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을 좋아했었다.
옛날 군대에서 보낸 신산스러운 나의 20대에 그의 노래는 즐거움이고 위안이었다.
그의 LP 판을 사들고 들어와 면세품으로 산 파이오니아 전축에 걸어놓고 노래를 듣고
또 들었었다. 연탄을 때는 작은 하숙방에서 줄담배 피우던 젊은 날이었다.
조용필을 좋아하게 된 건 물론 그의 노래 탓이지만 한편으론 그와 나의 신체 사이즈가
비슷하게 자그마하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의 깊고 한스럽고 폭발적인 노래가 좋았다.
대중음악으론 최고에 오른 그의 노래들 중에 특히 김희갑 작곡 양인자 작사 노래들을
좋아하는데, 곡과 함께 서정적인 가사가 마음에 콕 박히는 이유 때문이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 '큐' '립스틱 짙게 바르고' '그 겨울의 찻집' '알고 싶어요(이선희)'
등이 양인자 작사의 대표곡으로 꼽힌다.
약 20분짜리 조용필의 긴 노래가 있다.
'말하라 그대들이 본 것이 무엇인가를' 이라는 제목도 긴 노래인데 역시 양인자씨가
작사한 것으로, 생각보다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
심란한 일이 있을 때나 화가 날 때, 때로는 앞이 보이지 않을 때 그 노래를 자주 듣고
자주 흥얼거린다. 이 노래를 계기로 온라인에서만 친해진 인터넷 음악방송 DJ 가
나중에 알고 보니 고등학교 때 절친의 아내였던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그 가사 일부를 옮기며 신산스러웠지만 눈부시게 아름답던 지난날을 추억한다
........... 전략 ................
기대없는 사랑 그런 사랑 무엇에 소용 있나
희망없는 사랑 그건 역시 나에겐 소용 없네
내가 항상 옳은 건 아니지만 주는 것만 옳다곤 않겠네
희망보다 항상 어려운 것은 체념이야
......... 중략 ..............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낭랑한 물소리
작은 난로 위에 끓고 있는 보리차 물주전자
햇볕이 가득한 마당에 눈부시게 놓인 하얀빨래
정답고 따뜻한 웃음속에 나는 왜 눈물이나나
언제라도 나는 변명없이 살아가고 싶었네
언제라도 나는 후회없이 떠나가고 싶었네
................
2024. 02. 07
앵커리지
첫댓글 https://youtu.be/XdvK6jKSqkI
조용필 노래는 거의 다 아는데
말하라,그대들이 본 것이 무엇인가를은 몰랐습니다
오늘 아침 장장 20분의 노래를 들어 봅니다
제 마음속에 길이 길이 남을 전설의 가수는 물론 조용필이지요
그외에~ 신중현, 임재범, 조장혁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비슷하네요
한편의 눈물겨운 詩라는 생각이 납니다
PLAY
네 한 편의 시같은 가사의 노래입니다.
조용필을 좋아하는 분들 중에도 이 노래를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숨은 명곡이라고 할만합니다.
저와 취향이 비슷하시네요.
신중현, 임재범, 조장혁... 거기에 더해서 저는 부활의 광팬입니다 ^^
'조용필의 노래 가사는 문학이다.'란 제목의 대학교수 강의을 티비에서
시청한 적이 있습니다.
그의 노래를 작곡하고 작사한 분들과 함께 그 노래는 문학이라 할만 합니다 ^^
큐와 그 겨울의 찻집은 제 애창곡입니다.
울적할 때 혼자 노래방을 종종 갔었는데
저 두 곡은 부를 때마다 가슴이 아파요.
제가 첫애 낳고 산후 우울증이 잠시 왔을 때
누워서 라디오를 듣는데 조용필씨의 허공이 나오는 거예요.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움~~ 남아~~
아, 그 첫소절을 듣는데 가슴에 구멍이 뻥..
진짜 삶이 어찌나 허망하게 느껴지던지,
그 노래 들으며 눈물을 한 바가지 쏟고나니 마음이 좀 정화되는 체험을 했더랬어요.
추천해주시고 가리나무님이 올려주신 저 곡도 들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부르는 노래가 그 사람 인생의 일부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댓글입니다.
희한하게 저도 조용필 노래에서 가슴 뻥 뚫리는 힐링을 느끼거나 위안을 받은 적이 많았지요.
제가 워낙 음치라서 조용필 노래는 부르기보다 듣는 편이네요.
달항아리님의 애창곡을 보니 저와 닮아 그냥 못 지나고 아는 체를 했습니다.ㅎ
행여 마른꽃 걸린 그 겨울의 찻집이 있을지 겨울이 가기 전에 함 찾아 봐야겠어요.
@유현덕 ㅎㅎ 그냥 안 지나가시고 공감 댓글 써주심 감사해요.
아름다운 죄~~ 사랑 때문에~~ 홀로 지샌 긴~~ 밤이여~~~
(중략)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 랑~~아~~
흑, 손가락으로 부르는데도 울컥! ㅠㅠ ^^
진짜 명곡입니다. 저는 이 노래를 여성 키로 전환 후 한 키 높여서 불렀는데
나이 들며 음역이 낮아져서 그냥 여성키로 부릅니다.
유현덕님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
@유현덕 큐, 그 겨울의 찻집은 저도 즐겨 부릅니다 ^^
거기에 더해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보라빛 여인' 이라는 곡을 저는 아주 좋아해요.
