殘菊(잔국) ... 王安石(왕안석)
黃昏風雨打園林(황혼풍우타원림) 하니
어두운 저녁 비바람이 뜨락에 몰아치니
殘菊飄零滿地金(잔국표영만지금) 이라
시든 국화 흩날려 온 땅이 황금빛일세
왕안석이 짓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소동파가 이를 보고서는 이렇게 읊었다.
秋菊不此春花落(추국불차춘화락)
가을 국화는 봄꽃처럼 휘날리지 않는다.
說與詩人仔細吟(설여시인자세음)
이와같이 밝히니
시를 읊으실때는 자세히 하십시요.
傲霜之骨(오상지골.서리를 꿋꿋하게 이기는 강인함)
이라 하여 국화는 가을이 아주 깊어서야 시들기는 하되
꽃잎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소동파는 상관인 왕안석에게 이를 지적한 것이다.
이에 왕안석은 소동파를 한직으로 발령내며
이렇게 말했다.
閑暇無事 還要讀書搏學(한가무사 환요독서박학)
"일이 없어 한가할 것이니
공부를 더하여 제대로 알고난 후 돌아오시요"
한직으로 밀려난 소동파가 어느날,
뒤뜰에서 술을 마시는데 며칠동안 바람이 세차게
불었었고 해서 수십그루의 국화꽃에
꽃잎이 다 떨어져 그야말로 왕안석이 말한대로
온 땅을 가득 메운 국화꽃잎들로 인해
황금으로 수 놓은듯 국화꽃잎들이 이리저리
흩날리는 것이 아닌가.
이에 동파는 눈을 감고 한동안 말이 없더니
"얄팍한 재주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으니
이번 일로 크게 깨우쳤다" 고 동파는 회고한다.
왕안석과 소동파는 당송팔대가에 오른 인물들로
많은 부분에서 출중한 분들이었다.
정치적 이념은 달리했지만 그래도 서로를 존중하며
자신의 소신껏 정치방향으로 나아갔던건 분명하다.
참으로 멋진 분들이다.
*현장을 살필때 넓게 보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의 틀에 갖혀 자신의 관점으로만 보면
오류에 빠지기 쉽다.
이를 경계해야겠다.
첫댓글 와우....
한시와 해석을 읽으며
전율합니다.
와우......
제가 보아온 대부분의 국화는 꽃잎을 떨어뜨리지 않고
줄기에 붙어서 새카맣게 시들었습니다.
꽃이 크고 꽃잎이 길고 가는 실국 종류의 국화는
시들 때가 되면 꽃잎이 뚝뚝 떨어지더군요.
국화의 종류에 따라서......
왕안석과 소동파.
한시문학사에 길이 빛나는
두 시인의
일화를 벗님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아침.
정말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공부 함니다
공부 함니다
배움이 짧으니 이해가 어렵고
이 또한 공부하려니 더 어렵사옵니다
프리 선비님 !
그만한 아름다움은 없습니다
마르소님~^^
"정치적 이념은 달리했지만 그래도 서로를 존중하며
자신의 소신껏 정치방향으로 나아갔던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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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서 우리들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삶을 배워야 되겠죠.
왕안석과 소동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더라고요.
개혁파의 수장이었던 왕안석
그리고 보수파의 수장이었던 사마광...
사마광은 불세출의 자치통감을 남겼지요.
破甕求友(파옹구우)라 하여
사마광이 어렸을적 같이놀던 친구가
큰 독에 빠져 허우적대자 돌을 주어와
그 밑동을 깨서 친구를 구한 일화이지요.
사람은 그 각기 쓰임새가 있습니다.
동파 소식의 경우는 풍류를 즐겼다는 군요.
누구를 지탄할 수 있겠는 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