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이 삭제됐다. 카카오는 지난 23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다음카카오에서 카카오로 사명 변경을 최종 결정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모바일 기업으로서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명 변경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적절한 사명 변경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학준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포털에 집중된 다음을 사명에서 삭제함으로써 모바일에 전문화된 회사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카카오택시 등 O2O 비즈니스를 포함해 카카오를 앞세운 영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험난한 과정을 거쳐 인수·합병(M&A)을 한 후 기업들에는 사명 변경이라는 또 하나의 과제가 생긴다. 두 개의 회사 이름을 전부 그대로 둘 것인지, 하나의 이름만 남겨놓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시작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더 비즈 타임스는 네이밍(마케팅 대상에 이름을 붙이는 것) 전문가들에게 M&A 이후 기업이 취할 수 있는 네이밍 전략에 대해 물었다. 전문가들은 남명우 성균관대 교수, 민은정 인터브랜드 버벌 브랜딩 총괄상무, 성지연 대홍기획 캠페인플래닝2팀장, 이영일 부산외대 교수, 천영준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 책임연구원이다.
◆ A+B 양사 이름 모두 가져가기
▷남명우 교수〓두 브랜드가 대등한 위치에 있을 때 많이 사용하는 전략이다. 엑손과 모빌이 합쳐 탄생한 세계 최대 석유업체인 엑손모빌, 인베브와 앤호이저부시가 합병해 탄생한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앤호이저부시 인베브가 그 성공적인 예다.
▷이영일 교수〓르노삼성 같은 경우 두 브랜드가 대등한 위치가 아니었는데도 르노가 삼성을 바로 안 버렸다. 르노로만 갔을 때 생길 수 있는 외제차에 대한 저항감을 상당히 떨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남 교수〓재미있는 건 GM대우의 경우다. 대우는 이미 망한 기업인데도 여전히 이름이 남아 있지 않나. 현지 브랜드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민은정 상무〓다음카카오 예에서 보듯 사명을 병기하는 것은 통합 사명으로 가기 위한 단기적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굿모닝증권과 신한증권의 합병 시 처음 사용한 사명은 굿모닝신한증권이었다. 인수자인 신한보다 피인수자인 굿모닝의 고객 수가 월등했기 때문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굿모닝신한증권이라는 사명에 익숙해지고 더 이상 굿모닝이라는 이름의 영향력이 필요하지 않은 시점에 도달했을 때에는 결국 신한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천영준 연구원〓그런 걸 '누적적 인수·합병'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하나의 정체성으로 섣부른 브랜드 통합은 조직 전체를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상이한 고객 베이스가 섞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다음카카오는 원래 이 전략으로 갔으나 빅데이터 분석 결과 효과가 얼마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다음의 이름을 지우게 된 계기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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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이름만 남기기 ▷성 팀장〓보통 피인수 기업의 이름을 버리고 인수 기업의 이름만 남긴다. LIG손해보험이 KB금융지주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KB손해보험으로 이름이 바뀐 것이 그 예에 해당한다.
▷민 상무〓이 전략엔 이름이 지워진 회사가 갖고 있던 브랜드 자산을 활용하지 못함과 동시에 기존 고객의 이탈이 예상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반드시 요구된다.
▷천 연구원〓AT&T의 NCR 인수 실패 사례는 하나의 이름만 남겼으나 실패한 대표적 사례다. 원래 미국 IT 기업들은 특정 회사를 인수한 후 이름을 잘 바꾸지 않는다. 기존 브랜드에 고착된 고객 베이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MS나 페이스북이 인수한 업체들의 브랜드를 그대로 두고 계열화하는 게 그 예다. AT&T도 NCR라는 컴퓨터 제조회사를 74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수직계열화 제국을 만들려고 NCR의 이름을 그대로 뒀다. 하지만 조직 구조, 업무 체제 등의 변화가 전제되지 않아 사실상 문화적 이질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시너지 창출에 실패했다. AT&T는 NCR를 다시 매각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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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운 이름을 만들기 ▷남 교수〓기존 브랜드가 오래됐거나 승계할 만한 브랜드 자산이 적을 경우 브랜드 이미지 재고 차원에서 고려해 볼 수 있다. 벨애틀랜틱(전화회사)과 GTE(통신회사)는 합병 후 두 회사의 오래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버라이존 커뮤니케이션스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후 MCI도 인수할 정도로 성장했다.
▷민 상무〓필립모리스는 크래프트푸드를 인수한 후 사명을 알트리아로 변경했다. 맥스웰하우스, 필라델피아치즈 등으로 유명한 크래프트푸드에 필립모리스의 담배 이미지는 치명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3의 이름을 쓰는 전략은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해 새로운 사업 비전을 공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반면 일반인들에게 새로운 이름을 인지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의 투자가 요구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