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에서 감사는 서열과 대우만 놓고 보면 사장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는다. 연봉과 판공비를 합치면 대부분 1억원을 넘고, 사장과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업무감사와 회계감사를 통해 조직 내부의 견제 장치이자 감시자로서 기능을 하게 돼 있는 자리가 감사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감사의 역할은 대개 서류상으로만 존재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공기업 감사 자리는 ‘대우는 좋고 할 일은 없는 보직’으로 꼽히곤 한다.
산업자원부 산하 공기업의 경우, 대한광업진흥공사 감사가 1억65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것을 비롯, 한국수출보험공사(1억1787만원), 한국승강기 안전관리원(1억1090만원) 등이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고, 다른 공기업들은 8000만원 전후 수준이다. 이외에도 판공비, 기관추진비 명목 등으로 수천만원을 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감사가 하는 일’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드문데, 가장 큰 이유는 이 자리에 가는 인사들의 전문성·경험 부족을 꼽을 수 있다.
공기업은 태생적으로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전문성을 갖춘 감사가 실권을 갖고 제대로 업무를 할 경우 공기업의 많은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역대 정권은 공기업 감사직을 ‘정권의 전리품’쯤으로 간주해 왔다. 장·차관이나 국회의원으로 발탁하기는 어렵지만 여당측에서 고생했다고 인정하는 정치권 인사나 퇴직 고위공무원들이 공기업 감사로 임명되곤 하는 잘못된 관행이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은 “공기업 감사는 마음먹기에 따라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라며 “문제는 일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임명되는 지금의 관행과 제도에 있다”고 했다.
대통령이 기획예산처 장관의 제청을 받아 공기업 감사를 임명하는 현행 제도로는 투명성이 떨어져 낙하산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공기업 감사직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 지난 9월 ‘공공기관 감사 연찬회’를 갖고, 정부 산하기관·공기업 감사(監事) 공모제와 감사 위원회제의 단계적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7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에서 여성 의원들의 활약이 눈에 띄고 있다.
지역구 10명, 전국구 29명 등 총 39명?여성 당선자를 탄생시키며 여성의원 비율이 처음으로 두 자릿수(13%)를 돌파한 17대 국회는 출범 전부터 여성 의원들의 활약이 예고돼 왔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에서 여성 의원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예리한 분석과 질의로 정치권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열린우리당 장복심(張福心.환노위) 의원은 진료비 심사 시스템에 대한 공동 정책자료집을 발간하는 등 새로운 정책국감의 모델을 제시했다.
장 의원은 공동 정책자료집을 통해 “산업재해보상보험과 자동차보험, 국민건강보험의 진료비 심사평가 시스템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해법을 찾기가 어려운 정책에 대해 다른 상임위 의원들과 함께 연구,조사해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다는평가를 받았다.
김영주(金榮珠.환노위) 의원은 경북의 폐광을 직접 찾는 등 ‘발품’을 아끼지 않는 노력끝에 폐광으로 인해 인근 지하수와 하천이 오염된 실태를 담은 자료집을 발간해 눈길을 끌었다.
장향숙(張香淑.보건복지위) 의원도 장애인이라는 자신의 체험을 십분 살려 ‘국감 정책 리포트’라는 자료를 내는 등 현실성 높은 대안을 제시했다.
장 의원은 식품의약품 안전청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의약품 유해성 폭로가 주를 이루던 기존의 국감관행에서 벗어나 의약품 허가제도의 미비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어냈다 방송앵커 출신인 한나라당 박찬숙(朴贊淑.행정자치위) 의원은 국감 첫날인 지난4일 소방방재청 국감에서 방독면을 직접 들고 나와 즉석에서 방독면에 불을 붙이는성능실험을 실시해 눈길을 끌었다.
실험 결과 구형 방독면보다 신형 방독면에 불이 먼저 붙는 것으로 확인돼 테러등 대형사고에 대한 대책의 절실함을 환기시켰다는 ‘후한’ 평가를 받았다.
또한 송영선(宋永仙.국방위) 의원도 지난 4일 열린 국방위 국감장에서 흰 장갑을 착용한 채 자신이 영등포 화공상가에서 직접 구입했다는 화학재료 들을 들고 나와 다섯 번의 공정단계를 거치면 사린가스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해 전직 안보전략센터 소장으로서 ‘전공’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송 의원은 연일 국감 준비로 인한 과로로 6일 해군 제2함대사령부를 시찰하고의원회관에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산부인과 의사출신인 안명옥(安明玉.보건복지위) 의원은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대안서를 작성, 국감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민주노동당 심상정(재경위) 의원은 노동운동가 출신답게 재벌, 노조문제 등과관련 송곳질의를 펼쳐 주목을 받았다. 심 의원은 국세청에 대한 국감에서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할 의향이 있느냐”며 질의, “탈루의혹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의향이 있다”는 이 청장의 답변을 이끌어냈다.
3선 의원으로 16대에 이어 17대에서도 과기정위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영선(金映宣) 의원도 공공부문 전자서명 활성화를 제안하고 원자력연구소 인력 고령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의정활동 경험을 살려 ‘고참’으로서 한 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