좋은 가사를 가진 노래를 들으면 대중음악이 이런 경지에 오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요.
저도 그 긴 노래 한번 들어봐야겠어요.
그런 노래가 있는 줄도 몰랐으니.
저는 주로 팝을 들어서 가요 가수들은 잘알려진 가수의 힛트친 노래만 좀 아는편이지만 조용필은 당대에 족적을 남긴 우리나라의 훌륭한 뮤지션이라는건 알지요.
꼭 한 번 들어보세요. 처음 들을 땐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
그리고 조용필 노래 중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보라빛 여인' 이라는 노래도 들어보세요.
앵커리지님 올려주신 글
조용필님의 노래 소개~~고맙습니다.
어려서 위의 언니 오빠들 덕에 자동 팬이였던ㅎ
앨피판을 통해 들었던 팝과 조용필 10집까지
지금 어디로 갔는지도...
노래 풍이 비슷했지만 가사들이
울림을 주네요. 처음 들어 봅니다.
가리나무님 올려주셔서
들어보고 왔습니다.~~고맙습니다.
클래식이 아니라도 수준 높은 대중가요는 사람을 감동시키고 위로를 준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 아끼던 LP 판을 다 버리는 바람에 요즘엔 컴으로 듣습니다 ^^;;;
20분짜리가 있다는 것도 놀랍고,
아직 제가 알지 못하는 곡이 있다는 것에 또 놀라고
두 번 놀라고 갑니다 ^^*
처음엔 좀 지루할 수 있는데, 가사를 음미하면서 들으면 아주 좋습니다 ^^
저는 요즘 이선균이가 드라마에서 불렀던 아득히 먼곳과 조용필의 바람이 전하는 말 유튜브 노래방으로 부릅니다 뭐든지 야무딱지게 잘하고 불공정한건 못참으실듯한 카리스마있는 앵커님
저는 예나 지금이나 흐리멍텅하게 삽니다^^
저는 늘 몸님이 부럽습니다.
생계형 알바(?)로 묶여있는지라 시간이 자유롭지 못해서요 ^^;;;
몸님의 재미있는 글을 다시 접하게 돼서 아주 즐겁습니다.
저도 조용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아주 적절한 글을 만났습니다.
공연히 끌림이 가는 글이 있는데 바로 이런 경우를 말하는 거겠지요.
조용필 왕팬이라 대부분의 노래를 아는데 저도 이 노래를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좋은 노래 알려주셔서 감사하네요.
몇 번 들어본 후 느낌은 다음 기회에,,^^
그러시다니 저도 좋습니다 ^^
저는 요즘 활동하는 가수 중 부활 노래를 아주 좋아합니다.
다음엔 부활의 노래를 소재로 글을 써 볼 생각입니다.
잘읽고 갑니다.
참 좋은 가사인데
노래도 궁금하네요.
천천히 들어보시면 알 겁니다 ^^
감사합니다.
저도 좋아해요. 조용필씨
많은 이들이 좋아할 겁니다.
시간이 되면 노래도 들어보십시오.^^
말하라 그대들이 본것이~처음 들어보는데 가사와 멜로디 모두
철학적이고 의미가 깊은것 같습니다 !
좀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
편한 시간에 천천히 들어보세요
조용필씨 영원한 팬입니다 제 생애 중 지난한 시절이 없었던 적이 없었지만 그 중에 가장 힘들고 절망적일 때 조용필 노래에 의지와 위안을 받았지요 그 수많은 노래 중 가슴에 고이지 않은 노래가 없었지요 글에서 본 노래는 생소하지만 이 또한 가슴에 담겠습니다 고마워요~
정성어린 댓글 고맙습니다.
저도 조용필씨 정말 좋아합니다.
위에 말한 긴 노래와 '보라빛 여인' 꼭 들어보셔요.
저도 조용필 좋아합니다~
이곡은 처음 접하지만
좋은곡이 넘 많아
나열하기도 어렵지만
그겨울의 찻집~Q~
들어봐야겠어요
위에 적은 그 곡도 시간이 날 때 들어보세요.
조용필 노래 중 덜 알려졌지만 '보라빛 여인' 도 좋습니다 ^^
@앵커리지 https://youtu.be/iv2d5L28DTc?si=zM0wpWfx7mC8fcFn
듣고 왔어요
역시 가왕~~입니다
PLAY
@정 아 가왕 맞습니다. 다른 표현이 필요없는 ^^
오래 전 어버이날에 딸이 조용필
콘서트 티켓을 예매해 줘서 다녀 온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들은 노래 한 곡이 계속 귀에
맴돌더군요.
김이나 작사의 '걷고 싶다'라는 곡인데
가사가 떠나 간 부인을 그리워 하는 것
같아서 슬프면서도 아름답더라고요.
전 조용필 오빠의 노래 중 허공을
많이 좋아합니다.
허공을 좋아하시는군요.
그의 노래는 깊고 한스럽고 애절하지요.
이베리아라는 닉은 스페인이 있는 이베리아 반도에서 따온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
@앵커리지 네, 그렇습니다.
늘 그곳을 동경합니다~!!
@이베리아 아하 제 추측이 맞았군요.
저는 알래스카에 몇 년 살다 온 적이 있어서 그곳의 최대 도시인 앵커리지를 닉으로 씁니다 ^^
@앵커리지 그렇군요.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