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쭉 살고 있는동안 앞집은 벌써 4번째 이사를가고 오고있다. 여름이 막 시작될무렵 창밖으로 크레인이 걸리고 이삿짐 이 올라와서 내다보니 바로 앞집 아닌가 우리가 집을 비운사이 살던 사람이 이사를 간모양이다 까맣게 몰랐는데 언제 떠나고 또 새집이 이사를 오다니 서울서 쭉 주택에 살어봐서 알지만 한골목에 사람들은 모두 한식구처럼 친숙하기만했다 . 누구네집 딸이 시집을 가서 시끌벅적하니 함받는 구경도하고 누구네집 남편이 실직상태로 오래 놀고 있다는것도 알고 바로 뒷집에 여선생님이 볼그족족한 투피스에 굽이높은 하이힐을 신고 출근하는것도 보인다. 저 끝에집 2층에 세들어 사는집 아줌마는 남편을 여의고 혼자살다 바람이 났다는둥 이건 비밀이 없다 어느집에 숫가락이 몆갠줄도 다안다. 그런데 아파트로 이사를 와보니 철통 보안이다 숨어사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안식처 같기도하다. 개인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곳 비밀에 요람! 앞집에서 불이나도 모른다. 요즘은 혼자벌어 먹고살기 힘든세상이라 맞벌이 하는 가정이 늘다보니 시간이없어 왕래를 할수없다는것도 안다. 더군다나 우리는 나이가 지긋하고 이사 오는 사람마다 젊다보니까 영 친구할수 없어서일까 그래도 왠지 들여다 보는게 나이먹은사람 도리같아 이사 오는집 열린 현관 문으로 안을 들여다 보았다 40대 중반의 여자가 나와 인사를 한다. 난 이 앞집에 살아요 여기 새주인 이신가봐요 네~ 남편은 어디에 있는지 눈에 안띤다. 바쁘신데 어여 정리하시고 나중에 놀러 오세요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내내 그 다음날도 또 그다음날도 혹시나 이사떡을 들고 찾아올것같은 기다림을 지울수가 없었다. 옛날 같으면 이사한번 하면 떡방앗간에 팥켜떡을 몆말을 맞춰야 하겠지만.... 난 남편한테 여보! 최소한 이사를가면 아래,윗층은 그만 두고라도 앞집 한집 만이라도 떡한접시 사들고 꼭 찾아가 얼굴은 알려야 할것 같아요 참으로 세상 많이 변했다 그 후에도그집 내외는 한번도 눈에 띤적이없다. 그집 아들만 에레베타 앞에서 2번 만났다 덩치가 아주좋고 부리부리하게 생겼다 중 3 이라고했다. 아마도 외동 아들 인가보다 아무도 눈에띄는사람이 없으니 원 알수가 있나 하루는 어둑어둑 해질무렵 에레베타를 타려고 1층에 서있는데 왼 부리부리하게 생긴 40대중반의 아저씨가 뒤에와서 내뒤를 따라 에레베타를 탄다 생전 못보던 아저씨다. 나는 우리층을 눌렀는데 그아저씬 층을 누루지않고 서있다 누구지 ? 왜 몇층에 가는지 눌러야 될꺼아냐? 평소에 겁많은 내가 무사할리가 없다. 티비에서 보던 에레베타 강도? 어쩌지 어떻해! 남편도 친구랑 회식 있다고 늦는다고 했는데 빈집인데~ 오주여 제가 오늘 무순 일 당하는거 아니죠? 흑흑흑 나오늘 죽나봐!!! 온통 머릿속이 하얘지고 누가 나좀 도와줘요 달달떨고 있는데 한층 한층 에레베타는 그저 무심하게도 내가 내릴층에 도달하고 있었는데...... 콩닥콩닥! 내 가슴 뛰는 소리에 천지가 노랬다
드디어 에레베타가 멈추고 문이열렸다. 난 내려야돼 말어야돼 그냥 타고 올라가? 그냥타고 내려가? 생사의 기로에서 헤메고 있는데 그때 아저씨가 넓은 등짝을보이더니~~~ 저벅저벅 걸어나가지 않겠는가 그리곤 앞집으로 가서 지문도어록 을 열고 들어가는거 아닌가 난 정신이 나간듯 머~~엉했다. 허탈하게 닭쫒던 개가된듯...... 그리고 또 허탈하게 하늘만 쳐다봤다 말없는 그집 현관 문만 한참을 쳐다 보다가 맥이빠져 들어왔다. 이건 완전 지옥구경이다. 에이 아저씨! 정말 그래도 되는거예요 1층에서 내가 우리층을 눌렀을때 한마디만 하시지 같은층에 사십니다. 요번에 새로 이사온 사람입니다 하고요 내가 운동복 차림이라 앞집 사는사람일꺼라는 직감이 갔을텐데요. 우리 인사좀 하고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