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무슨 심사가 있어서
3시쯤 집을 나섰다.
폰에 약도가 그려져 있어서
그것만 믿고 지하철을 타고 가다 연산동 역에서 하차했다.
12번출구를 빠져 나와 조금 산쪽으로 걸어가니
파출소가 하나 있었다.
약속시간이 4시라 10분전이었다.
확실한 장소를 몰라 물어볼 찰나
폰으로 전화가 따르릉 왔다.
약속시간이 돼도 사람이 안 나타나니
그쪽에서 전화를 했다.
알고보니 꽤 먼거리였다.
할 수 없이 택시를 탔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4시 5분 택시비가 4천원이나 나왔다.
회의실에 모여서 심사위원 몇명이서
자료를 검토하면서 심사를 했다.
두어시간 넘게 걸렸다.
심사를 마치고 주최측에서 저녁을 냈다.
한정식집에 가서 돌솥밥을 시켰다.
양반 식사하는데 술이 빠질 수야 있나 하여
동동주도 한 잔 반주로 시켰다.
식사를 마치고 후배녀석이
수영역까지 차를 태워다 주었다.
플랫폼으로 내려서니
기다리고 있던 지하철은 얄밉게 문을 철컥 닫더니
휙 바람을 가르며 도망쳐 버린다.
흘러간 강물은 되돌아 오지 않는다.
그러나 버스와 지하철은 기다리면 다시 온다.
단지 조금 늦을 뿐이다.
고개를 돌려 벽쪽을 쳐다 보니
시가 적혀 있는 액자 하나가 눈에 띄었다.
영감 할멈 싸우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