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밥먹고 여행을 다니다보면 대충 사람들 됨됨이가 은연중 드러난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나와서도 샌다는 우스개 속담이 있듯이 내눈에는 쓰윽 스캔되어 보인다. 자기들밖에 모르는 부부들이 많고 특히 이기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하게 살아오며 불평을 말하는 사람들은 늘 가이드뒤에서 궁시렁댄다. 늘 혼자있기 좋아해서 말걸기가 어려운사람도 있다. 나이를 먹다보니 세대차이를 느낀다고 할까 우리같은 연배의 부모세대를 경원시하는 첢은친구들도 의외로 많다.
이번 여행서 보니 일행중에 본인말로 75세라는 늘 멋지고 차려입고 밤에도 선글라스를 낀 할머니가 항상 젊잖은 헌팅캡모자를 쓴 77세할아버지랑 왔다.
할머니가 오지랍이 대단해서 누구에게나 말을걸고 앞장서려는 분이고 할아버지는 늘 뒤에서 할머니 짐을 들고 전문사진 찍사역할을 하고 있는 풍경이 보였고 또한 그분은 후배나이의 사람들에게 공손히 대하며 절대 하대하지 않았다.
우연히 어느날 저녁 우리는 여행비에 포함된 쿠르즈선내 이태리정찬식당 옆자리에서 노부부와 같은조의 조금 젊은부부랑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애주가인 할아버지는 몰래 가져온 소주를 맥주에 타마시며 우리자리에도 한잔씩 권했다. 술한잔하니 자기자랑이 습관인 부인한테 뭐라고 탓을 못하니까 인샬라~라며 한숨을 쉬고는 해서 우린 웃었지만 그분의 속내가 궁금하기도 했다. 마침 식사하던 그시간에 한국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을 할때인데 스마트폰으로 보던 할아버지는 현재 지고 있다면서 한국축구의 저력을 믿어 이길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다음날아침 소식을 들으니 그분의 예상은 맞았다. 또 며칠후 두바이 시내관광을 마친후 숙소인 배로 향하던 버스안에서 호주랑 8강전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때도 절대절명으로 거의 경기가 결정날 무렵 이번에도 할아버지는 반드시 이길거라고 우리를 안심시켰는데 또다시 결과는 버스안에서 승리소식을 들었고 다같이 환호성의 박수를 치고 안심놓고 편안한 밤을 보내게 되었다.
떠나는날 아침 두바이강가에서 발동선을 타고 5분정도 건너가서 금과 은으로 만든 세공품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고 수많은 향신료와 대추야자,기념품등을 파는 재래시장을 갔는데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2천불달라는 금팔지를 가게주인과 밀당을 하더니 400불을 깎아 무려 1600불하는 금팔지를 선물해줘 다른 아줌마들에게 은근히 부러움을 샀고 가뜩이나 으시대기 좋아하는 할머니는 사기가 더욱 욱일승천하는 표정이고 괜히 팔을 걷고 다녔다. 내가 남편분에게 물어보니 젊어서는 건축업을 해서 살았고 지금은 변호사 사무실 고문으로 조상땅찾아주기 전문가로 활동한다며 조상땅을 찾을거면 제게 연락주세요하면서 정중히 명함을 전해주길래 저는 땅이라고는 전혀 없어요라고 말해주었다.
인샬라는 무슬림 즉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 늘 입버릇처럼 말하는 <신의 뜻대로~> 라는 뜻이다. 신이 하라는 대로 따르겠다는 말이니 아주 의미심장하며 그 여운은 모든 생활습관이나 대인관계에도 연결된다. 해외무역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들은 중국사람보다 백배 속을 모르는 사람들이 중동사람이라고 한다. 협상할때는 웃고 껴안고 도원결의를 맺지만 정작계약이 가까워지면 차일피일 미루는게 중동바이어들이다. 거래할때 최대의 장애물로 그들의 의사표현속에 있는걸 요약한 IBM이란다. I는 인샬라(신의 뜻이라면) B는 부크라(내일) M은 말리시 (걱정마)라는 아랍어의 세가지표현을 수시로 섞어서 협상해서 <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우리속담이 중동바이어들의 최고특징이래서 현타가 온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어딜가나 세상살이는 그만큼 쉬운게 없다.
늘 부인이 오바하지만 아끼고 사랑하기에 어떨때는 인샬라~로 표현하고 일생을 살아온 장고문 할아버지의 몸에 밴 현명한 인생철학을 며칠간 엿보면서 나도 한수배운 여행이었다.
첫댓글 우물안 고기가 아닌 넓은 세상사 나이 상괸 없이 보고 배우며 사는겁니다. 크루즈 낭만이 무더 있는 여행일거 갑습니다.
언덕저편님의 여행기로 간접경험을 해보며 고문할아버지 지혜와 아내사랑에 고개를 끄덕여 봅니다.
인샬라~~ 신의뜻대로 ~~
글 잼있게 잘 읽었습니다
네~~
오 인샬라 ~ 신의 뜻대로 ㅎㅎ 그 할아버지같은 남편 만난 할머니
부럽기만 합니다 글만 읽어도
멋진 분이네요.
할머니께서 자랑거리가
많으실만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