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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시작
어린 박성기회장이 두 번째 위기를 맞은 사건은 어머니의 장롱을 턴 사건이다. 사건의 세세한 동기는 차츰 알게 되겠지만 박성기회장이 어머니의 장롱을 털어야 했던 목적만은 분명했다.
기성회비를 들고 강릉으로 튄 사건을 체포나 연행 구금 등의 형량표현으로 사용한 것은, 외삼촌이 강릉경찰서 강력계 형사였기 때문이었다. 허지만 집으로 연행되어와 사랑방에 3일간 감금되었던, 그 때의 심정은 체포나 연행 구금 등의 표현으로 박성기회장의 심정을 대변할 수는 없었다.
그의 그때 감정은 원한이었다.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외삼촌에게 복수하고 말겠다는 맹세를 박성기회장은 7년 동안 했다. 어쩌면 7년 안에도 복수할 기회가 있었다면 그는 당연히 실행했겠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다. 모두가 아버지 때문이었다.
7년이란 세월에 박성기회장은 몸만 굵어진 것이 아니고 사고도 성숙해져 외삼촌에 대한 복수의 차원도 달라졌다.
처음 그의 맹세는 “내가 외삼촌만큼 크면 언젠가 외삼촌을 꼭 죽이고 말거야” 라고 가슴에 못을 박았으나 7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복수의 질은 완전히 변했다.
“그래, 죽이는 건 간단해, 허지만 죽이는 것보다 더 잔혹한 방법은 내가 어머니보다 더 큰 장사꾼이 되는 거야. 내가 부자가 되면 외삼촌이 내게 돈을 빌리러 오겠지. 그러면 나는 어머니처럼 잔소리 없이 대뜸 샤일록세익스피어의 베니스상인 처럼 돈을 빌려주는 거야. 죽이는 것보다 몇 배 아니 몇 천배 잔인한 복수가 틀림없어. 외삼촌은 내가 사랑방에서 받았던 어둠과 두려움에 비교도 할 수 없는 암흑의 고통 속에서 평생 나에 대해 저지른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겠지. 이자는 필요 없지만 만약 돈을 제 날짜에 갚지 못하면 두 눈을 뽑겠다는 차용증을 조카의 장난정도로 생각할 외삼촌이란 걸 어머니와의 거래에서 나는 잘 알고 있어.”
박성기회장은 7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외삼촌에 대한 복수의 계획을 이를 갈며 치밀하게 세웠다. 그래서 베니스의 상인을 7년 동안 세 번이나 읽었다.
베니스의 상인을 세 번이나 읽으면서 자신은 결코 외삼촌의 눈을 뽑을 때 피로 인해 샤일록처럼 실패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차용증에 피를 흘릴 수 있다는 단서만 달면 되니까.
7년 후 6월25일.
이날은 외동아들 박성기회장의 생일 겸 성인식을 여는 날이었다. 허지만 그는 이날 인생의 위기가 될 두 번째 사건을 저질렀다.
삼척, 속초와 강릉의 인척을 모두 불러 산골마을이 터지도록 열렸던 잔치가 끝나고 적막함이 평소보다 더 깊게 드리워진 밤, 박성기회장은 자신의 결심을 재확인하고 어머니의 방문을 열었다.
오지산골 집 장롱에 꼬불쳐 놓은 어머니의 돈이래야 몇 푼이나 됐을까? 그런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그의 어머니는 속아서 찢어지게 가난한 선비 집에 시집오긴 했지만, 생활력과 현실감각이 뛰어난 여자였다. 속았다는 후회와 자책은 90일 만에 접고 당장 먹고 살기 위한 호구지책부터 해결하러 나섰다.
두 시간이나 새벽산길을 걸어 내려가서 1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 삼척까지 하루도 그르지 않고 스스로 개발한 곤드레 떡을 팔러 나갔다. 여자는 독하고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 중, 두 가지 다 어머니에게 해당되는 말이었다.
박성기회장의 어머니는 독하고 강했다.
왜냐면 시집식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고 뱃속에 든 아기를 생각하면 강해 질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의 독한 삶의 정신은 경제적 희망이 없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였고, 자신과의 강한 투쟁은 막다른 빈곤에서 뱃속의 아기를 지켜야 한다는 모성의 처절한 애정이었다.
하늘은 스스로 일하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맞았다.
오늘내일하는 만삭에도 어머니는 하루도 장사를 그러지 않고 일한 덕에 박성기회장이 태어날 무렵 먹고사는 호구지책의 터전은 마련했다.
어머니가 개발한 곤드레 떡이 대박쳤던 것이다.
허지만 어머니의 포부는 거기까지가 아니었다.
내친김에 삼천포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어머니는 태어난 아들의 장래를 위한 20년 설계를 했다.
