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리 유치원 공개 뒤엔 ‘엄마들’의 추적 있었다
◇ 정부와 교육청이 감사를 해 비리를 적발하고도 묵혀뒀던 사립유치원 명단이 공개돼 일주일째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이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라는 사건은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일이 아니다. 비리를 저질러 적발되고도 되레 큰소리치는 유치원, 감사를 하고도 유치원 이름을 숨겨줘온 교육당국과 정부에 항의하고자 1년 넘게 노력해온 이들이 있다. 엄마들의 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다. ◇ 엄마들만 몰랐다.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환희유치원 원장이 2014년 3월부터 2년 동안 자기 월급으로 4억원을 챙기면서도 유치원 체크카드로 명품가방을 사고, 개인 카드값과 아파트 관리비까지 유치원 비용으로 처리했다는 사실을 경기도교육청은 2016년, 국무조정실은 2017년 감사를 통해 알고 있었다. △ 사진: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 요구 작업에 1년 넘게 끈질기게 매달려온 ‘정치하는 엄마들’
○··· 원장이 전남 나주의 대학에 재학 중인 자기 아들을 유치원 사무장으로 앉혀 고액의 급여를 주고 유치원 교육비 계좌에서 그 대학 등록금까지 내는 동안 환희유치원 아이들은 사업자등록이 되지 않은 농장에 가서 체험학습을 했고, 폐업한 업체가 만들어준 영상앨범을 받았다. 엄마들은 알 수가 없었다. 유치원 설립자가 교재·교구비 명목으로 받은 학부모 부담금을 가로챈 경기도 성남 서판교유치원에는 필수 교구조차 턱없이 부족했고, 식자재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간헐적으로 구입해 아이들에게 신선도 낮은 급식이 제공됐다. 이런 사실이 지난해 경기도교육청 감사를 통해 드러났고 검찰이 교재비 편취 혐의로 유치원 설립자를 기소해 재판까지 진행 중이다. 그런데도 지금껏 엄마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유치원 당첨을 염원하며 서판교유치원 앞에 줄을 서왔다.
엄마들은 몰라도 된다고, 엄마들만 모르면 된다고 우기던 바윗덩어리 같은 세상을 내려친 건 결국 엄마들이었다. 지난 11일 언론 보도와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의 발표로 세상에 알려져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전국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라는 사건 뒤에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끈질기게 이를 추적해온 ‘엄마들’이 있다. 그들은 한국 사회의 모순에 대해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내고자 모인 엄마들의 모임 ‘정치하는 엄마들’이다. 19대 국회의원이었던 장하나씨가 지난해 <한겨레> 토요판(연재 ‘장하나의 엄마 정치’)을 통해 제안하면서 만들어진 비영리단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