흔하게 알려져 있는 것은 가족성 갑상선암입니다. 가족성수질암 증후군이라 하여 RET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갑상선수질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전체 수질암의 20%를 차지합니다. 부모가 갑상선 유두암이나 여포암을 진단받은 경우 자녀에게서 갑상선암이 발생할 위험도는 아들의 경우 7.8배, 딸의 경우 2.8배 증가합니다. 일반적으로 유두암은 약 4%에서 가족력을 가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가족성 대장 용종증(FAP, familial adenomatous polyposis)은 상염색체 우성 유전 질환으로 이 환자들에서 갑상선암이 많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발생률 및 사망률은 매우 낮으므로 선별검사를 권고하지는 않습니다.
드문 상염색체 우성 유전 질환인 Cowden병(Cowden's disease)에서도 갑상선암을 포함한 갑상선의 이상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이전의 기저 갑상선 질환(갑상선종, 양성 갑상선 결절)
갑상선종, 갑상선 결절, 만성 림프구성 갑상선염이나 그레이브스병 등 기존에 갑상선 질환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서 갑상선암이 더 많이 생기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축적된 여러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갑상선종의 병력, 양성 갑상선 결절은 강한 갑상선암의 위험 요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성에게서는 각각 6, 30 의 상대 위험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전의 갑상선기능저하나 갑상선기능항진은 암의 위험도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4) 기타 원인
위의 몇 가지 요인이 알려진 갑상선암의 위험 요인이라 할 수 있겠으나, 대부분의 갑상선암 환자의 경우는 원인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즉, 여러 가지 요인들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는 상태입니다. 아래에서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ㄱ. 호르몬 요인
갑상선암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갑상선암과 여성호르몬, 생식 요인(productive factors)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다만, 에스트로젠 제제 투여(경구 피임약, 수유 억제제, 폐경기 여성의 호르몬 치료) 등이 갑상선암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가에 대해서는 증거가 일반적으로 미약하며, 연구들의 결과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최근에 이전 자료들을 모아서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인공 중절 및 첫 출산 당시의 나이는 미약하지만 유의하게 갑상선암의 위험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경구 피임약 역시 위험도를 약간 증가시켰습니다. 경구 피임제 중단 시 위험도는 점차 감소합니다. 하지만 폐경 후의 여성호르몬제 보충 요법은 갑상선암의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았습니다.
ㄴ. 식이 요인
㉠ 요오드
요오드 결핍에 의한 장기간의 갑상선자극호르몬(TSH) 자극은 여포암의 발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요오드 결핍 지역이 아닌 지역에서는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요오드가 풍부한 지역이므로 요오드 섭취량이 암의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습니다.
㉡ 십자화과 채소류
양배추, 브로콜리 같은 십자화과의 채소류는 갑상선종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들 채소에 같이 함유된 항산화제들이 암 예방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러한 채소류의 다량 섭취 시 갑상선암의 발생이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 커피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일본의 연구에서는 커피 섭취가 갑상선암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보고하였으나, 여러 연구들의 결과를 종합하면 갑상선암과 커피 섭취는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 파스타, 빵, 감자, 버터, 치즈 등의 음식 및 고칼로리 식이는 비만과 함께 갑상선암의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 담배
이전에는 관련이 없다는 보고가 많았으나 최근의 연구들 중에는 담배가 갑상선암의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흡연에 갑상선자극호르몬 농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이 이와 관련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ㄷ. 유방 질환
유방암이나 양성 유방 질환들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어 왔으나 증명되지는 않았으며, 최근의 일부 연구에 갑상선암의 위험도가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어 앞으로 연관성을 확인할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3) 갑상선암의 예방법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갑상선암의 위험 요인으로 제시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방사선 노출, 특히 어릴 때의 방사선 노출과 유전적 요인, 이전의 갑상선종이나 양성갑상선 결절 외에는 확실히 증명된 바가 없습니다. 따라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알려진 요인을 피하거나 피할 수 없는 요인이 있는 경우 조기 발견하여 조기 치료하는 것뿐입니다.
어릴 때는 될 수 있으면 두경부가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고, 피할 수 없는 경우(악성 종양 치료)에는 갑상선종 발생이나 기타 증상 발생 여부 등을 주의해서 봐야 합니다.
갑상선암에 대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 주의해야 하며, 특히 갑상선수질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환자가 있는 가계의 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반드시 RET 유전자의 돌연변이 유무를 검사하여 이상이 있을 시 예방적 갑상선절제술을 시행하고 다발성내분비종양증후군(Multiple Endocrine Neoplasia, MEN) 등의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갑상선암 예방을 위한 식생활과 관련해서 특별히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것은 없으며 요오드 섭취와 십자화과 채소류 외에는 보호 요인으로 알려진 것도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다시마, 김, 미역 등 요오드가 풍부한 해조류를 즐겨 먹는 식습관이 있어 요오드가 부족한 경우는 드물며 십자화과 채소와 일반 채소에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므로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비만을 피하기 위해 과식하지 않는 것이 좋고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갑상선암의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갑상선암에 대해서는 흡연이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대신 폐암, 후두암 등 다른 암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하므로 담배는 피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경구 피임약이 갑상선암의 위험 요인으로 거론되고는 있으나 아직 그 연관성이 확실치 않아 사용할 때의 이득 및 손실을 고려했을 때 갑상선암의 예방을 위해 경구 피임약의 사용 중단을 권고하지는 않습니다.
4) 갑상선암의 조기검진
증상이 없는 성인이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갑상선암 검진(임상 촉진, 초음파)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갑상선암 가족력이 있거나 영아기나 소아기에 두경부에 방사선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 고위험군의 경우에도 현재 만져지는 종괴가 없고, 기타 관련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갑상선암 검진의 필요 여부에 대해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환자가 갑상선암 발병에 대해 불안해 할 경우 전문의와 상담 후 검진을 할 수 있습니다.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