그래서 장사의 스케일을 대폭 늘렸다.
곤드레떡은 여기저기서 생겨났지만 원조인 어머니의 곤드레떡은 무수한 경쟁 속에서도 없어서 못 팔았다.
마침내 곤드레떡공장을 삼척에 준공했고 은행거래를 시작했다.
그러나 중요한 결재가 있는 날은 현금과 통장을 꼭 집으로 가져와 장롱 속에 넣어 두는 버릇이 있었다. 사업상 새벽에 해야 하는 결재시간을 맞추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박성기회장이 6월25일 자신의 생일을 택해 어머니의 장롱을 턴 것은, 시기에서 조금 우발적이긴 했지만 면밀한 7년간의 관찰 결과였다.
6월25일은, 자신의 생일잔치가 열리기도 했지만 일요일이어서 결재가 하루 늦춰졌고, 손님들이 돌아가고 나자 산골의 밤은 급하게 깊어졌고 고요했다. 일이 끝나면 맥이 풀리는 법, 어머니의 피곤도 산골 밤의 고요만큼 내려앉았다. 산골의 밤은 감시가 필요 없는 밤이다. 게다가 손님들이 어거지로 권한 술 몇 잔에 취기를 감당하지 못한 어머니의 장롱감시는 어불성설이었다. 오로지 깊은 잠에 취해 떨어졌다.
박성기회장은 모두가 잠든 틈을 타 어머니가 감춰 놓은 열쇠를 찾아 장롱을 열었다.
묵직한 보스턴가방이 어둠속에서 손에 잡혔다.
첫댓글 박성기회장이 개구장이처럼 자랐군요.
제미잇게 잘보았슴니다.
인생의 시작은 다르지만 결과는 더 다릅니다
지켜 봐 주세요
어린나이에 복수심을 일으키는게 무섭네요.
보통사람 같으면 다잊어버릴텐대 끔찍한 사고가 없기를 바랍니다.
ㅋㅋㅋ
사람 사는 앞길을 제가 어찌 예측하겠습니까?
오로지 제 손가락이...ㅋㅋㅋㅋ
복수심 강한 박성기 회장 무슨 큰일이라도 저질를가 생각되네요..
결국은 복수가 큰돈 벌어 삼촌빌려주고 받는과정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젠틀맨님의 추리가 빗나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허지만 예측은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이니 만약 빗나가더래도 실망해서 저를 혼내지 마세요...ㅋㅋㅋ
칠년동한 복수의 칼을간다는것
이학생 도가 지나친것 같슴니다.
제발 선행 학생으로 다시 태어나길 가도 하겠슴니다.
중국의 4대명인 순자가 아마 그랬죠?
선선설..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선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환경이 사람을 악하게 만든다고요
박성기회장이 불량학생인지? 아니면 선행의 학생인지 결과가 말해주겠죠.
지켜 봐주세요
개구장이 저어릴때 생각을 먼저 해봅니다.
흥미있게 잘보았슴니다.
갯벌님 생각하면서 쓰겠습니다
갯벌님의 기막힌 공트있으면 제 메일로 보내 주세요
기다립니다
어릴적 박성기 회장은 자기잘못을 뉘우치지 못하는것 같슴니다.
어쩌면 어닌 나이에 그런 엄청난 복수심으로 잠시 생각해보는것도 아닌
치밀한 계획을 세워 볼까 하는생각입니다.그것도 7년간이나 말이지요..
ㅎ
천일염 님 오랜만이네요
소설이니까요. 그래서 인생은 소설같다고 하지 않습니까?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일들이 발생하면 소설같다하고 끔찍한 일 당하면 꿈이라고 하지요
고운 밤 행복하세요
안녕 하세요?
오랫만에 뵙슴니다.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뵙게 되어 반갑슴니다.
새로 집필하신 기성회비 앞으로 잘보겠슴니다.
어떤 책이고 마찬가지겠지만 시작부터 흥미진진 하겠네요,,
부유한 집안 에서 태어난 박회장 인생행로를 흥미있게 다루실것 같네요
앞으로 잘보겠슴니다. 감사합니다.
오우^
모나리님 안보여서 걱정했어요
혹시 제가 살고 싶었던 말레이시아로 이민가셨는 줄 알았죠..ㅋㅋㅋ
그렇게 노력해 보겠습니다
매일 쓰는 소설이어서 조금은 매끄럽지 못하더래도 이해하시면서 읽어 주세요
아마, 우리 삶과 비슷할거에요
허지만 좀 강렬하게 쓰려고 합니다
내일 아침에 뵐께요
원한이 아닌 것에 원한을 갖은 듯...
그럴까요? 곧 이해하지 않을 수 없는 원한일겁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